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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초 Aug 08. 2020

가족이란 닻을 달고 새 길을 탐험한다, 이동찬

내 이름을 불러줘 no.9


<내 이름을 불러줘>는 31개 시군에 거주하고 있는 경기 시민들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하는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 기획자는 최초의 인터뷰이만 섭외하며, 이후로는 인터뷰이가 자신의 지인 중 다음 차례의 인터뷰이를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다섯 번째 인터뷰이를 전혀 알지 못하지만, 어쩌면 여섯 번째 인터뷰이 혹은 열 번째 인터뷰이와는 어떤 접촉점이 있을 수도 있지요. 이런 방식으로 인터뷰이는 지인의 지인 형식으로 모두 연결되고, 우리가 사는 사회의 축소판을 구현해내게 됩니다. 본 프로젝트의 무대는 경기도이지만, 우리 사회를 이루는 이러한 방식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는 실상,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각각의 인터뷰이는 그들 삶을 이루는 행복, 가치, 꿈, 흔들리던 순간 등을 묻는 10가지 질문에 답하며 자신의 경험과 삶을 나누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다른 누군가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또 다른 모양의 길과 삶을 들여다봅니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익명으로 존재했던 이웃들의 고유한 삶을 품고 있는 도시의 다양한 얼굴입니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다른 이의 걸어간 길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며, 불확실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희망을 만들어갈 힌트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이름과 사는 곳은?

경기도 오산시에 사는 이동찬입니다.



2. 당신이 사는 도시에서 당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서울에서 오산으로 이사 온 지가 아직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아직 잘은 모르지만, 오산 천을 꼽고 싶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것을 좋아해서, 오산천 주변 트랙을 자주 뛰곤 합니다. 사람도 적당히 있고 트랙도 매우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3. 어떤 일을 해오셨고, 지금 몰입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서울에서 생활 가전 영업을 하다가, 현재는 평택에서 ‘솔이네국시공방’이라는 제면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고급 원재료에 화학 보존제 및 색소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순수하고 건강한 생면을 뽑아 식당이나 일반 소비자에게 납품하는 일을 합니다. 


인문학 분야를 전공한 저는 처음에는 생면, 국수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습니다. 대학교 시절 부모님께서 지인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제면소 공장 경영을 제안받으셨는데, 당시 부모님이 사업 실패로 어려운 상황에 있던 터라 공장을 제 명의로 인수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야말로 바지사장(?)이었던 거죠.


그 뒤로 부모님 두 분이서 때론 직원도 고용하면서 열심히 운영해 오셨는데, 작년에 갑자기 공장을 이전을 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큰 공장은 아니지만, 공장을 이전한다는 게 만만찮은 일이 아닙니다. 당시 서울에 있던 저도 이래저래 평택을 오고 가며 신경을 쓰게 되었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진짜 한번 내 사업이라 생각하고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해서 부모님의 오랜 노하우에 나름 젊은 피인 제가 더해져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요즘은 나름 매출도 오르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습니다. 




4. 무엇이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나요? 혹은 그런 사람이 있나요?

‘성실함’과 ‘열정’으로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그런 좋은 기운이 저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게으른 저를 돌아보게 되고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을 줍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크게 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이 있습니다. 가끔 영상통화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저와는 너무 다른 그분의 삶을 보면서 많은 도전을 받습니다.    


그리고 제 고향 안산의 친구들이 저에게 힘이 되고 쉼이 됩니다. 친구들의 진심 어린 조언과 응원들로 제가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5. 당신이 아끼는 7가지 아이템으로 당신의 취향을 소개해주세요.

1. 이태원 클라쓰(드라마&OST)

사업을 하면서 감명 깊게 본 드라마입니다. “장사는 사람입니다!” 이게 제가 뽑은 드라마 속 명대사입니다. 음악도 너무 좋구요! 


