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Havana (8)

쿠바 아바나에서 서핑을 / Ep 8. 함께 파도를 향해

by 통나무집

카리브해의 태양이 빛나는 푸른 하늘 아래에 파도가 시원하게 해변으로 밀려오고 있다. 라자로는 모래사장에 서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그의 몸은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한 근육으로 가득했다. 옆에 서 있던 파비앙이 말했다.

"서핑 강습생들의 실력이 제법 늘었는데요."

라자로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처음에는 다들 보드에 올라타는 것도 서툴더니"

"이게 다 라자로 선생님께서 잘 지도해 주신 덕분 아니겠습니까."

라자로가 주중에는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서핑에 몰두하다가 파비앙의 소개로 관광객들과 아바나 시민들을 상대로 서핑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라자로는 유능한 강사였다. 처음 서핑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실수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각 개인별 특성에 맞춘 훈련법으로 수강생들의 실력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라자로에게 서핑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지만, 라자로는 언제나 겸허한 태도로 파도와 서핑에 대해 가르쳤다.

"아니야. 다들 열심히 노력해 준 덕분이지."

파비앙이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의 겸손은 여전하시네요. 그런데 지난주에 중요한 재판이 있으셨다고 들었는데 잘 끝나셨나요?"

"재판은 잘 마무리 됐어. 페레르가 최종심에서 10년 형을 언도 받았으니 오랫동안 볼 일이 없을 거야."

"페레르가 아바나에서도 가장 잘 나가던 변호사라 돈도 많이 벌어놓았을 텐데... 사람 욕심이 참 무서워요. 그렇게 큰 사기 행각을 벌일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러게 말이다..."

지난주 재판에서 목격했던 페레르의 추하게 일그러진 얼굴은, 몰락한 그의 처지만큼 쇠약해져 있었다. 라자로는 잠시 지난 시절을 돌아보았다. 라자로가 검찰청에 페레르의 범죄를 고발하여, 경찰들이 페레르의 사무실에 들이닥쳤을 때 페레르는 격분하여 외쳤다.

"라자로! 이대로 내가 무너질 줄 아느냐.. 각오해라! 내가 너만큼은 꼭 파멸시키고야 말겠다!!"

그러나 라자로가 오랜 시간 수집한 증거들은 치밀했다. 체포된 후 5년 동안 페레르는 항소를 했지만 재판을 거듭할수록 페레르가 은폐한 범죄들이 줄줄이 드러날 뿐이었다. 페레르에게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페레르와 그의 가문을 상대로 줄줄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페레르는 라자로에 대한 복수의 의지가 꺾였다.

페레르의 거대 범죄를 드러낸 라자로는 아바나 법률계에서 큰 이슈로 떠올랐다. 페레르의 가문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이 시작되자, 페레르에 대해 잘 아는 라자로를 섭외하려는 곳이 줄을 이었고, 라자로는 좋은 조건으로 다른 법률 사무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일감이 쏟아지면서 라자로의 입지는 점점 더 탄탄해졌다. 수입이 늘어나면서 딸이 원하는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었고, 아내 시오마라도 취미로 살사댄스 동호회를 시작했다.

'파도를 타기 시작했을 뿐인데.. 내 삶도 많이 변했구나... 모두 감사할 일이지..'

그렇게 회상에 젖어있는 라자로의 눈에 해변가에 앉아 있는 한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파올로. 서핑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아이였다. 몸이 약하고 파도가 두려워 바다로 나가기 주저하던 아이.. 라자로는 파올로에게 다가갔다.

"파올로. 아직도 파도가 무섭니?"

파올로는 겁에 질린 눈으로 라자로를 바라보았다.

"네. 무서워요."

라자로는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누구나 처음엔 무섭단다. 나도 그랬으니까."

"선생님도요?"

"그럼. 파도가 무서워 마흔이 넘기까지 바다에 가지 못했으니까."

"그러면 선생님은 어떻게 그 두려움을 이겨내셨어요?"

라자로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파도에 휩쓸리는 법부터 배웠지. 막상 휩쓸려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게 된단다."

라자로는 파올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 가자. 함께 파도와 놀아보는 거야."

파올로는 주저하다가 라자로의 손을 붙잡았다. 라자로는 파올로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파올로의 보드를 나란히 든 두 사람은 천천히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찬란하게 빛나는 쿠바의 태양이 두 사람을 환하게 비추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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