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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문영 Mar 16. 2018

CD 사기

시티팝 4집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3집을 불법으로 내려 받아 들은 까닭에 이번에는 새 앨범을 사고 싶었다. 시험 삼아 유튜브에 올려진 음악을 듣기로 했다. 재생버튼을 클릭했다. 통신 회선이 좋지 않은지,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동영상을 보고 있는지 버퍼링이 심했다. 그래도 초반부에 나오는 음이 좋았다. 앨범을 사기로 했다. 나는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소매가 너덜거리는 점퍼를 걸치고 반바지를 벗고 청바지를 입었다. 역내 위치한 음반점에 가기로 했다. 가까운 거리다. 걸어서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현관에서 슬리퍼를 신었다. 3월 말이다. 이제 따듯해지려는 참이었다. 쇠문을 열었다. 도어 클로저가 고장이 나서 힘을 주어 문을 닫았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내 뒤에서 띠딩, 하고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 측면에 부착 된 거울을 바라보았다. 1층에 닿을 때까지 거울을 보다가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사람이 나를 바라보기 전에 얼른 거울바라기를 멈추고 엘리베이터를 나섰다. 생각보다는 좀 추웠지만 몸이 떨릴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 슬리퍼에 주의를 기울일까봐 신경 쓰였다. 아파트 단지 후면에 조성된 공원을 지나 육교를 건넜다. 그곳에 더 큰 공원이 있었다. 그 공원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고 쭉 나가야 한다. 모든 건축물들이 잘 정리되었다. 나는 그 위를 가볍게 걸어 다녔다. 건널목에서 기다릴 때 나는 같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곁눈질했다. 그 사람은 내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신호등이 길을 건너라고 말했다. 길을 건너는 동안 바지 아랫단이 축축해진 느낌이 들어 아래를 바라보니 아스팔트가 젖어 있었다. 어제 오후 늦게까지 비가 내리더니 아직 마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원심력 때문인지 발가락과 바지가 좀 젖었지만 개의치 않고 가던 길을 갔다. 이제 완전히 도심이다. 각종 빌딩 숲에 나는 둘러싸였다. 작년 새로 이사 온 이곳은 중소기업들과 대기업들이 밀집되어 하나의 회사 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평방 수십 km 넓이의 공간에 수많은 빌딩들이 건설되었다. 수많은 그 빌딩들은 저마다 자신의 미끈한 모양들을 뽐내었다. 나는 그 빌딩들의 가장자리를 지나 역 내에 위치한 음반점에 갈 생각이다. 계속 걸었다. 목적지까지는 약 2km정도가 남았다. 날이 점점 추워졌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아, 저…… 시티팝 4집 나왔나요?”

  주인은 진열대를 훑어보며 물었다.

  “뭐라구요? 신봅니까?”

  “네.”

  잠깐 찾아보던 주인은 나를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모든 음반을 다 주문하지는 않아서요. 주문하면 내일 받을 수 있는데, 그러실래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네.”

아무런 수확 없이 가게 문을 나선 나는 발바닥이 더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 발이 얼 것 같았다. 나는 집에 주춤주춤 돌아왔다. 그리고 내 방에 돌아와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래도 그것도 운동이라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얼굴은 이미 붉어 있었다.

귀밑 머리카락에서 땀이 떨어졌다. 똑, 나는 오른손 검지로 물을 받았다. 입을 벌렸다. 혀를 내밀었다. 검지를 혀에 찍었다. 쓰고 짠 맛이 혀에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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