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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마사띠 Jun 27. 2019

요가, 육아, 그리고 강가

흐른다는 것

새로 이사 온 Sant Sewa Ashram에서 맞이하는 아침. 예술이다. 눈꼽도 안떼고 방문을 열고 나오면 촤라락 펼쳐진 산과 강....정신이 쨍하게 맑아지고 사는 일에 대한 감사가 저절로 흐른다. 여기서 머무는 내내 아침에 눈뜸과 동시에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을 열었다. 나중에 설레는 마음으로 창문이라도 여는 집에 꼭 살고 싶다.


강가를 내려다보며 발코니에서 모닝셀카 ㅋ

수업을 반드시 가고 싶은 날!

깍두기와 옴샨티옴으로 슈밤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이제는 수업에 들어와 간식도 먹고 엄마 사진도 찍어주고 그림도 그리는 게 꽤 능숙해진 깍두기. 한시간여가 지나면 엄마 등에 올라타기도 하지만 지루함이 극에 달했을 때는 만화도 한두개 봐가면서 여러모로 선전하고 있다.


아쉬람 1층에서 소랑 놀다가 소가 얼굴 들이밀자 기겁
엄마 수업받는 모습 관찰중인 깍둑
영차
아이고 시원타
90분의 하타요가 수업 마무리

오늘도 역시 수업을 마치고 리틀붓다 식당에 올라갔다. 티베트 음식으로 점심을 먹은 후에 화이트샌드강가로 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요가수업듣기)을 했으니 이제는 깍두기 차례였다.


지난 번에 먹은 진라면 순한맛 통을 장난감삼아 챙겨왔더니
요래 성을 만들며 잘논다
모래에서 뒹구는 나날들

나와 둘이 시간을 보내다가 뒤늦게 우리를 찾아온 사랑이의 인도 삼촌 수라지와 또 한바탕 놀았다.


수라지 삼촌과 함께 모래놀이하는 깍두기
둘이 뭘 열심히 만든다
그늘에 있고 싶은 그래미와 같이 뛰놀고싶은 깍둑
지나가는 소라도 붙잡고 놀겠다는 집념
지나가다 봉변당하는 소돌이...미안해....

조금 뜨겁긴 했지만 햇살과 풍경이 참 좋아서 좀 오래 이곳에 머물렀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와 간식을 챙겨 먹고 쉬는데.....


아 진정 이 곳이 리시케시 최고의 명당이로소이다...

적어도 내게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

뒹굴뒹굴 쉬면서 있는데 싯타르 연주자이자 선생님인 아비(Abhi)가 드림카페에서 콘서트를 한다고 우리를 초대한다고 했다.


저녁도 먹고 음악도 들을 겸 슬렁슬렁 걸어서 한국식당 드림카페에 갔다. 이제는 길에 다니면서 인사할 사람들이 많아졌다. 과일주스 가게 아주머니, 슈퍼 아저씨, 옷가게 청년 등등.


카페 2층으로 올라가니 관광객같은 사람들이 약간 상기된 모습으로 여럿 앉아있었다. 물어보니 브라질에서 온 관광객들이라고 했다. 아마도 패키지 여행인데 인도음악관람? 이런 코스인 것 같았다. 우리는(나와 깍두기) 아비의 친구이기 때문에 입장료도 없이 낑겨앉아서 아시안을 맡고 있었다. 우리가 끼니 남미사람 인도사람들과 어우러져 진정 인터내셔널한 분위기가 완성되었다.


나는 브라질리언이라고 하면 일단 마음에서 사랑이 샘솟는데 이유인즉슨 나이 스물 두살에 미국에 영어 배우러 갔을때 베프가 브라질 여자애였다. 당시 우리는 남의 나라 살이 중인 제3국에서 온 서러운 신세였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큰 위로였다. 나와 죽이 잘 맞았던 브라질 친구의 이름은 주(Ju). 브라질 여자 친구들 네다섯 명 사이에 나 코리안 한 명 달랑 끼어서 미시건에서 열린다는 파티란 파티는 모조리 다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녀들도 나도 이제는 모두 애엄마가 되었고 서로의 아이들 사진에 좋아요를 아낌없이 눌러가며 옛 우정을 기리며 살고 있다. 추억팔이는 여기까지. 하하.


브라질 사람들과 연주 시작전 기다리면서
왼쪽 타블라 연주자와 싯타르 연주자 아비
깍두기의 인도삼촌 넘버2


아비는 매우 훌륭한 싯타르 연주자였다. 대대로 싯타르 연주를 하고 있는 집안의 아들로 그의 아버지는 싯타에 재즈음악을 처음 접목한 유명한 연주자라고, 또 허비행콕과 함께 작곡도 했다고 나에게 자랑했다. 자랑할만했다. 그리고 정말로 그는 아버지와 함께 수시로 유럽으로 초청을 받아서 연주하러 다녔고 나에게 어서 자기를 한국에 초대하라고도 했다.


응? 나? 내가?


그의 음악을 듣고 한껏 흥이 올라 더 있고 싶었으나 낮에 강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놀았던 깍두기가 꼬박꼬박 졸아서 방으로 돌아왔다.


눕히니 3분 만에 잠드는 그녀.

고생했다. 노느라. ㅎㅎ


그녀가 잠들면 발코니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밤들이었다. 강은 아침이건 낮이건 밤이건 내가 깨던 자던 계속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었다. 모르는 사실은 아니었으나 그 흐르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는 일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내 안에 고여있던 무언가도 함께 흘러가는 기분이 들었다.


인도에서 돌아온 지 3개월을 향해가는데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강이 흐른다.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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