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은 공장에서 창조되고, 브랜드는 마음에서 창조된다." - 월터 랜더
소비는 사람이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고 제품/서비스를 선택, 구매, 사용함으로써 해당 욕구를 충족하는 전체 과정을 말한다. 소비 욕구는 소비자 수만큼 다양하지만, 인간 모두에게 공통된 기본 욕구도 있다. 의식주에 대한 욕구가 바로 그것이다. 생존을 위한 기본 필수품이 해결된 다음에는 보다 주관적인 욕구가 대두한다. 이 욕구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달라지고, 이 라이프스타일은 다시 개인이 속한 문화, 사회, 사회집단. 사회계층에 따라 달라진다.
구매 동인은 기본적 욕구라기보다 주관적 욕구다. 개인적 욕망과 소망이 그가 무엇을 구매하느냐를 좌우한다. 사회적 압력도 선택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자기 주변에 속하고 어울리려는 필요, 또는 또래집단보다 뛰어날 필요가 우리의 구매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는' 이유에 대해 정리한 이유는 사람들의 구매 이유와 선택의 계기를 이해하는 것이 브랜드에 민감한 현대의 소비자에게 보다 적절하고 성공적으로 접근하는 열쇠가 된다. 소비자의 구매 행위는 인간의 기본 욕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브랜드가 그것을 선택한 소비자를 설명한다. 그의 라이프스타일과 사회적 야망을 대변한다. 소비문화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은 그 브랜드가 자신의 개인정체성 또는 자신이 창조하고 싶은 개인정체성을 반영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예시가 할리데이비슨이다. 그 비싸고 거대한 바이시클을 타는 이들의 옷차림과 표정을 보아라.
브랜드가 약속하는 만족감은 구매 시점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용하고 경험하는 동안의 만족감도 포함된다. 또한 브랜드는 소비자와 정서적 유대를 구축해서, 소비자에게 항상 유일무이한 선택이 되고 나아가 평생의 인연이 될 것을 목표한다.
브랜드 창조 과정, 즉 브랜드의 디자인과 마케팅이 제품, 서비스, 사업의 성공을 좌우한다. 21세기에는 브랜드가 대변하는 실제 물건보다 브랜드 이미지의 조작과 제어가 더 중요하다. 브랜드는 로고를 넘어서고, 제품 컨셉을 온전히 아우르고, 품질과 예측가능성을 약속한다.
브랜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차별화다. 즉 자사 제품/서비스를 경쟁 제품/서비스와 '달라 보이게'하는 것이다.
차별화에 주로 이용되는 것이 브랜드 가치다. 브랜드 가치는 브랜드를 떠받치는 근본 신념 또는 철학이다. 이것이 브랜드를 경쟁에서 차별화한다.
브랜드 특화의 다른 방법은 브랜드에 개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개성에는 성실, 신명, 유능, 세련, 야성 등 다양한 페르소나가 있다. 이러한 페르소나는 타겟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테두리가 되어준다. 또한 SNS 기반 브랜드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모색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상시 접속, 상시 연결이 가능해진 시대에 산다. 소비자는 점점 더 유식해지고 노련해진다. 자신에게 적절하고 타당한 것만 골라 소비한다. 지금 브랜드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거대 관계망 속의 유기적인 일부가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직접성, 융통성, 휴대성, 상호작용성, 소유 가능성을 갖추고 소비자와 보다 깊게 그리고 보다 감성적 수준으로 엮여야 한다.
브랜딩에 성공하려면 타겟 고객의 니즈와 원츠를 알아야 한다. 이때 니즈는 결핍 상태를 벗어나려는 욕구라면, 원츠는 니즈 충족 방법에 대한 구체적 지향이다. 휴식이 니즈라면 수면, 독서, 여행은 원츠다. 브랜딩 과정에서 타겟 고객의 니즈와 욕망과 소망을 고려하고, 브랜드에 현재의 시장 상황과 경쟁 제품/서비스를 반영해야 한다.
브랜딩 전략 개발 방법은 가지각색이지만, 디자인 대행사들은 대개 리서치부터 시작한다. 브랜딩 작업에 착수하기 전에 브랜드 창조 과정의 길잡이가 될 리서치 자료를 폭넓게 모아야 한다. 이 자료는 시장 조사 자료, 마케팅 통계 자료, 경쟁자 분석 자료, 고객 요구사항 등을 망라한다.
이후 크게 다섯 단계로 요약된다.
1. 소비자 조사와 비주얼 조사
2. 컨셉 개발
3. 디자인 개발
4. 디자인 실행
5. BI 테스트
그림 마크, 상징적 마크, 워드 마크 등등 여러 종류의 로고가 있으나 어떤 형식의 로고를 쓰든, BI의 힘은 결국 그것이 소기의 브랜드 의미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담아내느냐, 그리고 타깃 오디언스가 그것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담아내느냐, 그리고 타깃 오디언스가 그것을 얼마나 빨리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로고는 그 자체로는 그저 하나의 마크에 불과하다. 로고가 그래픽 장치 이상의 존재가 되려면 소비자의 마음에서 의미를 획득해야 한다.
