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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gent Jun 17. 2017

걸어서 6호선 여행

2017.04.13 / 응암역부터 봉화산역까지 걸어서 39km.

걸으며 여행하는 걸 참 좋아한다.

많이 걷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 동네를 산책하는 기분으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왜 하필 6호선 이냐고 묻는다면.

큰 이유는 없다. 이유가 있다면 가장 나랑 가까운 지하철 노선이랄까.

집으로 돌아오려면, 또 어디론가 향하려면 항상 6호선을 타고 움직여야 했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며 6호선 노선도를 보다가,


"걸어서 가보는 것도 재밌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학교를 졸업하면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마지막 학기라 시간도 많기도 하고. 날씨도 너무 좋아서.

가야겠다고 생각한 다다음날 출발했다.


출처: http://blog.naver.com/ksrt6848

6호선 노선도는 위와 같이 생겼는데, 

참고로 6호선의 특징이라면


1. 응암 순환선이 존재하고(왼쪽 상단의 고리), 이는 차량기지의 부재 때문이라고 한다.

2. 한강을 건너지 않고, 강북에만 철로가 있다.


길이는 약 35km. 충분히 걸어볼 만한 거리였다.



중요한 건 '어느 역에서 출발할 것인가' 였는데,

밝은 시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동네를 가보자!라고 생각하여 응암역에서부터 출발하기로 했다.


알람을 7시에 맞춰놓고 잠들었는데, 

새벽 3시가 넘도록 잠들지 못했고, 결국 8시 20분에 일어나게 되었다.

부랴부랴 준비해서 9시경에 집을 나와서 응암 순환행 열차를 탔다.


6호선 타고 제일 멀리 가본 게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응암역은 지하철로도 처음 가봤다.

가는 길에 핸드폰을 만지작하다가, 응암역에서 바보같이 내리지를 못했다.

그래서 그다음 역인 역촌역에서 내렸는데, 어떻게 다시 응암역으로 돌아갈까 생각하다 보니

아뿔싸. 응암 순환행은 단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순환행이어서, 역촌역에서 응암역으로 지하철로 가려면 

역촌 - 불광 - 독바위 - 연신내 - 구산 - 응암, 4개의 역을 더 거쳐야만 했다.

그래서 그냥 역촌역 밖으로 나와서 응암역으로 걸어갔다.


[09:48] 역촌역에서 출발

역촌역에서 출발하는 걸로 할까도 생각했는데,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응암역까지 걸었다.


지금 돌이켜보건대, 내 걸음 속도를 정확히 알지 못했고(걸음이 빠른 편이라는 건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늦게 출발했기에 서둘러 걸었다. 좀 더 느긋하게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지금 와서 들기는 한다.


날씨는 너무나 좋았고, 금방 응암역에 도착했다. 이제 진짜 시작. (09:58)


응암역 근처에서는 바자회를 준비 중이었다.


3주 정도 남은 석가탄신일을 기념하기 위한 연등행렬이 이어졌다.

처음 와보는 동네. 북한산이 저 멀리 보이고. 날씨도 맑고. 한적하고.

다시 역촌역에 도착했다. (10:09)


대조시장.

서울에 이런 곳이 있구나 싶을 정도로 정겨운 곳이었다.

미용실 안에서 파마를 하시며 깔깔 대시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은 마치. 

어린 시절 시골서 자란 내가 보던 풍경 같았다. 그 모습을 허락받고 담고 싶었지만, 그러진 않았다.


건물 사이사이로 북한산이 보였다.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는데, 육안으로는 암석들의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불광역 도착. (10:19)

사진 속 아파트에 산다면 멋진 북한산을 매일 같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동네가 귀엽다.


독바위역에 도착. (10:30)

독바위역은 출구가 하나뿐인 역이었다.


유유자적.

차도 많이 안 다니고.

순박한 동네 모습을 담고 있었다.


서울 연천초등학교 앞. 학교 담장 위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게 너무 예뻤다.

셀카봉을 챙겨갔어서 셀카봉 들고 사진 찍고 있었는데, 뒤에서 어떤 여성분이 신기하게(?) 웃으시길래 조금 부끄러웠답...


