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의 성질을 탐구하다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집에서는 직접 로스팅도 하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마신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커피 인플로언서들이 전달해주는 업계의 소식이나 지식을 얻기도 한다.
이런 내가 가끔 방문하게 되면 굉장히 곤란해하는 카페가 있는데, 바로 스타벅스다. 몇몇 이유 중 가장 곤란한 것은 스타벅스에는 내가 마시고 싶은 음료가 없다는 것이다.
커피 마니아와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고급 커피 전문점과 같은 이미지를 가진 스타벅스이기에 굉장히 의아한 표정을 짓곤 한다.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커피가 맛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맛이 있고 없고는 개인 취향의 문제라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커피라는 음료가 가진 본질이 존재하며 스타벅스의 커피는 이런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스타벅스 커피가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은 쓴맛과 탄 향에 있다. 스타벅스가 처음 생겨날 때에는 커피의 원료인 생두의 품질이 좋지 않았고, 이런 품질의 결점을 감추기 위해 강하게 태워서 로스팅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또한 스타벅스는 국제적인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배로 각 나라에 전달한다. 우리나라에 원두가 들어오는 데에 몇 달이나 걸리기 때문에 아무리 포장기술이 좋다고 하지만 신선도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디에서든 일정한 맛을 내려면 재료의 특징을 죽이는 강하게 태우듯 볶는 방법이 알맞았던 것이다.
이렇게 쓰고 탄 맛의 커피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맛에 적응해왔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이런 커피가 커피 답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커피의 본래의 맛은 쓴맛과 탄 향이 아니다. 커피는 커피나무의 열매 안에 들어있는 씨앗이 원료다. 과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신맛과 단맛이 가장 먼저 발현된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형성된 지금에 와서는 생두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에 많은 로스터리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낼 수 있는 로스팅 기법을 사용한다. 생두를 볶아 원두로 만들 때, 재료 본연의 맛을 낼 수 있도록 태우지 않고 적정하게 볶아 내면 산미와 단맛 그리고 복합적인 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만약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다되어가 할인 판매하는 저품질의 소고기를 저렴하게 사왔다면 웬만해서는 스테이크로 구워 먹진 않겠지만, 스테이크로 먹는다고 해도 조금 태우듯 구워서 안 좋은 맛을 가려서 먹을 것이다. 그런데 누가 신선한 최상급 소고기를 선물해줬다고 하면 핏기가 보일 정도로 살짝 구워서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며 먹을 것이다.
만약 신선한 최상급 소고기를 바짝 태워서 먹는 것이 취향이라고 한다면 그것도 존중하지만, 먹는 사람의 건강에 해롭고 그 맛이 소고기 본질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그 값에 비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