완벽한 로고는 명료하고, 단순하고, 융통성 있고, 우아하고, 실용적이고, 기억하기 쉽다. 로고는 경쟁 브랜드들과 판연히 달라야 하고, 상투적이지 않아야 하며, 타 브랜드의 상표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 독특한 디자인의 강력한 로고는 국가적, 민족적, 문화적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 든다. 이미지는 텍스트와 달리 세계 공용어다.
감성적 임팩트도 중요하지만 로고는 일단 기능적이어야 한다. 어떤 제품/서비스를 대변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의 경우 로고는 다양한 종류와 포맷의 홍보물에 등장한다. 로고에 타이포그래피가 들어 있다면 글꼴이 독특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명료해야 한다. 그래야 작은 아이템에 작게 찍혀도 가독성을 유지한다. 로고에 그림 요소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크기가 줄어도 또렷하게 남아야 한다. 그래서 브랜드 로고는 반드시 고해상도 이미지로 개발하고 저장해야 한다. 해상도를 최소한 300 dpi로 유지한다. 그래야 큰 포맷으로 복사하거나 재생할 때 이미지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슬로건은 브랜드 독특성을 대중의 마음에 새길 목적으로 홍보 매체에 자주 이용된다. 슬로건은 때로는 제품/서비스의 고유 요소를 강조하고, 때로는 브랜드의 약속을 밝힌다. 슬로건은 한 번 보고도 기억에 남아야 하고 한 번 듣고도 입에 붙어야 한다. 슬로건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가치와 약속과 개성과 경험을 함축하고, 그럼으로써 해당 브랜드를 경쟁 브랜드와 구별한다.
대개의 슬로건은 브랜드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는 짧은 문장이다. 하지만 정보 전달보다는 소비자와 브랜드의 정서적 유대 강화를 목표한다.
슬로건의 언어적 보이스톤은 그 자체로 독특하면서도 디자이너가 개발한 시각적 보이스톤과 훌륭히 연동해야 한다. 슬로건도 디자인의 일부고,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한 요소다. 당연히 슬로건에도 미학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타이포그래피의 완결성, 로고 대비 비율, 사용된 컬러 모두 로고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슬로건을 문구와 함께 상표로 등록하기 쉽다.
브랜드 아키텍처는 기업이 보유한 여러 브랜드의 위계 구조를 말한다. 상위 브랜드는 기업 브랜드, 모브랜드로 불린다. 가장 흔한 구조는 하나의 상위 브랜드 아래에 다수의 하위 브랜드가 포진한 구조다.
브랜드 아키텍처도 브랜드 전략의 하나다. 비즈니스 목적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관계 구조를 최적화하려면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상위 브랜드가 안정되어야 이를 발판으로 신생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
CLEAIR의 경우에도 커피를 시작으로 음료,차 제품들과 건강제품, 화장품 등으로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이를 고려해서 첫 브랜딩 작업을 해야 한다.
브랜드는 일정 수준의 성공을 거두면 제품/서비스 다각화를 통한 성장을 모색한다. 이때 기성 브랜드는 모母브랜드가 되고, 새로 생기는 브랜드들은 다수의 하위 브랜드가 되어 하나의 브랜드 패밀리를 형성한다. 한 패밀리에 속한 브랜드들은 저마다 독자적 정체성을 가지는 동시에 모브랜드의 본래 가치도 반영한다.
브랜드가 특정 제품으로 타겟 고객의 마음과 감성을 사로잡으면 강한 브랜드가 된다. 브랜드가 본래의 제품 카테고리를 뛰어넘어 더 크고 강력한 의미나 경험을 대변하게 되면 위대한 브랜드로 등극한다. 성공적인 브랜드 확장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다음에는 어떤 제품/서비스로 어떤 고객을 새로 공략할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본래의 브랜드 에센스는 지켜야 한다.
BI를 창조할 때, 물리적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브랜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너는 누구인가?' 시작 단계에서 기업을 탐색하고 기업의 제품/서비스의 주요 기능을 파헤쳐야 한다. 간단히 말해 기업이 하는 일이 뭔지 알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브랜드 철학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브랜드 약속은 말 그대로 브랜드가 제안하는 여러 약속을 요약한 것이다. 브랜드 약속은 브랜드의 감성적 특성을 고안하는 바탕이 되고, 역으로 브랜드의 감성적 특성은 브랜드 약속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매개가 된다. 한마디로 브랜드 약속은 브랜드를 경쟁에서 차별화한다.
