우리의 세 번째 이사 그리고 아유르베딕 마사지
아침에 눈을 뜨고 한참을 혼자 놀던 깍두기가 나를 불렀다.
“엄마 사진 찍어줘”
뒤돌아보니....
정말 본 그대로 따라하는구나 싶어서 한참을 배꼽 잡고 웃었다. 옴 샨티샨티다.
이틀 전부터 본전 생각이 났다.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가 머무는 방값이 너무 비싸다고 이야기하는 바람에 멀쩡한 배가 갑자기 아픈 기분이었다. 인도 친구 수라지에게 싸고 좋은 방 없겠느냐고 물으니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아쉬람이 있는데 가보겠냐고 했다.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서 따라가서 보니 시설은 조금 낡았지만 널찍하고 강가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너무나 좋았다. 심지어 가격은 1박에 500루피.(대략 하루 7500원) 지금 라자스탄 게스트하우스에 내는 돈의 삼분의 일이었다. 보자마자 가장 마음에 드는 방에 예약을 걸었다. 당장 이사 모드였다.
짐을 먼저 싸고 체크아웃을 해둔 상태로 깍두기와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요즘 푹 빠져서 매일 두어 잔씩 마시는 길거리 생과일주스. 50-60루피(700-800원가량) 면 물 한 방울 들어가지 않은 핸드메이드 생과일 주스를 유리컵 한잔 가득 마실 수 있다.
공복에 주스를 한잔씩 하고 Sant Sewa Ashram에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German Bakery로 갔다.
독일빵집에서 경치 좋은 자리에 앉아 있노라면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 그런 여유가 절로 나왔다.
시간이 되어 짐을 낑낑 들고 락쉬만줄라 다리 건너편에 위치한 Sant Sewa Ashram으로 갔다. 우리가 예약한 방이 하루 뒤에 비어서 오늘 하루는 800루피짜리 조금 큰 방에 머물기로 했다. 근데 이 방...인도에 와서 본 방중에 제일 컸다.
방도 넓고 층층이 발코니도 있어 동서남북으로 뛰어노느라 신난 깍두기였다. 우리가 머문 방 문 위에 때마침 새가 둥지를 틀어 아기새도 구경하고...먹이를 물어다주는 어미새도 볼 수 있었다.
짐을 대충 풀고 친구들이 괜찮다고 소개해준 요가원에 수업일정을 확인해보러 갔다.
아침을 간단히 먹어서인지 배고프다고 하는 깍두기를 데리고 이제는 엎드리면 코닿도록 가까워진 한국식당 드림카페에 갔다.
2층에 올라갔더니 유난히 한국 손님들이 많았다. 보통은 텅 비어있곤 했는데....
지난번에 한번 얼굴을 뵌 한국인 여자분들이 보여서 인사를 나눴다. 그중에는 우리와 한동네에서 오신 중년의 언니?분이 계셨는데 나와 깍두기에게 밥 한번 사주고 싶어서 자주 카페를 오갔다고 드디어 만났다며 반가워하셨다.
이 곳 리시케시에서 한동네 분을 만나다니 그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깍두기에게 짜장밥을 한 그릇 시켜주고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 이 곳 리시케시에 와있는지에 대해. 한국분들이 요가 공부하러 많이 가는 요가피스 아쉬람에서 TTC를 듣고 계시는 중이라고 하셨다.
언니분과 나의 대화가 길어지자 깍두기는 앞자리에 앉은 젊은 대학생 언니와 놀기 시작했다. 지난 번에 강가에서도 만났던 한국 대학생 해민씨였다. 얼마나 눈높이에 딱 맞춰서 즐겁게 놀아주는지....
고마운 그녀에게 바나나라씨를 한잔 사주고...
하도 수다를 떨었더니 배가 고파서 점심 먹으러 들어간 가게에서 대학생 처자와 저녁을 또 시켜먹었다. ㅎㅎㅎ
딱히 한 일도 없이 이래저래 분주한 하루. 오늘은 이사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하루가 가버리는구나 하다가...아직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근육들을 보살피기로 했다. 그래 아유르베딕 마사지를 받아보자.
방으로 친히 찾아와주시는 마사지사를 예약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8시에 오기로 한 그녀가 오지 않아 1층으로 내려가봤다.
이 아이가 이제 인도에 적응 다했구나 싶었다.
잠시 후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마사지사 언니와 셋이 방으로 갔다. 엄마가 마사지를 받는다고 하니 본인도 하고 싶다는 깍두기. 그래서 결국...
다른 사진들은 모자이크 처리가 필요하므로 올릴 수 없지만 마사지사 언니는 깍두기의 작은 몸을 잠시 동안 어루만지며 깔깔 웃고 깍두기는 간지러워 깔깔 웃고...보는 나도 너무 웃기고...아무튼 다시는 없을 특별한 경험이었다.
깍두기에게 나중에 물어보니 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자꾸 나에게 마사지를 시키고 있다. 음......
아유르베딕 마사지로 뭉친 근육들을 살살 풀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아침에는 슈밤선생님께 가야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