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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송 Jan 19. 2016

우리 셋 in Vancouver 2

두 번째 이야기: 정착-자잘하고 중요한 것들

2012년 9월 4일 1학기 개학을 며칠 앞둔 8월 말에 밴쿠버에 입국한 우리는 이것저것 정착을 위한 준비에 정신없이 바쁘다. 시차 적응? 컨디션 조절? 그게 뭐예요?

 

왜 이렇게 학기 시작 날짜에 임박해 도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을 출발하는 비행기가  지연되는 바람에 예정시간을 한참 지나 밤이 다 돼서야 도착한 우리 셋. 한국에서 보낸 짐들이 도착되려면 아직 멀었고  맨바닥에 (아니, 맨 카펫 바닥에) 수건을 죽 펼치고 아이들과 나란히 누워서 서로 말이 없다. 혹여나 자신의 불안감이 전해질까 싶어,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배려하는 우리들. 아이들도 나도 별 말없이 간간이 뒤척이며, 자려고 애를 쓰며 그렇게 첫 밤을 보낸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다.

-고 신영복 선생님-




어디에서건 일단 '살기'로 결정을 했으면 그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절차들이 있을 것이다. 뭐, 전기세도 내야 할 것이고 등등.. 우리는 유령이 아니니까. 다른 이들과 부대끼며 기본을 지키며 의무를 다하며 살아야 하는 생활인이니까.

오늘은 찬찬히  조목조목 그것들부터 한번 풀어놔볼까. 또한 긴 글이 되겠구나..





아이들이 한 일


1. 교육청 방문

국제학생으로 캐나다 학교에 입학을 한 학생들은 학기 시작 전 해당 교육청에서 English Fluency Test를 받아야 한다. Writing, Reading, Speaking에 관한 각자의 레벨을 테스트하고 이 결과에 따라 해당 학교의 ELL (English Language Learning) 클래스에 배치가 된다. 보통 한 학기나 한 학년에 걸쳐 참가하게 되는 ELL 수업은 학기마다 신청한 다른 과목의 수업들과 함께 병행이 되며 각자 정해진 시간에 별도의 ELL 교실로 옮겨 수업을 한다. 처음 교육청에서 보는 테스트의 결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실력이 있는 학생들은 바로 본 수업에 투입시키며 중간중간 담당 ELL 선생님의 코멘트와 학생의 진척 상황에 따라 레벨을 올리기도 내리기도 하고 이만하면 됐다고 판단이 되는 학생들은 바로 ELL 반을 떠날 수 있는데 이러한 유연함이 마음에 들었다.


 2. 학교 투어 및 수강 신청

캐나다 BC (British Columbia) 주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10학년부터 12학년까지 총 80 학점 이상이 필요하다. 보통 한 과목에 4 학점이고, 필수 과목에서 48 학점 이상, 선택 과목에서 28 학점 이상 총 80 학점 이상이 나와야 한다. 첫 학기 수강 신청은 되도록 너무 어렵지 않은 과목 위주로 신청을 한다.


                                             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하기로 하자.



내가 한 일


1. 부동산 방문

캐나다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없는 게 없다는 그 유명한 craigslist, kijiji 등의 사이트 들이 그것이다. 물론 리얼터를 통한 집 찾기도 가능하지만 렌트의 경우 수임료가 든다. 나의 첫해는 유학원 정착 서비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우리가 캐나다에 도착하기 전 미리 집을 구하는 것에 대한 서비스를 받았다. 캐나다 도착 후 부동산을 방문, 실 입주자가 나라는 것을 알리고 필요 서류에 사인을 한 후 deposit (보증금)을 예치한다. 보통 한 달치 렌트비의 50 퍼센트이며 계약이 끝난 후 이사를 갈 예정이면 집주인이나 해당 부동산의 담당자와 집에 이상이 없는지에 대한 inspection (검사)의 과정을 갖는다. 이상이 없을 시 예치한 디파짓은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고 혹 수리 등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발생되면 이 디파짓에서 차감을 한다.


1년 후 이사를 결심하고 스스로 집을 구하게 된 이야기를 하자면,

1. 원하는 위치와 지역을 정한 후 위의 craigslist나 kijiji에 올라와있는 집을 검색한다. 나의 경우는 craigslist에서 구함.
 2. 렌트비 및 기본 사양 등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기재돼있는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로 연락을 취해 방문 약속을 잡는다. (캐나다의 집들은 대게 세탁기, 건조기, 오븐,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  appliance들이  구비돼있다.)
3. 정해진 시간에 방문을 하여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살핀 후 집의 상태나 전기 기구 등의 상태에 관해 집주인과 확인을 하며 정해진 서류에 서로 사인을 한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캐나다에서는 이사를 나가게 될 때 처음 입주했을 때의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게 해 놓는 것이 보통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상이 있을 시 디파짓에서 차감.
4. 디파짓과 첫 달 렌트비를 지불한다.
5. 집주인이 원할 시 집보험에 가입한다. (나의 경우 일 년에 300불 이상의 상품에 가입)

                http://vancouver.craigslist.ca/

                   http://www.kijiji.ca/


2. 은행계좌 오픈

나의 경우에 첫해에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가 없었다. 캐나다에 나의 신용기록 자체가 없으니까. 어느 정도의 예금을 디파짓 하는 조건으로 계좌를 만들고 현금 체크카드와 같은 debit card를 발급받는다. 또한 집 렌트비나 학교에 간간이 내야 하는 비용 등을 지불하기 위해 개인 cheque(가계수표라고 해야 할까..)를 신청한다. 캐나다에서는 이 체크가 곳곳에 많이 쓰인다.


