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삶을 생각하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라틴어가 있다.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도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죽음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생각보다 일찍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죽는 순간, 나는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적어도 돈과 명예, 권력을 더 가지지 못했음은 아닐 것이다. 지금 내 소유는 충분하다. 내가 먹고, 자고, 누리고 싶은 것을 누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많은 재산이나 권력, 높은 명예를 쥔 대가로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분수에 맞지 않는 소유를 지키려 아등바등 살아가다 끝을 맞이한다면, 그 헛된 수고가 더 한스러울 것 같다.
그렇다면 내게 진짜 후회로 남을 일들은 무엇일까.
아마도 내 가족을 더 사랑하지 못했음을 가장 후회할 것이다. 사랑스러운 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더 자주 안아주지 못하고 아이들의 예쁜 웃음과 재잘거림을 더 많이 바라보지 못한 것이 슬플 것이다. 아름다운 아내와 더 많은 추억을 쌓으며, 아내가 원하는 삶을 마음껏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히 지원해 주지 못했던 것도 안타까울 것이다.
실패할까 두려워 미루었던 도전들도 후회할 것이다. 교사로서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실패와 성취를 오롯이 경험하며 성장하는 프로그램들. 학생에게 수업과 행사의 주도권을 넘길 때 예상되는 어려움이 두려워 선뜻 시도하지 못했던 도전들이 죽음 앞에서 무척 아쉬울 것이다.
내게 허락된 짧은 시간 동안 누군가를 혐오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질투하며 허송세월한 시간들 역시 안타까울 것이다. 쓸데없는 불안과 걱정을 자극하는 콘텐츠들, 음란하거나 폭력적인 영상에 빠져 건강하지 못한 생각과 감정에 휩쓸렸던 순간들이 무척 부끄러울 것이다.
내가 쓰고 싶었던 글들을 세상에 다 내어놓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면 슬플 것 같다. 비록 내가 쓴 글들을 찾아 읽는 이가 적을 게 분명하지만, 내가 살아가며 겪은 경험과 고뇌, 깨달음들이 내가 죽은 뒤에도 세상 어딘가에 활자로나마 남아 있다는 사실은, 죽어가는 내게 큰 위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내게 기쁨과 평안을 안겨줄 것이, 글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료, 제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쌓아 올린 추억들일 것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해내고자 온 마음과 힘을 다해 깊이 몰입했던 순간들일 것이다. 그 찬란한 기억들이 죽음 앞에서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면, "그래도 참 괜찮은 삶이었구나" 하고 웃으며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니,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내 곁의 사람들을 더 깊이 사랑하고, 내게 주어진 일에 정성을 다하며, 글쓰기처럼 나를 온전히 쏟아부을 수 있는 일에 깊이 몰두하는 것. 쓸데없는 욕망이나 걱정, 미움이나 질투 따위로 내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그저 내 몸과 마음을 정갈히 유지하면서, 지금 살아 숨 쉬는 매 순간을 의미 있는 경험들로 촘촘히 채워나가자. 그렇게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게, 매일 매 순간을 알차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