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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요가 Mar 18. 2022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삶

낯설게 하기

내가 생각하는, 내가 원하는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삶이라는 주제로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보겠다고 바둥거리며 수업을 따라가는 중인데, '문화치유'라는 수업에서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삶이라는 주제로 간단한 에세이를 과제로 내주셨다.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봄꽃들이 만발한 대학 교정의 벤치에 앉아 호사롭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간단히 써본 조화로운 삶에 대한 글이다.


낯설게 하기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인데 ‘낯설게 하기’라니, 좀 생소할 수 있지만 낯선 무엇,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에 대한 경계를 거두고 함께하려고 노력하는 삶이 바로 조화와 지속 가능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낯선 그것에는 세상 모든 것을 대입할 수 있습니다. 바로 내 앞의 당신도.

단조로운 일상에서 무뎌져 가는 감각과 본능을 깨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낯설게 하기’였습니다. 낯선 것과 맞닥뜨리는 가장 쉬운(저비용 고효율) 방법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것이지만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이었죠.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여행하면서 늘 느끼는 것은 ‘참 다르다’였습니다. 낯설었습니다. 사람들, 그들의 복장과 움직임, 그곳의 건물도, 교통수단도, 음식도, 심지어 그곳의 동물들도 낯설었습니다. 그렇게 몇 차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아닌 곳을 여행하면서 언제부터인가 그 문화에 빠져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과 경계로 똘똘 뭉쳐 늘 어깨에 한가득 긴장을 싣고 다녔었는데, 여행 가방은 가벼워지고 불안함보다 그 문화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다른 기후와 다른 환경 조건에서 비롯한 삶의 방식이 그들의 문화를 만들었을 테고 그들도 그 문화를 선택해서 태어난 것은 아닌데 굳이 경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여행지가 아닌 내 주변에도 많았습니다. 다른 가치관 다른 성별 다른 외모와 다른 경제 수준 등등. 여행하면서 알게 되었던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일상을 살면서도 적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이 꼭 틀린 것은 아니니까요.


이해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기

나는 너를 이해해. 상대를 위로하는 말로 많이 쓰이기도 하죠. 하지만 정말 내가 당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 순간 내가 살아온 나의 역사와 당신이 살아온 당신의 역사 중에서 찰나의 시간까지도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내가 당신을 이해한다고요? 내가 좋아하는 매운 밀 떡볶이가 꼭 당신이 좋아하는 매운 밀 떡볶이는 아니잖아요? 그 떡볶이를 각자가 경험했던 시간 공간 사람 환경이 다 달랐을 테니까요. 사실 제가 힘들었을 때 나를 위로해주셨던 분의 이해한다는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던 경험을 하고 나니 더욱 함부로 이해한다고 말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이해를 상대에게 강요하는 삶이 아닌 그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상대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래야 조화로운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를 믿는다

식상하지만 가장 중요한,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번 자기소개 시간에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 수업에 참여한 동기를 말씀해주시는 분들의 모습에 말이죠. 결과에 상관없이 어떤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이미 낯선 두려움 앞에 나를 믿고 있다는 전제가 바탕이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 수업에 참여하고 계신 분들은 이미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화엄사의 소나무가 절과 산과 하늘과 잘 어울린다


써놓고 보니 지속 가능하고 또 조화로운 삶에 대해 더 깊은 사색과, 가능하다면 논의도 필요할 것 같다. 수업 시간에 다른 의견들을 공유해보고 좀 더 긴 글로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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