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맑은 하늘을 보이는 토요일이다.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걷기에 너무 좋은 쾌적함이다. 근간의 요란했던 3월의 날씨를 생각하면 오늘의 날씨는 너무도 소중하다. 이런 날은 맘껏 누리면 된다. 우중충한 날 괜한 날씨 원망하지 말고..
도서관 맞은 편 작은 카페에 들어가 차를 한잔 마시고 도서관 이층으로 올라갔다. 대여했던 책 두어권을 반납하고 탁자가 있는 빈자리에 앉았다. 어제 부터 읽고 있는 서경석 교수의 책 [ 내 서재 속 고전 ] 을 꺼내 든다.
저자가 책 속에서 소개하는 스무 편 남짓한 고전들은 생소하다. 아쉽게도 한편도 제대로 읽어본 책은 없지만 그래서일까? 저자를 신뢰하며 따라가는 여정은 흥미롭다.
서경식 교수의 책은 얼마전 읽은 [나의 미국 인문기행 ] 이후 두 번째 책이다. 나의 미국 인문기행을 읽고 서경식 교수의 전 작을 찾아 읽기로 마음먹었다. 더불어 조건이 있다. 음미하듯 천천히 읽기로...
한동안 인문학서를 멀리했다. 갈수록 천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기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문학의 힘을 신뢰하지 못한 까닭이다. 하지만 아직도 변방에서 목소리를 내는 인문학자가 있었다는 사실에 고개를 숙이게 됐다. 책 곳곳마다 지식인의 올바른 역할과 인문학의 가치를 항변하던 저자는 나의 미국인문 기행을 끝으로 생을 마감했다. 갠적으로 더 이상 저자의 책을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반면 저자를 예후하는 차원에서라도 전작을 읽어야 한다는 건 충분한 명분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담담하고 솔직하게 써 내려간 저자의 문체가 무척 맘에 든다. 나도 저자의 글쓰기를 닮고 싶다.
도서관에서 읽은 챕터 중 몽테뉴 여행기가 인상깊었다. 16세기 프랑스, 독일을 거쳐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몽테뉴 여행기는 이국의 풍습부터 음식이나 소소한 개인사까지 다루고 있다고 하니 흥미롭다. 언제나 동경하는 유럽여행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요원한 일이니 만큼 여행기는 언제나 구미가 당긴다. 책으로나마 당시의 유럽을 목도한다는 것이야말로 독서하는 자가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니겠는가?
몽테뉴 여행기를 다음 읽을 책 목록에 추가하는 건 당연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