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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Mar 31. 2024

마음이 가라앉았던 3월을 돌아보니...

심해에서 해수면으로 얼굴만 빼꼼 나와서 공기를 마셔본다

3월에 많이 어두웠다. 가라앉은 느낌. 지금 떠올려보면 좀 지쳐있었던 것 같다.


스스로가 지쳐있었단 것도 모른 채 1월은 이리저리 다니고 막 힘이 넘치듯이 앞으로 난 잘 될 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지만. 여행 다녀오고 마주한 현실은 다시 구직을 해야하는 것.


힘이 빠졌다. 두 번이나 연속으로, 다니던 회사가 스타트업이라는 이유로, 회사 사정이 어렵다, 투자를 못 받아서 어렵다고 퇴사를 하게 되니 커리어가..


그나마 작년 3월엔 힘을 냈다. 퇴사일 앞두고 휴가 쓸 때 지원서 내고 면접 보고 4월 초에 합격 통보 받고 2주 뒤에 바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8개월 남짓 다니고 다시 반복된 현실. 반복 그리고 전 회사보다도 더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퇴사 과정.


퇴사할 생각이 있었어도.. 어느정도 자금 흐름을 예상하며 퇴사하는 자발적 퇴사와 일방적 통보를 듣고 그달 바로 하는 퇴사는 다르니까. 며칠 전 아빠와 산을 오르면서도 생각이 들었다.


많이 억울하구나. 나는 내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 앞의 회사를 다음 이직처로 찾고 지원하고 면접도 두 번이나 보며 정규직으로 합격한 건데..


그 회사는 나를 마치 일회용 티슈 뽑았다가 버리듯이 버렸다는 생각이 강하다.


정직원들을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으면 파트타임으로 사람을 구하거나 사람을 쓰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여튼 이 부분은 나의 생각이고 아래는 그저 팩트.



나는 커리어를 어떻게든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잘 이어가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생계 걱정을 다시 하게 됐다.


2023년 4월 24일에 입사하고 12월 1일 금요일 오후 5시에 회사를 나가야한다는 통보를 들었다.


통보를 들은 날, 이렇게 퇴사할 경우 내가 받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 물으니


보라님은 회사 걱정은 안 해주시네요, 서운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 저는 지금 제 생계가 끊길 위기인데 어떻게 갑자기 제게 나가라는 이 회사 걱정을 하겠어요. 저는 서울이 본가도 아니고 여기서 월급 벌어서 집세 내고 생활비 쓰는 1인 가구에요. 아시잖아요.


라고 말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매일매일 정신적으로 괴로웠다. 그래서 퇴사가 잘 된 일일 순 있지만.


내가 주체적으로 하지 못 했고 시기나 방식적으로도 일방적이었단 게 나를 주저앉거나 가라앉게 만든다.


이 점을 3월말에 또렷이 깨달았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나 스스로 왜 나의 에너지가 가라앉는지 내가 어떤 마음인지를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친구든 전문가든 상담 없이 그저 혼자 가라 앉고 바닥 아래를 찍다가... 생각하고 파고 파다가 깨달았다. 이번 시기에는 주위의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 혼자 이래야하는 시기였던 것 같다.


이번주 평일에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2023년 4월 회사 들어가기 전에 300화 정도까지 보다가 입사 후 못 보고 이제야 다시 이어갔다.


여러 요인도 있겠지만..

이 작품을 보며 마음에 빛이 생겼다.


마음이 내내 얹혀 있었다. 이런 글도 올리면 어딘가의 비난이 걱정되는 마음이 있었기에 글로 옮기고도 올리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의 생각은 생각이고 팩트는 팩트고. 왜곡된 건 없으니까.


이 마음을 인식하고 마주하고 바닥을 쳐보고나면 다시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좀 심해에서 해수면으로 얼굴만 빼꼼 나와서 공기 마셔보는 느낌이다.


나는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게 나를 토닥이는 거란 걸 이 문장을 쓰면서 다시금 깨닫는다.


#어두운바다의등불이되어 #연산호 #어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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