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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중독자 Apr 03. 2024

독서 실패담

이게 다 에스트로겐 부족 탓이야!!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책 읽는 것이 업(業)처럼 되어버린 건 올해를 기준으로 십여 년 정도 된 것 같다. 업(業)이라고 하니 관련업에 종사하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 도 있겠지만 생계와는 관계없는 나의 개인적인 일이다.


요즈음은 책을 읽고 넘치는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한 줄이라도 책에 대한 소감과 생각을 적어나가는 게 더 큰 숙제다. 읽는 과정은 지난해도 읽고 나서 책의 내용을 잊어버리는 건 순식간인 나이가 되었으니, 아쉽게도 난 휘발성이 강한 독서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읽은 책의 권수는 천 권을 넘긴 지가 사오 년 전이고 이젠 헤아리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밥 먹듯 책을 읽고 차 마시듯 책을 읽는다. 수시로 무슨 책을 읽을까 검색하는 것이 좀 귀찮긴 한데 다음 읽을 책 목록을 정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건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낚아 올리는 방법이다.  


한 동안 소설을 읽다 지루해서 기초 과학과 사회 과학. 역사 인문 계열의 책을 읽었다. 학술서나 전공서 단계의 어려운 책들을 읽는 건  아닌지라 다양한 총류의 책들은 언제나 흥미롭다.


오늘 읽은 책은  얼마 전 창비 블로그에서 소개글로 본 기억이 있었다. 모처럼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꺼내 온 정신질환을 앓는 딸을 가진 의사 엄마의 기록 김현아의 '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류머티즘내과 교수인 저자는 난데없이 찾아온 딸의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라는 병을 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병은 아는 만큼 낫는다라고 하던가? 이 책은 의사인 엄마가 딸의 병을 알기 위해 애쓰는 단계를 넘어 환자인 딸과 병을 함께 껴안고 이겨나가는 육여 년의 기록이다. 딸의 병력 기록과 관련 사례에 대한 꼼꼼한 자료 덕분에 독자인 나도 양극성 장애라는 병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친김에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와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를 읽으려 했으나 본문 중 '상처 입은 위대한 영혼들' 챕터에 나오는 버지니아 울프와 실비아 플러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와 실비아 플러스를 자살, 우울증, 양극성 장애, 자해 등의 카테고리로 묶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결국 이 히스테릭하고 처절한 작가들의 생을 돌아보며 자신의 딸이 겪는 병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병에 대한 이해를 구하지만 독자인 나는 그들의 삶이 주는 강렬함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진즉에 관심을 가질 법도 하건만 20세기를 살아간 영미권 여성 작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소연했던 나로선 그들의 인생이 그저 자극적으로만 다가왔다.


특히 가스오븐에 머리를 박고 자살한 실비아 플러스에 대한 고찰은 '페미니즘'이라는 큰 벽을 통과하지 않고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조심스레 골라본 책이 이 책들이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저자산드라 길버트, Susan Gubar출판북하우스발매 2022.09.07.










여전히 미쳐 있는 저자산드라 길버트, Susan Gubar출판북하우스발매 2023.07.25.







40년 간격으로 출간된 이 두 권의 책은 다루고 있는 내용을 떠나 벽돌책의 부피로도 압박해 온다. 페미니즘 넘기 힘든 주제다. 페미니즘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관련서를 수 십 권은 찾아 읽어야 직성이 풀리겠지만. 내겐 그럴 에너지가 없다.  단순히 실비아 플러스의 생이 궁금하다면 그녀의 작품들을 찾아 읽으면 될 것을.. 그것도 만만치 않다.  한때는 광(狂)기 어린 예술가들에 빠져들어 맘껏 탐닉한 적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이제 노쇠해 버린 나의 연약한 신경계는 관련 독서를 포기하게 한다. ( 이게 다 에스트로겐 부족 탓이야! )

그래. 페미니즘 은 다음생에 연구하는 걸로~

아쉽지만 나의 널뛰는 관심사로 인해 오늘의 독서는 실패!!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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