브랜드 약속은 슬로건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의 약속은 '낙관과 희망의 순간들을 일으키는 것'이지만, 슬로건은 시류에 맞는 소통을 위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좋은 브랜드 약속은 특정 니즈나 욕망에 부응하고 소망을 실현할 방법에 대해서만 말한다. 좋은 브랜드 약속은 세월의 시험을 견디며, 브랜드 약속을 지속적으로 구현해서 충성도 높은 소비자 기반을 닦은 기업만이 장수할 수 있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단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구매한다. 그만큼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 속성, 브랜드 연상의 성공적 창조가 중요해졌다. 이들은 대체로 무형적이고 주로 상징적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무의식에 저장되어 구매 행동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브랜드 전략의 성공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마음과 머리를 사로잡으면 우상적 위상을 얻는다. 그런데 요즘은 성공의 결정적 잣대가 브랜드 종족이 있느냐 없느냐가 되었다. 브랜드 종족이란 특정 브랜드를 향한 열정과 충성도를 공유한, 마음과 뜻이 통하는 사람들의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그룹을 말한다. 이들은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받아들여 그것을 실생활에 적용한다. 브랜드 종족들의 활동은 해당 브랜드를 보는 남들의 인식과 평가에도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인식 가치는 바로 소비자가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른 가치다. 비실체적이고, 브랜드에 엮여 있는 감성적 속성에 연동한다. 브랜드 가치는 브랜드가 약속을 이행하는 이유인 동시에 방법이다.
일주일에 2백만 병 이상을 판매하는 음료회사 이노슨트는 '오로지 과일로 과일로만'이라는 슬로건을 달고 판매한다. 이들의 브랜드 가치는 지속가능한 영양, 지속가능한 재료, 지속가능한 포장재, 지속가능한 생산, 수익 나눔이라고 웹사이트에 명시되어 있다.
이노슨트가 브랜드 가치를 '사는'방법은 이렇다.
본사 빌딩인 프루트 타워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쓴다.
과일 납품업체 선정 시, 노동자와 환경을 보호하는 업체인지 따진다.
바나나는 전량 열대우림 보호 연합이 승인한 농장들에서 납품받는다.
매년 총수익금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브랜드 자산'은 브랜드가 제공하는 제품/서비스가 아니라 브랜드명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서 비롯되는 상업적 가치를 말한다.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싼 PB 제품을 놔두고, 기꺼이 웃돈을 보태 브랜드 제품을 산다. 이때가 브랜드 자산이 목격되는 순간이다. 즉 브랜드 자산은 브랜드명이 제품의 가치에 얹어 주는 부가가치다. 브랜드 자산은 대단히 값진 상품이다. 기업이 신제품에 같은 라벨을 붙여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은 이 브랜드 자산 덕분이다. 브랜드 자산이 강하면 현재의 고객층은 신제품이 나오는 족족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비자가 신생 제품을 곧바로 기성 브랜드에 연계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충성도가 브랜드 매출보다도 높은 재무적 가치를 가진다.
브랜드 자산은 다음과 같은 핵심 질문에서 출발한다. "고객이 오늘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들이 내일 취할 행동은 무엇인가?"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객의 생각은 어떤가?"
브랜드 스토리는 브랜드에 의미를 부여하고 브랜드를 정의한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소매유통 산업 전반에 대해 점점 더 박식해지고,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이 어디에서 오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권리를 주장한다. 이때 제품에 배경을 제공하는 브랜드 스토리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브랜드 스토리는 제조자 개인의 인생사일 때도 있고, 감동적 고객 경험을 곁들인 제품 해설일 때도 있다.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교육적이고, 때로는 심지어 저항성을 띤다. 다만 중요한 것은 타깃 오디언스에 맞는 보이스톤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스토리는 고정불변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고객과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고 거기 대응하기 위해 스스로 진화한다. 다만 성공적 브랜드 스토리 개발의 관건은 해당 제품/서비스의 핵심 사실을 명백히 하는 것이다. 이것이 메시지의 핵심이다. 동화 속 교훈처럼, 브랜드 스토리를 오래 가게 하는 것은 거기 내재한 '진실'이다.
브랜드와 패키지는 이야기를 포함해야 한다. 그냥 이야기가 아니라 물건과 어울리는 이야기여야 한다. 제품의 본질과 역사와 탄생을 명료하고 창의적으로 드러내는 이야기는 소비자의 감수성을 건드려 그들과 정서적 유대를 맺는다.
키스플래시 크리에이티브의 대표이사 수잔 기넬리우스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서사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한다. "스토리는 브랜드 충성도와 브랜드 가치 구축이라는 화학작용을 돕는 완벽한 촉매입니다.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에 정서적 유대가 형성되면 브랜드의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하지만 주의사항도 있다. "이 방면의 글쓰기 스타일은 일반적인 광고 문구와는 달라야 합니다. 브랜드 스토리는 자기 홍보가 아닙니다. 브랜드 스토리는 브랜드를 간접적으로 팝니다." 기넬리우스는 세 가지를 유념하라고 당부한다.
첫째, '말하기보다 보여주기' 감성을 일으키는 묘사적 서술이 필요하다.
둘째, '플롯'의 영리한 전개이다. 한 번에 이야기의 결론을 내버리면 청중과의 관계를 오래 지속할 기회가 날아간다.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되 당장 결말을 제공하지 않는다. '다음에 계속'이라는 약속을 남기고 홀연히 이야기를 끊는다. 최고의 픽션 작가들이 각 챕터의 마지막에 하는 것처럼.
셋째,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지 않는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기대를 알아야 한다. 해당 이야기가 본인의 인식이나 기대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납득하지 못하면 소비자는 브랜드에게서 등을 돌린다. 그리고 자신의 기대에 일관적이고 지속적으로 부응해 줄 다른 브랜드를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