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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냥 Aug 10. 2023

내 감동은 어쩌라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https://v.daum.net/v/20230806181202636?f=m

에드워드 호퍼의 한 그림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다. 전시회에서 직접 만날 순간을 아껴두었다. 그 작품에 나타난 여성의 눈빛이 계속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도 한 동안 그 눈빛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그 그림들에 나온 여자들처럼 서있거나 앉아있거나 뭔가를 바라보거나 했었다. 화집 모서리까지 눈으로 만져보면서 원화를 만나기 기다렸다.


아끼는 친구들과 원화를 보러 가려 했는데 수술받느라 기회를 놓치고 다시 시간을 내려던 중에 155cm, 45kg 아내를 때린 유명 화가, 놀라지 마시라, 란 기사를 읽고 많이 놀랐다. 그 작은 몸에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195cm에 100kg에 육박한 에드웨드 호퍼. 그 작은 몸은 호퍼의 아내 몸이었다.


욕이 먼저 나왔다. 아우 쌰앙! 밥 차려주고 그림 그리라고 보살펴주는데 왜 패냐고! 그 여자 조세핀도 뉴욕미술대학을 졸업한 화가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패?


자타가 공인하는 아나키스트였던 박홍규를 오랫동안 존경해 왔다. 홀로 읽고 쓰는 고통을 감내하는 멋진 작가라 생각했다. 그가 언급한 '조미아'에 대해 읽고, 그 실체를 알고 싶어 베트남 북부까지 직접 가기도 했다. 그에게 배신감을 느낀 건 아나키스트 운운하더니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은 애아버지라는 걸 알고 나서였다. 가부장제 안에서 남성으로서 대학교수 정년까지 살면서 쾌락과 권력을 차지한 남자가 아나키스트? 그는 모든 재산이 아내 명의로 되어 있다는 말까지 했다. 하 참... 그쯤에선 놀랍지도 않았다. 아나키스트라면 가부장제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겠지만 재산을 만들지도 않았을 테고 그 재산이 아내 명의로 하지도 않았을 테고 재산이 아내 명의라는 얘기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쪽팔리니까.


그 후 강박처럼 어떤 남자가 자기 성취를 얘기할 때 그 남자가 누가 해준 밥을 먹고살았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하녀(혹은 아내)가 해준 밥을 먹고 하녀가 청소해 준 집에서 하녀와 섹스하며 고고하게 지적인 작업에 몰두했던 백인 남자들의 성취를 강력하게 의심하게 되었다. 내면에선 마구마구 외쳐댄다. 자기 손으로 밥 안 차려 먹는 남자를 경멸한다고. 남의 손에 밥 얻어먹으며 이룬 성취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누군가 착취해 예술을 할 수 있나? 누군가를 패면서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나?


참... 내가 받은 감동은 어쩌라구.  


어쩌긴.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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