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고, 눈을 떠도 무엇을 할 수 없다.
20.05.04 새벽 3시
금요일 저녁에 오랜만에 낯선 사람들과 반가운 모임을 가졌다.
오랜만에 거나하게 취했었고,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오래간만에 숙취로 일어났지만, 이 정도는 전에 비하면 대단치 않기에
점심에 있을 결혼식을 가기 위해 목욕탕을 갔다.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오자마자
어지러워 휘청였다.
잠시, 몸을 가누고 누워서 쉴 수 있는 곳에 누워서 잠깐의 잠을 잤지만
일어나서도 어지러움이 가시지 않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몸을 대충 씻고 집에 와서 잠시 잠을 잤다.
1시간만 잠들려고 했는데 눈을 떠보니 벌써 결혼식이 지나도 한참 지날
시간이었다.
제대로 못 일어났다는 낙담보다 일어났음에도 몸이 무거우며,
온몸이 가시에 찔리듯 아펐다.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외식을 하고 들어오는 길에 산책이라도 하면
나으려니 싶었는데,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러고 나서 저녁에 일찍 잠이 들려고 누웠지만, 낮에 잠을 자서인지,
아니면, 몸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 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을 누워있었을까? 그냥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좀 더 시간을 가치 있게 쓰자는 마음에 책상으로 가서 주말 동안 읽겠다고
계획했던 책을 컴퓨터로 정리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곧 기력이 안 따라줘서 컴퓨터로 정리는 고사하고, 읽는 것도 힘들어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래 드라마라도 보자라는 마음에 요새 유행하는
드라마를 보았는데, 눈이 계속해서 뜰 수가 없었다. 잠이 오려나 보다 싶었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그저 눈이 시려서 오래 뜨기 힘든 것뿐이었다.
그 한 편을 다 보고 더 이상 늦잠자기 싫어 잠을 청하고 겨우 잠이 들었다.
그다음 날이 되어도 컨디션은 그대로이고, 오늘 오프라인에서 오랜만에
예배를 드리고 오늘이 첫 모임이기에 준비하고 나가야지 했는데 도저히
몸상태가 좋지 않아 결국 다시 자리에 누웠다.
거기 가면, 이번에 새로운 팀이 결성되어 새로운 이성과 만날 기회도 되고
오랬만에 교회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낼 것인데...
끝나고 카페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그녀도 볼 수 있을 것인데...
몸이 아프고 축 쳐지니 만사가 귀찮았고, 이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나중에 밥은 먹고살 수 있을지, 혹시 이러다 폐지 줍는 것 아닌지...
별에 별 두려움이 찾아오고, 나에 대한 실망이 물 밀듯이 밀쳐 왔다.
그러다 잠이 들고 오늘도 외식을 하자는 부모님의 의견을 수용해서
어제와 똑같은 집에서 먹고 이번엔 집으로 그냥 차를 타고 왔다.
여전히 눈이 가물가물거렸다. 근데 잠은 오지 않아서
영화를 헤드폰과 연결해서 소리를 크게 하고 보았다.
그리고 정신이 들자 나도 모르게 쓸데없는 짓을 하며 벌써
이 시간까지 이러고 있다.
운동조차 하기 버거운 이 몸상태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 한 줄 읽기 버거워하는 이 마음으로 과연 발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요즘은 왜 이리 무서워지는 것이 많을까?
그래도 내일은 돌아오고, 나는 살아야 하기에 오늘도 잠을 청해 본다.
부디 내일 아침 지각은 하지 말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