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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중독자 Apr 20. 2021

한 동안 쓰지 않던 글을 다듬으며..

브런치 작가가 되고서 한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중첩된 결과이긴 하지만 내 내면에서 일어나는 여러 동기들이 부딪치는 경험을 했다. 사실 그럴 때 스스로를 다스리는 좋은 방법은 아무것도 안 하는 거다. 그래서 내려놨다. 애쓴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젠 아는 나이다.

그래서 다른 걸 했다. 다른 거라 해 봤자 주로 책을 읽는 거지만.. 하나를 내려놓으면 그래도 또 다른  할 것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고,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음식을 만들고, 이거 아니면 저거, 이것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저것들이 좋다.


이거 아니고 저거도 좋아서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다.

나만 돌보기 지겨울 때 아이들도 돌보고 혼자 먹기 외로워서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더 좋은 건 함께 먹을 수 있는 누군가가 항상 곁에 있다는 거, 그건  행운이다.


글쓰기도 그랬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비우니 새로운 관점이 보이고 새로운 활기가 찾아왔다. 이제 다시 쓸 수도 있을 거야 라는 생각과 그런 생각을 뒷받침해 줄 실천적 행위, 글쓰기의 시작,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다.


'쓰나미' 기억의 여정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다큐는 뭐랄까 분위기가 묘했다. 영혼을 묘사하는 듯한 해파리의 연결선은 살아있는 나의 촉수를 건드린다. 마치 죽은 자와 접선하는 듯한 느낌. 정적이고 분할된 순간순간의 장면과 이미지의 정제됨은 숙연함과 선 적인 일본의 색깔을 잘 보여준다. 마치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짜임. 다큐의 이미지들이 주는 감정과 이미지가 나의 뇌리에 각인되어 영향을 끼친다. 또한 다큐에서 다루는 망자들의 이야기는 독특하다. 영혼의 세계, 살아있는 자들이 생생하게 느끼는 망자에 대한 이야기가 내내 흥미로웠다.

이 작품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다. 다큐는 주로 그 당시 가족들이 희생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데 그들이 겪고 있는 죽음 이후의 이야기들이 산 입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아들과 딸이 죽어서 살아있는 가족에게 보내는 망자들의 시그널..


난 언젠가부터 죽음을 탐닉한다.


죽음과 관련된 것들에 관심을 가지며 죽음학에 관련된 책들을 읽는다.


죽음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고 해서 죽는 건 아니다. 어릴 땐 그런 것들이 막연히 두려웠다. 왜? 죽음을 가까이하면 죽을까 봐.. 이제 내게 다가오는 죽음의 색은 삶의 또 다른 패턴이다.

양면성이자 이원성, 안과 밖, 연결고리, 수순, 긍정 이런 다양함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이면들..


자. 이제부터 나의 글을 쓰자..


죽음을 언급하고 나니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제 글을 아주 잘, 많이 쓸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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