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의 성질을 탐구하다
대학 신입생이 되고 또 회사의 신입사원이 되면서 많은 술자리를 가지게 됐다.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은 초록색 병에 들은 소주였다. 그런데 나는 이 소주가 참 싫었다. 거친 알코올에 화학약품 같은 향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마시면 속이 쓰렸다. 거기에 더해 강압적이고 부어라 마시는 술 문화가 나를 더욱 괴롭게 했다.
이렇게 술을 혐오하던 내가 지금은 술을 좋아함을 넘어 직접 술을 빚어먹기 까지 한다. 그렇다고 초록색 병의 소주가 기적적으로 좋아진 것은 아니다.
술을 싫어하던 내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매일같이 와인과 맥주를 마셨는데, 술 이라는게 참 맛있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맛있는 술이 없을까? 그 해답은 바로 술의 본질에 있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초록색 병의 소주는 사실 진짜 소주가 아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소주 맛 알코올음료 정도라고 해야 할까. 우리 조상들이 전통적으로 마셔온 소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쌀, 물, 누룩으로 탁주(막걸리)를 빚는다.
2. 탁주의 술 지게미를 가라앉히고 위에 맑은 부분만 떠서 청주를 얻는다.
3. 청주를 소줏고리에 넣고 증류해서 소주를 얻는다.
자연적인 재료로 발효주를 만들고 이 발효주를 증류시켜서 얻는 것이 증류주인 소주다. 우리가 아는 위스키나 고량주도 비슷한 방식으로 제조되는 증류주다. 일단 술을 빚는데 쌀이 상당 양 들어가고 탁주에서 청주를 뜨면 양이 더 적어지고, 청주 몇 병을 넣어야 소주 한 병이 증류되어 나온다. 그리고 술을 빚고 숙성시키는데 최소 몇 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사실 우리나라 소주는 위스키나 고량주처럼 도수가 높고 값이 비싼 고급주에 속한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초록색 병 소주는 왜 이리 저렴한 것일까? 초록색 병 소주는 흔히 희석식 소주 또는 화학식 소주라고 부른다. 이 희석식 소주를 만드는 방법은 식용 알코올인 주정에 물을 타서 도수를 맞추고 과당을 첨가해서 단맛을 추가한다. 그리고 기타 첨가물을 넣어 술의 안정성이나 맛을 조절해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전통 소주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러운 맛도 없고, 내가 그렇게 느껴왔던 거친 알코올과 화학약품 향이 나는 것이었다. 게다가 당연히 우리 몸에는 백해무익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막걸리도 조금 낫지만 비슷하다. 전통 막걸리의 경우 쌀과 물과 누룩만을 사용하여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막걸리의 원주는 높으면 도수가 18도 정도 된다. 그런데 시중의 막걸리는 대부분 외국산 쌀을 사용하며 신선도 문제로 쌀을 뻥튀기한 팽화미를 사용한다. 군대 전투식량에 들어있는 물을 부으면 밥이 되는 바로 그 쌀이다. 또한 전통 누룩을 사용하지 않고 일본식 방법인 입국(정해진 균을 배양해서 집어넣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리고 물을 많이 희석해서 도수를 대중적으로 낮춘다. 이렇게 만들어진 막걸리는 밍밍하여 맛이 없기 때문에 아스파탐이라는 화학 감미료를 넣는다. 우리가 흔히 막걸리는 마시면 다음날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머리가 아픈 이유는 아스파탐이 편두통을 유발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우리의 전통술이 대부분 사장되었다.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술들은 그 잔재인 것이다. 전통주는 지금까지 우리가 마셔온 술보다는 값이 비싸다. 하지만 우리가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진짜 우리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가 이 글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전달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