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구직 중인 2024년 6월의 근황
2024년 6월 7일 금요일에 적은 근황.
그동안의 근황을 전부 적지는 못 하지만, 최근의 근황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해서 글로 남겨두고 싶어서 적어본다.
5월 16일, 마지막 실업급여가 나왔다. (여차저차 이상한 일이 생겨서 절반만 받았다.)
5월 21일 화요일에 지원하고 싶은 회사에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첨부해서 메일로 서류를 제출했다. 상시채용 중이었다. 그리고 27일 월요일에 회신이 왔다. 보내준 메일 잘 읽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만나서 이야기 나누기 전, 내가 제출한 서류들을 읽고 궁금한 점을 내니 메일로 답변 달라고 했다. 총 다섯 가지의 질문이었다. 보내서 이에 대한 답변을 쓰고 수요일 6시쯤 보냈다. 월요일 저녁에 피티 하러 가는 길에 메일을 봤는데, 집에 와서부터 화요일, 수요일 꼬박 그 대답을 고민하고 작성하고 퇴고했다. 정말 최대한 열심히 했다.
5월 30일 목요일에, 담주 면접 보자는 메일을 받고 월요일로 확정했다. 금요일엔 면접 준비 좀 하다가 오은 x 서효인 시인님 북토크 다녀왔다. 트레바리 모임 멤버들과 번개 모임으로 함께 갔었다. 가는 길에 5분 남짓 비가 내리다가 그쳤다. 햇살도 내리쬐고 비도 내렸다. 북토크도 재밌었고 끝나고는 셋이서 카페사흘에 가서 이야기 나눴다.
토요일과 일요일도 면접 준비를 했다. 월요일은 오복식당에서 점심 먹고 리얼커피에서 커피 마시고 나갈 준비를 했다. 합정역에서 2호선을 타고 쭉 앉아서 갔다. 매우 오랜만의 강남이어서 낯설었다. 날이 더워서 강남역에서 건물까지 조금만 걸어도 땀이 주르륵 났다.
1시간 정도 면접을 봤다. 대답을 잘 한 것도 있고, 다소 아쉬운 것도 있지만 그래도 다음 면접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끝나고는 바로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친구와 연신내에서 만나서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화요일엔 쉬고 싶어서 쉬었다. 일주일 동안 계속 메일 답변 쓰고, 면접 준비하느라 도서관과 카페에 오래 있었어서 쉬고 싶었나보다. 그전에도 계속 쉬었었는데.
김밥과 커피를 포장해서는 공원에 갔다. (이렇게 한 줄로 적었지만 집에서 김밥집까지 걸어가서 포장하고 커피 포장해서 공원 초입으로 가기까지 30분은 넘게 걸린 것 같다.) 백수 생활하면서 그렇게 돗자리랑 책이랑 김밥, 커피를 챙겨서 한강공원으로 간 건 처음이었다. (공원은 자주 가긴 하지만 운동할 때만)
한 번 정도는 자전거 타고 난지 한강 공원에 가서 벤치에 앉은 적은 있는데... 걸어서 그냥 가진 않았었네. 공원에서는 언제나 걷거나 달리기만 했었다. 돗자리 깔고 앉았다가 주위에 사람들이 좀 많아서, 상대적으로 한가한 난지한강공원까지 걸어갔다. 그 길도 언제나 자전거로 가던 길인데, 걸어서 가도 금방이었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벤치에서 먹고 책 읽었다. 날씨가 좋았고, 조금은 긴장도 됐다. 면접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6시쯤 메일이 왔다. 아쉽지만 이번에 함께하지 못 한다는... 내용이었다. 고구마를 먹던 중이었다.
다 먹고는 달리러 나갔다. 2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해가 거의 사라졌는데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이제 또다시 구직할 회사를 찾고,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다가 직무에 맞게 자기소개서를 쓰고... 지원하고, 면접 보고 이 과정을 몇 번을 반복해야 취업을 할 수 있을지? 20대 때 아예 취업을 하지 못 했을 때보다도 더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이러다 경력 단절이 되는 건 아닌지...?
수요일엔 상담을 갔는데 선생님께 떨어졌다는 얘기를 했더니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TCI(성격기질검사)와 MMPI 검사 등을 하고 해석 상담 1회 받은 뒤 상담을 계속 하고 싶어서 하는 중이다. 회사 쉬는 동안 마음도 좀 잘 들여봐야지 싶어서.
근데 아무래도 요즘 내 고민은 취업쪽이다보니... 선생님과는 거의 한 달 째 취업, 진로 이야기를 나눠왔다. 다른 이야기를 잘 하기 어려웠다.
괜찮지는 않아요.. 아쉬움이 남긴 하네요. 떨어질까봐 지원을 신중히 했는데 (떨어지고나면 끝이니까) 이렇게 결과 나와서 아쉬워요. 그런데 뭐.. 다시 또 지원할 곳도 알아봐야죠. 4월처럼 가라앉지는 않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며칠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나의 커리어는 잘 맞고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직무인데.. 결국엔 뭔가 회사와 나의 결이 안 맞는다고 보였나보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이게 부족했다거나 증명하는 걸 더 잘 했어야하는데 하는 후회는 남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다닌 회사들의 경력이 각각 1년 1개월, 8개월 이렇다. 정규직이었는데 자발적 퇴사였다면 2년 이상씩은 다니고 그만두었을텐데. 내가 계획한 퇴사가 아니라 경영상 악화로 인한 퇴사였어서... 너무 짧게씩 끊어졌다.
이런 게 나의 고민이자 자신감 하락의 원인이었는데 이미 이건 어찌할 수 없고 내 탓도 아니고. 내가 지닌 업무 능력을 이력서와 자소서에 최대한 잘 적을 수밖에.
여튼 이런 상황이다. 구직 중. 35살에도 이렇게 구직 중일 줄이야.
이번에 회사 들어가면 5년이고 10년이고 그 이상 다니고 싶다. (절대로 5년 이하 스타트업은 가지 않을 예정)
그래서 백수지만 마냥 마음이 한가롭지만은 않은데 내게 갑자기 막 보자고 하는 주위 연락들이 없어서 다행이다. 이제 실업급여가 끝나서 알바를 해야할 수도 있고, 시간을 막 쓰기는 어렵다. 내가 컨트롤하기 어려운 일정이 생기거나 시간을 많이 써야하는 일정이 생기지 않는 게 제일 좋다. 그리고 보고 싶은 친구는 또 연락해서 만나긴 만난다. 자주는 아닐 지라도.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아예 연락이 없는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들은 내 안부가 궁금하지 않나보네 싶어서 아쉽기도 하다. 주로 내가 먼저 연락을 하고 만나고 이러는 편이긴 한데, 이렇게 내가 연락하지 않고 에너지 내지 않으면 연락이 오가지 않는 관계란 것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