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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마사띠 Sep 03. 2022

#1. 부전나비

부전나비의 탄생에 관한 단상

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약간의 각성과 영감을 필요로 할 때 유투브를 켠다. 법륜스님, 켈리최,김연아 선수와 최근에는 임윤찬 피아니스트까지 5분만 투자하면 시들시들해진 내 몸 세포에 차르르 충전감이 차오르곤 한다.  최근에 쇼파에 누워 쉬고있는 남편에게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님의 유투브를 한번 보라고 권했다. 과학이라면 질색하던 나도 재밌더라며 신나서 얘기했더니 남편은 어느새 킬킬거리며 시청하고 있었다. 생물과 유전에 관한 네*버 지식인 질문에 교수님이 댓글을 달아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집안에 기어다니는 낯선 벌레를 찍어 올리고 이 생물체는 뭔가요?라는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교수님은 사진을 보고 우리처럼 눈살을 찌푸리기는 커녕 호기심 충만한 두 눈으로 가만히 사진을 응시하다가 이마를 탁 치시면서 그 꼬물이의 정확한 생물학적 이름과 특성과 배경지식까지 줄줄 읊어주셨다. 그 사진의 주인공은 부전나비 애벌레였다. 부전나비는 알을 낳을 때 필히 개미떼가 있는 곳에 알을 낳는다고 한다. 애벌레는 개미들 숲에서 태어나서 마치 스스로 개미인냥 몸을 살살꼬기도 하고 심지어 개미소리를 내기도 한단다. 생존본능은 이토록 강력하다. 개미들은 속았는지 아니면 어이가 없어서 속아주는건지 아무튼 이 애벌레를 먹이고 보살피고 키워낸다고 했다. 애벌레가 비로소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그 날까지 말이다. 그 이름하여 부전나비. 살다살다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 남편과 나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남편은 개미 흉내를 내서 살아남은 부전나비를 희대의 사기꾼이라며 욕했다. 나는 저게 바로 사회적 부모 아니겠냐며 개미떼를 칭송하며 감동의 눈빛을 발사했다. 역시 짧은 시간에 감동하는데에는 유투브가 최고다. 남편과 나의 이야기는 어이없게도 생물학적 부모와 사회적 부모, 노키즈존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만약 노나비존이나 노애벌레존을 주창하는 개미떼가 있었다면 인간과 부전나비와의 조우는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의 논의에 결론이나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나도 남편도 앞으로 날아가는 나비를 보면 어딘가에서 수고하실 개미들이 떠오르겠지. 개미들에게 심심한 감사 인사를 보낸다. 부전나비라는 생명체를 지켜낸 위대한 자들 아닌가. 나비야 나비야 이리날아 오너라. 실로 감동의 노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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