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이곳을 내다 버릴까 하다가 해우소같이 쓰다 보니 온갖 감정의 배설물을 토해내는 것 같다. 그런데 내 감정의 토사물들은 지금 다 아기 준비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결혼을 40세에 들어서자마자 했는데, 그 뒤
연골도 다치고, 공부도 한답시고 피임을 하다가
임신 준비를 마흔둘이 되어서야 했다.
그때도 몰랐다. 임신 준비가 이리 힘든 건지.
지금은 지나온 삶들이 후회가 많이 될 지경이다.
자랑으로 쓰는 게 아니라,
나는 내 깜냥에 비해, 2~30대 때,
이성들에게 감당 안되게 인기가 많았다.
주변에서 고백도 많이 받았고, 소개팅도 참 많이 했는데 한 번도 애프터를 안 받은 적은 없고.. 내가 속해있는 공간에서도 다수에게 고백을 받았었다. 직장에서, 모임에서, 친구 오빠로부터 등등...
소개팅을 100번 나가면 진짜 99번, 100번은 애프터를 받았고 다들 적극적이었다.
어떤 이들은 유독 굉장히 적극적인 구애를 하여 집 앞에서 기다리고 날 꼬시기 위한 갖가지 공세를 했던 것 같다.
난 점점 그런 환경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
그런 날 보고, 동성 친구들은 내게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했었다.
(지금은 그때의 모습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지만)
원래는 안 그랬는데 언제든 이성들에게 고백을 받을 거라 생각했는지 은연중에 좀 교만해졌던 것 같다.
솔직히 이성을 만날 때 표정, 말투부터 점점 당차 졌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 보는 눈이 정말 너무 까다로워졌다.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여 거절을 했고
어떨 땐 몇 번 데이트를 하다가 그만둬버렸다.
저 사람은 말투가 소심해,
얼굴에 점이 많아.. 등등.
어떨 땐
전문직종인데 직장이 지방이라서(시골도 아니고 대전인데;)
나이차가 5살은 좀 많은 것 같아서(지금 생각하면 내가 새로 공부하게 된 심리학과 서울권 정교수라, 도움 받았을 수도 있는 사람인데)
너무 공부만 해서 숙맥 같아서
등등등...
갖은 이유를 붙이며 이성을 뻥뻥 차는 날 보고
나중엔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했다. 왜냐면 그중엔 꽤 괜찮은 성품과 조건을 갖춘 사람들도 종종 있었기에..
이 사람 좀 더 만나보라는 얘기도 듣고
눈 좀 낮추라는 둥, 철 좀 들으라는 둥... 의 조언들을 주변에서 많이 듣게 되었다.
나도 철이 없다고 스스로 느꼈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30대 초반, 20대의 첫사랑을 우연히 만나고 그가 간절히 매달렸을 때도 내가 매몰차게 구니 그가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너 그러다가 임신 힘들어지면 어떡하니? 빨리 나 정도 되는 사람 잡아."라는 말. 그 말을 농담 삼아했고,
난 "너 웃긴다."라고 코웃음을 쳤다.
30 초반 사귀던 남자 친구가 결혼 얘길 꺼내고 내가 확답을 하지 않은 채 헤어지잔 뉘앙스를 풍겼을 때도
그가 한 말은, 그렇게 눈 높게 굴다가 훗날 임신 힘들어진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 실제 그렇게 되어버리고 나니 기분이 상당히 이상하다.
내게 차인 남자들 모두, 나보다 훨씬 결혼을 빨리 했고
내가 소식을 아는 사람에 한해선 다 아이 아빠가 되었다.
난 왜 그랬던 걸까?
난 20대 때 첫사랑과 헤어진 뒤론
내게 대시한 남자들 중 꼭 나쁜 남자를 골랐었고
30대 때는 정신은 차렸지만 웬만해선 맘에 드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아 우유부단하기도 했다.
사귀잔 말을 들으면, 좋지도 싫지도 않은 사람이 대다수라 선뜻 사귀질 못하겠더라.
지금 생각하면 나와 사귀다가 헤어진 사람이든,
썸 타다 끝낸 경우든, 대시받고 끝낸 경우든
솔직히 그다지 이상한 사람은 없었는데...
아니 괜찮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난 정말
결혼이 겁이 났었다.
결혼은 실전이라고들 하는데, 이런 단점 있는 사람과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무엇보다 20대 초 뜨겁게 불타오르던 첫사랑을 하고 보니 그 정도의 열기가 식은 것도 큰 이유였다.
그다음은 내가 점점 눈이 높아지기도 했던 건 맞다.
20대 초중반 나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중 진짜 드라마 남주 같은 엄친아들을 만나 결혼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게 뒤늦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드라마 주인공 같은 남성들이 실존해 있을 확률은 정말 없는데 하필 내 친구 몇은 그런 남성들을 어찌 우연히 그리 만난 걸까.
암튼 그랬다.
아주아주 사랑하거나, 내 욕구를 충족시켜 줄 사람.
결혼 전 내 생활보다 다운그레이드 되게 하진 않을 사람.
나중에 이게 아니다, 싶어 내 마음을 좀 내려놨을 때
만난 사람이 지금의 남편인데
아이가 생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미련하게도 뒤늦게야 깨달았다. 내가 참 미련했었다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된 게 다 운명일진 몰라도.
30대 초반, 자기는 남성에게 인기가 없다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대시를 받을 수 있냐고, 인기 많은 내가 부럽다고 밤늦게 울며 전화한 친구는
그 뒤 첫 대시를 해준 남자와 결혼하여 아기 둘 낳고 잘 산다.
그 무렵 비슷하게 말한 친구 역시 34살쯤 결혼하여 아이 셋 낳고 잘 산다.
인기 참 없었는데, 가장 힘들고 가장 살도 쪘을 때 정말 괜찮은 사람 만나 결혼한 친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