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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un 06. 2024

강박에 관하여

'하루도 쉬어서는 안 된다, 최대한 보람있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들 

2018.03.12. 


엄마와 40분 정도의 전화를 했다. 끊고나서, 폰을 끄고 책을 읽었다. 읽다가 문득 드는 생각. 엄마와 전화를 하며, 내가 서울에 있으면서, 최대한 더 시간을 잘 활용하고 보람있게 보내야지. 허투루 보내는 건 의미가 없다. 그럴 바에는 아픈 엄마가 있는 창원으로 가서 엄마 곁에서 주열기도 하고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야지.      


이런 생각은 늘 있어왔다. 언제나 강박은, 서울에서 하루도 허투루 그냥 쉬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하루하루 월세는 나가고, 서울에 있는 이유는 있으니까. 그럼에도 허투루 보낸 날들은 있지. 드라마만 주구장창 보거나 그냥 별 하는 거 없이. 그런 하루들도 나를 이뤄낸 하루 중 하나...그래서 지금 이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건가? 그럼 또 나의 삶지금을 자책한다더 노력했어야지.     


당장 사표를 쓰지는 않더라도 무엇을 할 것인가? 라디오 PD 준비를 조용히 조용히 은근히 은근히 주말에라도. 알아서 알아서. 근데 그럼 엄마와의 시간은... 엄마가엄마는 알아서 잘 하니까 우리딸도 잘 하면 된다고걱정말라고엄마는 이렇게 살다가 떠나면 된다고 했나...그런 말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엄마에게 돈이 얼마 남았을까나는 차마 무서워서 묻질 못 한다.     


성과급 받은 걸로 대출금 일시상환이라도 해야하나? 엄마에게 주는 게 낫나? 고민해보자. 그래. 그래. 결국 돈. 보라야. 돈이야. 일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부업이라도 할까. 라디오 PD를 준비함과 동시에 괜찮은 부업. 뭐 없을까? 토요일 카페 알바라도 할까? 너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같기도 하네.     


생각해보면 OO이랑 헤어진 뒤로는 1월은 주말에 우울함 그자체였고 2월에는 잘 보내려다가 음.... 설도 껴있었고. 지난 주말부터 그제서야 나만의 시간. 그것도 토요일은 일해서 그러지도 못하고 일요일에 친구랑 밥 먹고 카페갔다가 서점 OO. 그렇게 가보고 싶던.      


이렇게 쓰다 보니까, 내일은 운동 가는 것보다는 북카페를 가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간단히 뭐라도 먹고 이 닦고 가는 거지. 토요일은 약속 있으니까. 일요일은 12시 점심 약속. 저녁에 다시 나가기는 귀찮을 것 같아. 운동도 고민인데. 끊을까 싶기도 하고. 돈이. 생각해보고 끊으려면 토요일에 가면 되지 그래.           



2024년 6월 6일 현재의 코멘트 

: 돈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엄마가 아프면서 기울어진 집안 형편. 빚. 나의 적은 월급..... 부모님에게 보탤 수 없음에 대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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