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AY.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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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AY.2015
비엔티엔 -> 루앙프라방
미니밴을 타고 다섯 시간을 달려 루앙프라방에 도착하니 슬슬 저녁 어스름이 되었다.
체크인을 하고 보니 시계 바늘이 7시를 가리키고 있어 행여 야시장을 놓칠세라 부랴부랴 숙소를 잡고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우려와 달리 이제 막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 모양인지 사람들은 양 손목에 여러 가지 물건을 산 비닐봉지를 몇 개씩이나 끼고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장터를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다. 역시 듣던 대로 그럴듯한 규모를 자랑하는 먹거리와 기념품들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태국의 치앙마이에 선데이 마켓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루앙프라방 야시장이 있다.
비엔티엔 한인 여행사에서 예약한 차편으로 이 곳으로 오면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수많은 여행자들이 몰리는 루앙프라방에서 찾을 수 있는 저렴한 숙소를 미리 서너 군데 알아 놓길 잘했다.
결과적으로는 지도를 보고 숙소를 찾다가 꽤 멀리 떨어진 숙소에 묵게 되었지만 말이다. 확실히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발품을 팔아 여행자 거리에서 멀어질수록 방 값이 싸다.
눈 뜨고 코 베일 정도의 훌륭한 장사 수완을 겸비한 상인들과 흥정도 하며 길거리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수많은 음식들 중에서 가장 으뜸이었던 것은 단연 코코넛 빵이다. 바나나 잎을 잘라 만든 작고 튼튼한 그릇에 코코넛 밀크를 구워 만든 동그랗고 하얀 빵이 4개 들어있는데 더운 날씨도 잊을 만큼 사르르 녹아 버리는 깊고 달달한 우유의 풍미가 가히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필자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따듯한 우유를 씹어 먹는 느낌이랄까.
엄마께 드릴 스카프, 아빠께 드릴 쌀로 빚은 맑은 술, 내가 입을 라오스 전통 치마, 친구들에게 줄 팔찌, 시장을 몇 바퀴 돌면서 먹은 길거리 음식 등 이것저것 지출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타격이 적다. 그래서 내일 한 번 더 오기로 한다. 코코넛 빵도 한 번 더!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탁발 수행을 보고 조금 전 야시장에서 만난 한국인 일행과 꽝시 폭포에 갈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탁발 수행에 대해서는 관람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될지 조심스럽다. 여행을 하면서 실시간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그 외에도 기타 개인 블로그나 sns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사진과 그에 관한 솔직한 생각들을 미리 알게 되니 마음이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여행을 하며 나라마다 각기 다른 전통과 사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현지 사람들의 모습을 그들의 생활양식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사진으로 담아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올바르지 못한 개인의 기준에 부합하는 소위 말하는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탁발 행렬 '참여'라는 본 목적을 상실하고 지나친 '관광'의 태도로 임하는 사람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이야기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 과연 나는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좀 더 늦게 나갈지, 아니면 아예 일찍 나가야 할지 자기 전부터 고민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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