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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Jul 07. 2020

책 좋아하시나요? 박물관은요?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전시 이야기 - 서울 송파책박물관

3편 - 서울 송파책박물관


새 가구 냄새가 나는 공간에 가면 괜스레 떨려하는 신상병(?)이 있다.

그 중 역시 제일은 새 서점 냄새.. 아무리 둘러봐도 새 책으로만 가득한 공간에서 킁킁거리다 보면 '아, 나는 화학약품 중독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레곤 한다.

전시를 만드는 일을 한 사람으로서 새 박물관에 가면 그런 향기가 난다. 좀 웃기지만 본드 냄새, 실리콘 냄새, 나무 냄새 등.. 갖가지 향을 맡다보면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헷갈릴 때도 있다.

이 곳에 갔을 때 내가 꼭 그랬다. 송파역에서 내려 초등학교와 석촌시장을 지나 터벅터벅 걷다보니 어느새 나온, 누가 봐도 웅장한 새 건물. 다소 뜬금없게 느껴지는 위치에서도 존재감을 뿜으며 낯선 위용을 뽐내던. 국내에 처음으로 생긴 공립의 책 박물관이라는 네임드에 걸맞도록 마치 서가에 꽂혀있는 책의 모습처럼 일자 무늬의 건축재가 다양한 간격으로 꽂혀있는 외관을 볼 수 있었다.

방문했던 시기는 지난 겨울로 코로나 이전이었지만,

이 사진에서도 보다시피 주변에 사람은 많지 않았다.

처음 들른 박물관을 어떻게 관람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가장 눈길이 가는 순서대로 향하기로 했다.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송파 책박물관의 전시 관람 포인트 셋 -

첫 번째, 전시의 컬러 코드, 폰트 등의 디자인과 분위기를 그대로 따라 가볼 것.

사실 이곳을 방문했던 목적은 사진 속에 나와있는 전시 <노래책, 시대를 노래하다>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소리"와 관련된 전시를 여기저기 찾아다니기도 했고 이 박물관은 무엇보다 신상(?)이었기에 어떤 신박한 아이템을 개관 특별전으로 보여주었을까 궁금했다.

관람하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 기획전시실. 강렬한 레드를 주조색으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계보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레트로한 느낌이 확 나는 폰트를 사용해 공간을 구성했고 '음악 다방'등의 컨셉을 차용해 관람객이 당시 분위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장치가 있었다.

처음에 전시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들렀을 때는 책과 노래가 무슨 관계가 있나 싶어 궁금했는데, 근현대 때는 노래가 실린 '노래책'이라는 게 있었다고 한다. 그를 토대로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전하며 한국의 대중음악 100년 가량의 역사에 대해 다루는 전시였다. 노래책에는 지금의 잡지처럼 노래만 실린 게 아니라 유명한 가수의 화보나 인기 순위, 애독자 참여 마당 등 다양한 코너가 있어 당시의 재미 요소가 가득 실려 있었다고. 광복 이전부터 현재까지 세계를 향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대중 음악 역사를 소개하며 빨간 벨벳 커튼, 네온사인 등으로 연출된 분위기에 흠뻑 빠져 전시를 즐길 수 있었다.


두 번째, 코로나로 뒤숭숭한 요즈음, 직접 방문이 어렵다면 온라인전시 서비스를 이용할 것.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은 박물관이지만 천재지변인 현 상황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현재 임시 휴관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20.6.30 기준) 그러나 박물관의 홈페이지에서 관람객의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 전시의 온라인전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래의 링크에 접속하면 공간을 360도로 관람할 수 있는 VR전시를 체험할 수 있다.

https://embed.360vrmuseum.com/showcase/ttXr3u6Yep8


세 번째, 자녀의 연령대에 따라 함께 관람하기 좋은 곳을 찾아 다양한 인프라를 양껏 즐길 것.

송파 책박물관은 앞서 소개한 기획전시실 외에도 다양한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박물관이라는 특성 상 도서관과는 다르게 열람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가족 단위 관람객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여럿 있다. 오픈 플레이스에서 양옆으로 꽂힌 책을 양껏 읽을 수 있는 어울림홀을 시작으로 미디어 라이브러리 등 디지털 콘텐츠까지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포함하여, 상설전시실 내에는 필사를 체험해볼 수 있는 일종의 포토존부터 연령대 별로 그들의 방 모습을 재현해 가족들이 서로의 옛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연출물도 있었다. 또한 자녀와 함께 입장할 수 있는 북키움이라는 어린이용 공간이 따로 있어 동화 속 세상으로 꾸며진 체험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오른쪽 아래 사진, '김유진의 방'을 보고 엄청 웃었다. 옛날 내 방의 모습이었거든..
디지털 라이브러리의 아늑한 디자인

북키움의 경우, 회차 별 예약으로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아래 링크를 통해 미리 신청이 필요하다.

추후 임시 휴관이 풀린다면 꼭 예약 후 방문할 것을 요청드린다.

https://www.bookmuseum.go.kr/watch/watch_inscr_step01.do


책박물관에 들어가서 거의 3시간 가량을 나오지 못하고 둘러보는 데에 시간을 모두 소요했다.

전시를 보다가 읽은 이 공간에 대한 한 구절.

그동안 서점과 도서관 등 책과 사람이 만나거나 이어주는 공간을 수두룩하게 봐왔지만,

이 곳, 책박물관처럼 사람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전시'라는 것을 매개로 한 곳은 많지 않았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도 전에 코로나 상황으로 휴관을 하게 되어 아쉽게 되었지만

언젠가 이 공간이 활기차게 오픈하게 될 때가 오겠지.

애써 마련하셨을 VR 온라인 전시를 관람하며 다시 열 그 날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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