연신내역 도착. (10:50)

연신내역은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강아지들이 묶여있지 않았는데 여유가 넘치는 애들이었다.


구산역 가는 길에 있던 스타벅스가 예뻤다.

구산역 도착. (11:01)


다시 만난 응암역. (11:17)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불광천.

불광천 옆으로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폈다.

산책 나온 사람들도 많았고, 주변 유치원에서 나온 건지. 특히 단체로 꽃놀이 나온 아이들이 많았다.


벚꽃이 참 예쁘다.

제대로 꽃놀이했다.


새절역 도착. (11:31)


가는 길 내내 벚꽃이 반겨준다.

증산역 도착. (11:42)


청벚꽃(?)은 처음 봤는데 정말 예뻤다.

개심사가 유명하다고 하던데. 한번 가서 보고 싶어 질 만큼.

아이폰의 타임랩스 기능을 이용해서 찍어보았다.


출발할 때에 비해서 구름이 꽤나 많이 꼈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도착. (11:55)

저 멀리 북한산이 보인다. 하늘은 파래도 황사나 미세먼지가 좀 있는 듯하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월드컵경기장역까지 가는 길이 헷갈리고 불편했다.


초봄 내내 춥다가 갑자기 따뜻해져서 개나리와 벚꽃이 같이 피고

진달래가 더 늦게 피고 하는.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지구야 아프지 마ㅠㅠ


월드컵경기장역으로 가는 길에 이 지하도로를 통해서 이동했다.

도로와 벽이 직교하는 저 틈에 비둘기들이 엄청 많이 서 있어서 좀 그랬다.


월드컵 경기장 상징물과 경기장이 보인다.


월드컵경기장역 도착. (12:11)


FC 서울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마셨다.

팬이라면 꽤나 만족할만한 장소일 것 같았다.

커피는 맛있었다 얌얌

축구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아닌 듯), 알 수 없는 행사로 경기장에서는 꽤나 큰 함성이 들렸다.


불현듯 지나가면서 옛 기억이 떠오른 마포 농수산물 시장.

중3 때 사진 관련 카페에서 진행하는 하늘공원 출사 차 상경했다가 여기서 어떤 돈 많으신 삼촌뻘 형에게 밥도 얻어먹고, 이 근처에서 태어나 처음 스타벅스도 가봤었는데.


마포구청역 도착. (12:24)

점점 도시 안쪽으로 들어오니까 크게 색다른 풍경은 없었다.

어느덧 12km를 걸었다. 아직 쌩쌩했다.


망원역 도착. (12:38)

요새 뜨고 있는 동네이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말 많은 동네.

그 모습 잃기 전에 조만간 꼭 놀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횡단보도에 하트 모양이 있어서 신기해서 찍어봤다.


으리으리한 빌딩 숲의 합정동.


합정역 도착. (12:50)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서 뭘 먹을까 하다가.

마침 국수를 먹고 싶었는데 막국수 집이 보여서 들어갔다. (강원도 사람이어서 끌렸던 건 아니다)

평창에서 먹던 비슷한 맛이 났다. 맛있었다. 보고 있는 지금 또 먹으러 가고 싶어 졌답

밥 먹고 다시 출발.


상수동에는 예쁜 카페들이 많았다.

상수역 도착. (13:20)


상수역을 지나는 데 갑자기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날씨 왜 이래...

하지만 거짓말 같이 상수역을 지나니까 다시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래졌다.


광흥창역 도착. (13:28)


경의선 숲길. 아주머니들이 무언가를 줍고 계셨다.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있길래 나도 서서 커피를 사 마셨다.

알고 보니 옆에 있는 은행 직원 분들이 단체로 오셔서 커피를 주문하신 거였다.ㅎ

커피는 맛있었다.


대흥역 도착. (13:47)


건물 옆으로 목련들이 폈다.

공덕역 도착. (13:58)


여기도 벚꽃 천지.


효창공원앞역 도착. (14:13)



효창공원앞역에서 삼각지역으로 가는 길에 경부선 철로가 있기 때문에 위에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가도로로 올라가야 했다. 처음에 그런 줄도 모르고 쭉 직진했다가 철로에 가로막혀 당황했었다.

