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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e Mar 24. 2016

섬 여행자들의 경유지. 빡세(pakse)

24.APR.2015






빡세(pakse)로 가는 슬리핑 버스. 보이는 침대 한 칸이 2인용이다.






사원 앞이나 아침, 저녁 시장에서 만들어 파는 봉헌 꽃






가장 내 입맛에 맞았던 2개에 500원 꼴도 안되는 바나나 구이






패션 푸룻 1kg(1만낍=한화 1,400원~1,500원)






무턱대고 사는 바람에 숙소 주인께 과도를 빌려 반 쪽을 나눠 드리고 3쪽이 남았다.






당도가 지금이 딱 철이라는 망고 스틴






테이블에 올려 놓자 마자 개미 떼의 공격을 받아 단숨에 먹어 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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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APR.2015

차분하고 다정한 미소의 도시, 라오스 남부 빡세(pakse)에 도착하다.


많은 중. 장기 여행자들이 중심지인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을 거치고 난 뒤, 주변국인 태국이나 캄보디아, 베트남으로 바로 가지 않고 가이드북에도 이렇다 할 흥미를 끌만한 소개가 없는 라오스 남부로 이동하는 이유는 섬 돈 뎃(Don det)과 돈 콘(Don khon)을 가기 위해서다.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 라오스에서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을 하루에 다 볼 수 있는 곳이 그곳이다.

아침에 일출을 보고 해질 녘 즈음, 섬의 반대편으로 건너가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중심 도시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현지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섬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누구나 머무르는 경유지. 빡세에서의 평화로웠던 날을 음미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단순히 경유지로써의 의미 이상의 기억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같이 다니던 한국인 오빠와 여러 일행들과의 작별 인사를 고하고 혼자가 된 날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시작부터 나는 혼자였지만, 어느 순간 그 의미가 퇴색되어 단체 생활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에 진정한 혼자로서의 여행은 오늘부터 시작인 셈이다.

밤새 좁은 슬리핑 버스 침대에 누였던 지저분하고 쑤신 몸을 이끌고 터미널에 내려 숙소를 찾아 걸었다.

도착하자마자 아무데서나 씻고 짐은 풀 생각도 않고 바로 잠이 들 요량이었지만 차분하고, 싱긋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스치고,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는 독특한 공기를 느끼니 생각이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여행자의 흔적이 많지 않은 이 곳은 그냥 정말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나 같은 여행자도 이곳에서 오래 살아왔던 사람처럼 서로의 모습의 다름을 느낄 새도 없이 또, 그럴 만한 이유를 찾을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면 그만이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고, 잠깐의 방황도 정성스러운 식사 한 끼, 시원한 음료와 달콤한 바람 한 모금이면 금세 먼 여행길에 오른 배낭처럼 떠나보낼 수 있었다.

이동한 지역에 도착하면, 숙소를 찾고, 가이드북을 집어 들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꼭 해야 할 것'을 찾아 나서야 했던 조바심도 자연스럽게 떠나보냈다.

더운 날씨가 견딜 수 없으면 앉아서 쉬다가 나와 비슷한 얼굴을 한 누군가가 건네 온 말에 다정한 웃음을 얹어 안녕을 말하고, 언제나 기다려왔던 밥시간을 그 어떤 날보다 더 행복하게 기다리면 되는 하루였다.

그동안의 고민과 불안한 마음을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내려놓기로 했다. 그들에게 직접 전해 주지 못하게 될 작은 선물과 함께 무거웠던 마음을 내려놓고 이 곳을 떠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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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벽과 파란 모기장이 마음에 들었던 숙소






친구에게 이 사진을 보내니 "행복이 묶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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