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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솜 Oct 31. 2020

이렇게 부모가 되어간다.

할머니 품에 안겨있는 알맹이

아이를 낳고 눈물이 많아졌다. 이제 막 손과 팔의 사용법을 터득하기 시작한 아이가 안아 달라는 듯 날 향해 팔을 뻗어 올리는 게, 그렇게나 눈물 날 일인가? 아이를 품에 안고 토닥토닥 재워서 침대에 눕힌 뒤에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미쳤나 봐. 미쳤나 봐.' 중얼거리며 휴지로 눈을 꾹꾹 눌렀다.


그러다 생각이 났다. 잊고 있었던, 완전히 잃어버린 줄 알았던 그 기억이.


양복점에서 일했던 엄마는 새벽같이 나가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물에 젖은 나비처럼 축 늘어진 채 엉덩이를 붙여 볼 세도 없이 휘적휘적 방바닥을 훔치던 엄마. 하루 종일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나는 손을 뻗어 엄마의 등에 매달렸다. 대여섯 살이나 되었으려나. 그 어린아이는 엄마의 등 끝에 겨우 매달려서 '내가 이러면 엄마가 더 힘들겠지' 생각했던 것 같다.


양복일이 성수기가 되면 엄마의 귀가 시간은 더 늦어졌다. 저녁때쯤 까무룩 잠들었다가 눈을 떴는데 주변은 어둡고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밤. 그럴 땐 옷걸이에 걸려있는 엄마 옷을 끌어안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얼굴을 부비고 냄새를 맡으며 다시 눈을 꼬옥 감았다. 빨리 엄마가 돌아와서 날 깨워주기를 기대하면서.


아이가 날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봉인 해제된 이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와 심장을 때렸다. 힘든 엄마를 내가 더 힘들게 하면 어쩌나 걱정하면서도 매달리던 아이가 너무 딱하고, 당신의 아이를 가슴에 안아 올려 줄 여력도 없을 만큼 고단한 삶 속에 있었던 엄마도 너무 안쓰러워서 도저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내 아이는 힘닿는 데까지 안아 키울 작정을 했다. 태어난 지 100일 만에 몸무게가 8kg이 넘은 우람한 아이지만, 덕분에 난 진통제를 달고 있지만, 언제든 엄마를 향해 팔을 뻗으면 기분 좋게 안긴 기억을 물려주고 싶다. 내가 받지 못한 것은 어떻게든 주고 싶은 마음, 그걸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희생도 기꺼워지는 게 ‘부모의 마음’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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