육개장 칼국수 좋아하는데 왠지 맛집이어 보여서 나중에 와봐야겠다고 생각.

강아지는 항상 귀엽다.


1호선 열차도 보이고. 남산 타워도 보이고.

풍경이 너무 예뻐서 천천히 사진도 많이 찍었다.


무궁화호 열차도 만나고.


날씨도 참 맑고. 그렇게 삼각지역 도착. (14:32)


전쟁기념관도 지나고


꽃길을 지나 녹사평역 도착. (14:47)


이태원 도착.

지나가다가 인형 뽑기 가게 있길래 들어가서 하다가 꼬부기 뽑았닼ㅋㅋㅋㅋㅋㅋㅋㅋ

11,000원 만에 뽑았는데 마지막 1,000원 넣으면서 '이것만 하고 미련 없이 가자' 고 했는데 뽑혀서 신기했닼ㅋㅋㅋㅋㅋ 심지어 이상하게 머리만 잡았는데 꽉 잡고 안 놔줘서. 역시. 그냥 운빨 겜이구나 했다.

이태원역 도착. (15:01)


카와이..


예쁜 한남동 거리를 지나. 한강진역 도착. (15:15)


오르막길을 올라 버티고개역 도착.(15:32)

그리고는 다시 내리막길.


그렇게 약수역 도착. (15:40)


별 풍경은 없이. 청구역 도착. (15:56)


떡볶이가 유명한 신당동~

멀지도 않은데 신당동에서 떡볶이 먹어본 적은 없다. 흠.

신당역 도착. (16:04)


청계천 그리고 청계상가를 지나 동묘앞역 도착. (16:14)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 창신역에 도착했고. (16:25)


아마 여행 중에 가장 힘들었던 창신 - 보문 구간.

언덕이 엄청 가팔라서 고생 좀 했다.


보문으로 가는 길에 청룡사와 보문사를 봤다.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로 요기하고.

보문역 도착. (16:52)


성북천을 지나니 고려대학교가 보인다!

안암역 도착. (17:02)


공사판인 학교 :(


고려대역 도착. (17:11)


월곡역 도착. (17:28)

이쯤에서 고비가 한 번 왔었다.

많이 보던 길들이라 그런지 큰 감회가 있지도 않았던.


상월곡역 도착. (17:46)

예전에 동행이라는 교육봉사를 했던 월곡중학교도 지나갔다. 오랜만에 반가웠다.


돌곶이역 도착. (17:57)

예전에 돌곶이역에 있는 석관초에서도 마찬가지로 동행 교육봉사를 했었는데, 반가웠다.

오른쪽 삼겹살 집에 (내 기억에 따르면) 속초 코다리 회 냉면 집이 있었는데, 다른 가게로 바뀌었나 보다.

코다리 회 냉면 좋아해서 함 먹어볼랬는뎅.. 쩝.. 아쉽군


생각해보니 그때 공부 도와주던 초등학생 꼬맹이들도 중학생이 되었겠구나...


석계역을 지나(18:11) 중랑천을 건넌다.

여기부터는 또 처음 걸어보는 길.

해가 지려는 지 뉘엿뉘엿.


국수 좋아하는데. 맛있으려나?

태릉입구역 도착. (18:24)


화랑대역 도착. (18:36)


봉화산 역이 보인다!

그렇게 마지막 봉화산역 도착.(18:46)





총 8시간 48분 만에 (걷는 시간만으로는 7시간 44분 만에.) 

6호선을 걸어서 일주하였다.


두 달만에 포스팅을 완료해서 그날의 기억들이 완벽하진 않지만.

마무리했을 때의 소감은

"생각보다 재밌네."였다.


특히 응암 순환선 부근. 처음 가본 동네였는데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걷는 거 좋아하니까 앞으로 또 어딘 가에 도전할 지도?







그건 그렇고. 시험 보기 싫고. 졸업은 더 싫다.ㅠ


걸어서 6호선 여행 끝.


(저녁은 봉화산 역에서 먹을 만한 걸 발견하지 못해서.. 집에 도착해서 먹었다. 이건 좀 아쉽네. 먹는 게 여행의 중요한 일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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