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요리를 잘한다, 그림을 잘 그린다, 노래를 잘한다 따위의 기준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낮고 주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 파스타, 내가 한 찌개, 베이커리가 맛있다고 뿌듯해하며 만나면 자랑도 하고 sns에 사진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주위에도 있다.
솔직히, 시니컬하게 이야기하면..
본인 피셜이지, 내가 사실 맛을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 솔직히 요즘 같은 레시피 표준화, 대중화 시대에 다들 어느 정도 맛들은 내지 않나? 어느 정도 잘하길래 스스로 잘한다고 하는 걸까? 잘한다는 기준이 뭘까?
이보다 더 한 것은,
스스로 그림이 취미이고 잘 그린다고 말하며 뿌듯해하면서 sns에 그림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내가 좋은 그림들을 많이 보고 눈이 높아져서 그런가. 엄마가 화가셔서 그런가. 그림의 의도 같은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기술적인 면이 아직 한참 부족하고 재능이 있다고 하긴 힘들어 보이는데,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다.
블로그 이웃인 어떤 블로거는 잘 그렸다는 말을 듣고 싶은지, 자아도취에 빠진 멘트와 함께 자신의 그림들을 올리는데.. 내 개인 취향을 떠나 잘 그렸다고 보긴 힘든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가식으로도 잘 그렸다고 해주지는 못하겠다.ㅠ
그런데 가만 돌이켜보면 내 생각도 좀 편협되었다. 어쩌면 나는 학창 시절 등수, 수능 백분위 같은 것에 의존해서 "잘한다"는 단어를 떠올리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잘하는지를 따지고 싶어 하는 심리.
우리가 학창시절 했던 "공부"는 딱 성취도를 전국 등수로 매기는 분야였다. 더군다나 내 세대는, 수시 시대가 아니라 정시나 특차로 오로지 수능의 모든 과목 점수를 반영해서 백분위를 매기고 대학에 들어갔던, 세대였다.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같은 분야의 공부를 하고, 경쟁을 하여 그 순위를 매기는 방식에, 내가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내게 뭔가를 잘한다는 기준은, 경쟁의 산물처럼 어느 정도 상위권의 실력을 확보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막상 세상은 학창 시절 '공부'처럼 그 정도로 줄 세우기를 하진 않는데 말이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으면 하는 거고, 관심이 없으면 안 하거나 덜한다. 뭔가를 하기만 해도, 아예 안 하는 사람보단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안 하는 사람보단 잘하는 것이니까.
같이 경쟁을 해서 누가 더 잘하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그냥 하기만 하면, 할 줄만 알면,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얼마만큼' 잘했는지와 상관없이.
성인이 되고 나서는 뭔가를 할 줄 아는 역량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세상이다. 얼마만큼 잘하느냐는, '공부'보단 덜 중요해졌다.
그렇지만, 잘 그리지 않은 그림을 잘 그렸다고 본인 입으로 말하는 등의 자뻑 발언을 나는 잘 못 듣겠다.
스스로 노래를 잘한다고 실용음악과에 간다고 한 제자들이 있어서, 노래를 해보라고 했더니, 너무 못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뻔히 들리는 음악 실력으로도 자아도취에 빠지는데,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술은 해석의 주관적 소지가 있으니 더 자뻑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 막상 음악이든 미술이든 예술 분야의 거장이 자아도취에 빠져 글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대부분 취미 수준도 안 되는 아마추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