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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요가 Apr 29. 2019

헤어짐, 그 불편함

헤어짐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 마음을 쉽게 주지 않으려고 애를 애를 써보지만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또 결국은 가고 남은 기억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내게 하는 말들을 입으로 삼키면
머릿속 나비들이 춤을 췄다. 내가 있어서 즐거운 너를 보면 난 더 즐거웠다. 그랬는데 난 그랬는데, 과분한 나를 만나오던 니가 그런 행복을 주고 또 앗아간단다. 용기가 없어서 애인 하나 변변히 만들지 못했던 너에게 나는 과분한 여자였다. 욕구불만인지 애정 결핍인지 발정 난 개마냥 밖으로 돌았다던 너를 생각하니, 또다시 그럴 널 생각하니 감각 중추에 쓰디쓴 약을 들이부은 듯  알지 못할 웃음이 떨려 나온다.  알아갈수록 네 옆에서 너를 지켜보는 것이 좋았고 내가 건넨 온기로 힘든 나날들을 잘 지날 수 있기를 바랐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용기? 너에게는 없었다. 선택  앞에서 너는 안절부절못하고만 있었다. 내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니가, 나를 밀어낸단다. 내가 너를 밀어낼까 두려웠겠지. 그랬겠지.  

 

누구를 만나든 헤어짐은 당연한 것인데도 늘 헤어지는 것이 힘들다.  '헤어졌다' 그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헤어지고 남은 아쉬움이 몹시도 불편하다. 남은 미련이 책을 보고 방을 청소하며 무덤덤한 채 하는 내 양쪽 폐 안에 차디 찬 공기를 밀어 넣는다.  떨리듯 폐 안의 숨을 뱉어 내면 곧 다시 기억과 마주 한다. 절제하지 못한 감정이 뒤섞인 눈물로 의 옷자락을 놓지 않으려 했던 그 날의 기억. 내 앞의 너는 이미 내가 알던 니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변한 감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저 헤어짐을 인정할 수 없었던 내 감정에 충실했다. 아닌 척 쿨한 척, 헤어지는 판국에 밀당을 하는 것만큼 유치하고 쓸모없는 짓은 없으니까.


그렇게 헤어졌지만 헤어져서 슬프고 힘든 것이 아니다.  단지 습관처럼 찾던  존재가 사라졌음을 의식해야 하는 순간들, 떠올리게 하는 수많은 흔적들,  시간이 힘든 것이다.


그래, 몹시도 불편하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주인공과 클로이라는 여자는 비행기에서 만났고 서로 연인이 된다. 두 사람이 함께 같은 공항에서 같은 비행기의 옆 좌석에 앉는 확률이 계산되며 그 사랑의 시작이 운명적인 것인 마냥 스토리가 이어진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 항목들을 나열한다.
1. 비행기 창틀을 배경으로 한 그녀의 얼굴
2. 물기가 촉촉한 그녀의 녹색 눈
3. 순간적으로 아랫입술을 깨물던 그녀의 치아
4. 하품을  할 때 그녀의 목의 기울기
5. 그녀의 두 앞니 사이의 간격

그러던 주인공은 그의 동료와 그녀의 애인 클로이가 잠자리를 함께 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자신과 그녀와의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녀의 변명을 믿는다. 그러나 그는 1주년 기념 여행의 비행기 안에서 울면서 고백하는 그녀를 다독이며 헤어짐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는 악마에게 웃음을 팔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지낸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사랑하고 싶은 여자를 만난다."대책이 서지 않는 사랑의 고통 때문에 비관적이 된 나는 사랑으로부터 완전히 떠나기로 결심했다. "던 그가 다시 마음이 떨리는 "그것"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연애의 구조에서 우리가 의식적인 통제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부딪힌다. 바꾸어 말하면 사랑은 우리가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이유들 때문에 받을 자격도 없는 우리에게 선물로서 주어졌다는 사실에 부딪히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의 책 '왜 난 너를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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