2. 말끔히 청소된 나의 집

기운이 없을 때 집을 깨끗이 청소합니다. 그러면 마음도 차차 정리가 됩니다. 그렇게 정리된 집에서 깨끗이 씻고 소파에 가만히 앉아 음악을 들으면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3. 제면 기계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국수를 만들게 해 줄 제면 기계! 제 직업상 단연 최고의 아이템입니다. 부모님 때부터 쓰던 기계라 매우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이제야 그 가치가 느껴집니다. 연식이 오래되어 많이 낡기도 했지만 아직도 쌩쌩하답니다. “제면기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4. 러닝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내 정신을 맑게 해주는 최고의 운동인 조깅을 위한 아이템입니다. 군 생활 시절 저의 부소대장이 선물로 고가의 러닝화를 선물해 준 적이 있는데, 그것을 신고 난 뒤로 러닝화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러닝화를 바꿀 때가 되면 조금 무리(?)를 하곤 합니다. 


5. 드럼

음악의 기본은 리듬! 그 리듬을 표현해 주는 악기인 드럼은 제 학창 시절의 전부였습니다. 고1 때 처음 드럼 스틱을 잡았고, 스쿨밴드에 들어가 드러머 활동을 하였습니다. TV에도 나오고 인기가 제법 괜찮았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전자드럼으로 간간히 손목을 풀고 있습니다.


6. 컴퓨터

우리 집 내무부장관인 아내의 강력한 의지로 아직까지 집에 tv가 없습니다(자녀교육 때문에...). 그래서 컴퓨터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없는 집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7. 드론

최근에 지인을 통해 드론을 접하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엄청난 장난감!! 원래 꿈이 파일럿이었는데, 이 드론으로 대리 만족하고 있습니다. 실력이 어느 정도 안정적이 되면, 돈을 조금 투자해서 촬영이 가능한 드론을 구매할 예정입니다.



6. 일상에서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냥 막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자면

누군가 우리 면을 맛있게 먹었다며 다시 주문할 때,

내가 번 돈으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할 때,

내일도 할 일이 있다는 생각으로 침대에 누웠을 때,

정도 될 것 같습니다.



7.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원칙이 있나요? 그것을 얻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첫째는 사람이고, 둘째는 장사꾼으로서의 가성비입니다. 

가끔은 이 두 가지의 순서가 바뀌는 혼란(?) 속에 있지만, 결국 돌아보면 첫째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제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누군가의 도움 덕분이었고, 계속해서 다음 스텝으로 가기 위한 기회를 제공받은 것도 또 다른 누군가의 도움 덕분입니다. 이런 도움들이 왜 내게 올까, 생각하면 할수록 그저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8. 인생을 살며 큰 변화가 있었던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고 그로 인해 무엇이 바뀌었나요?

아직 인생이라는 표현이 어색한(?) 나이이지만, 서른 살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솔직하게 살아보질 못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죠. 매사에 올바르고, 긍정적이며, 강직하고, 책임감 있고, 리더십 있는 등등.. 뭐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내색 한 번하지 않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사람이었죠.

그러다가 군 생활을 장교로 복무하게 되었는데, 그때 마주한 한계와 어려움을 계기로 내 안의 악한 모습(교만, 가식 등등)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참으로 거짓되고 비겁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깨달음 이후 진정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며 살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건 ‘솔직함’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고,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 말할 수 있고, 기쁠 땐 진짜 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삶.

저는 작년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장사꾼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장사꾼으로서 어떤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성실함으로 좋은 아이템을 만들고, 좋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9. 언젠가 이루고 싶은 모험, 꿈이 있나요? 그것을 위해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가고 대략 40대가 되면 밴드를 재결성하여 다시 드럼 연주자가 될 것입니다. 이벤트성의 공연 한 두 번이 아닌, 정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50대가 되면 연극무대에도 서보고 싶습니다.   



10. 삶의 흔들리는 순간에서 당신을 지켜주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뻔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당연히 가족입니다. 아내와 첫째 딸, 그리고 뱃속에 있는 이제 7주 된 둘째…

현재 개인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어갑니다. 모든 것이 불안한 시기에 아내가 둘째를 갖게 되었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자녀가 생길 때 갖는 부담감, 책임감 등을 많이 말해줍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부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내가 도망치지 않게 중심을 잡게 해주는 무게가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요... 가족은 폭풍 같은 상황 속에서 저를 도망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배의 닻과 같은 무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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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인터뷰이를 소개해주세요. 

최근에 전혀 새로운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는 나의 오랜 벗, 이종혁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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