*구글 이미지 인용


3. 핸드폰 개통

telus, Rogers, SHAW, Bell 등의 모바일 통신사가 있고 fido, koodo, wind 등의 통신사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통신사 들이다. 처음 정착 서비스를 해주시는 분의 소개로 Bell에서 3년 약정 플랜에 가입했고 요금제에 비해 엄청 빈약한 플랜이었으나 약정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거의 3년을 이 통신사를 이용했다. 얼마 전 해지를 하고 koodo로 갈아탐.


4. 인터넷,  TV 설치

telus, SHAW 등의 통신회사가 있다. 프로모션을 비교하여 본인에게 맞는 회사로 설치한다. 인터넷 속도와 텔레비전 채널 수에 대해서는 두 회사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되어진다.


5. 세관 신고하기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서 선편으로 보낸 짐들이 도착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세관신고를 하러 갔다. 웃겼던 건 남편 혼자서는 다 쓰지도 못할 것 같아 집에 있던 치약 한 박스를 같이 보냈었는데 인터뷰 중 치약이 왜 이렇게 많냐며 '너 어디다 팔려고 가지고 온 거야?' ㅋㅋㅋ아놔;;;;;

세관 신고 인터뷰 시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가지고 온 건 내가 다 소비를 할 것이고 남는 건 다시 내 나라에 돌아갈 때 가지고 갈 거다 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기부'같은 단어는 꺼내시지도 말 것.


6. 전기, 통신 등 공과금 납부 등록하기

BChydro는 BC주의 전기를 담당하고 있는 유일한 기관이며 두 달에 한번 전기세를 낸다. 신용카드로의 납부가 안되고 반드시 은행 계좌를 통한 현금 이체를 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 개설한 은행 계좌에 BChydro의 어카운트를 등록한다. 핸드폰이나 인터넷 어카운트도 은행계좌에 등록을 한다. 핸드폰과 인터넷 사용료는 해당 회사의 사이트에서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지만 첫해의 나는 신용카드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현금 박치기.


7. 운전 면허증  발급받기, 자동차 구매하기

한국에서 2종 보통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던 나. 운전 면허증을 공증받은 내용/ 여권/ 방문자 비자/ 한국 면허증을 들고 가 ICBC에서 간단한 질답 및 시력 테스트 등을 한 뒤 캐나다 면허증을 발급받는다. 무슨 질문을 받았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네. 자전거가 오면 멈춰야 하나? 이런 질문도 있었던 것 같은데.. 테스트에 통과하면 노란색 종이로 된 임시면허증을 주며 정식 면허증은 2,3주 후 집으로  배송된다.


*구글 이미지 인용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여러 곳의 딜러샵을 방문한다. 시승도 해보고 가격도 알아보고. 적당한 차를 구매한 뒤 보험을 들어야 되는데 BC 주는 ICBC(Insurance Corporation of British Columbia)라는 단 한 군데의 보험 회사만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여러 보험 회사가 있어 가격이나 서비스 부분을 비교해보고 택할 수 있지만 이곳은 비교 자체를 할 수가 없는 시스템이다. 간혹, 다른 보험 회사 운운하는 경우는 기본적인 보험은 반드시 ICBC에서 가입을 한 후에 일부 옵션 부분만 다른 보험회사에서 가입을 하는 케이스를 말하는 것이다. 보험료는 한국에서의 무사고 증명서를 제출하면 할인을 받을 수가 있는데, 8년? 이상(확실치 않음) 운전 경력 중간에 어떠한 사고라도 기록이 남아있으면 할인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무사고 증명 기록이 최소 8년 이상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야 하는 것인데 즉, 3년 무사고였다가 중간에 사고가 있었고 다시 5년 무사고였다고 한다해도 할인을 받을 수 없다는 것 이지만 이것에 대해선 내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는 없다. 어쨌든 당시 22년 운전 경력을 가지고 있던 나는 중간에 두 번의 경미한 접촉 사고 기록 덕분에 단 한 푼도 할인을 받을 수가 없었다. 보험료를 받아보고는 기절할  뻔했는데 일 년에 무려 3500불 이상ㅠㅠ 차가 없으면 신발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캐나다에서 무슨 보험료가 이다지도 비싼지...


보험료와 차량비를 지불하고 나면  바로 운전을 해서 가지고 갈 수가 있는데 정착 서비스해주신 분 왈, '운전 잘 하시죠? 저  따라오세요.' '네??' 집까지 무려 한 시간 여 거리. 내비게이션도 없이 무작정 본인을  따라오라는..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시차적응이 안돼서 운전하다 졸기라도 하시면  안 되니 옆에서 열심히 말을 걸라는 당부를.. 어이고.. 감사합니다 ㅋㅋ운전이라면 눈 감고도 자신 있는 나지만 그날의 긴장감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간단한 법규라도 알려주던가.. 아마도 나를 강하게 훈련시키시려나 보다. 스파르따!!!


8. 그 외

주소가 나와있는 증명서, 운전 면허증 등을 가지고 도서관 멤버쉽 카드 만들기 등등.                                         




 자, 이제 됐다.                                           

 본격적으로 살아보기, 시작.                                                  

 준비, 땅!!


2016년 1월 18일. 두번째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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