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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leen Mar 19. 2018

미국 유학 정착기 -1

Miss Me?



미국에 온지 벌써 이주가 되었다.

오자마자 일주일은 현주 언니의 보살핌 속에서 한국 집보다 따숩고 배부르게 너무 잘 지내서 앞으로 다가 올 나의 고생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상하다. 너무 좋잖아?

 아니다. 의심해야한다. 이건 폭풍전야의 예감일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뉴욕은 내가 JKF 공항에 도착 순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일주일 가량 Storm 경보로 인해 밖에 나가지 못했다.


여튼 엄마같은 정들고 정든 언니 곁을 떠나 이젠 진짜 혼자가 되었다. 내가 지낼 집을 직접 발로 뛰어 구하고 계약하느라 (영어도 딸리는데) 애 좀 먹었다. (유학원을 통해 할 수도 있었지만 못 미더웠다.)


그리고 드디어 입주날!

내 방은 작은 Studio 원룸이지만 아주 맘에 든다.

그러나 옵션이 아무 것도 없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사야한다. 'IKEA 에 들려서 사면 되겠지.' 했던 나의 안일한 생각으로 일주일 동안 맨 바닥에서 추위에 떨며 자는 홈리스 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캠핑을 갈 목적으로 침낭을 들고 왔는데 이렇게 사용할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금방 적응해서 잘 잤다. 베개 대신 스웨터를 베고 말이다.

 
 한달 후에 모든 가구가 도착 할 예정이다. 여긴 쿠팡맨이 없다는 걸  왜 나는 몰랐을까...

 



문제는 수건 이었다. 이 근방에는 수건을 파는 곳이 없어서 나는 한동안  티셔츠로 수건을 대신 했다. 그렇게 셋째 날까지 버티다보니 괜시리 눈물이 막 차오르고 외롭고 ...


 제대로 자취 한번 혼자 해보지 않은 터라 새롭게 도전해야 할 일들이 정말 많았다.

배수관도 고칠 줄 알아야했고 전기 드릴부터 스크류 드라이버까지 다뤄야했다.

할일이 투성이었다. 예를 들자면 퀸 사이즈 매트리스를 1층부터 7층까지 나르느라 이틀 정도 근욱통으로 끙끙 앓았다. 초등학교 때 유학을 갔었던 동생의 생활이 어땠을지 이제야 이해가 되서 괜시리 미안하고 대견스러웠다.


 왜 나이를 먹을 수록 겁이 더 많아지는걸까.

아직 홀로 지낸지 일주일 밖에 안되서 그런지 나는 초 긴장 상태에 군기가 바짝 들어있다.


 하지만 안전한 집이 있고 침대도 생겼고 수건도 생겼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생필품들이 생기니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멀지않은 곳엔 (만나기 어렵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 만으로도 위안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눈물나는 매트리스 설치 과정을...(한국은 삼나무 판 같은 평상침대 받힘 따위를 팔고 있지만 여기선 거의 바닥에 매트리스만 두거나 주로 플랫폼 패드를 사용해서 아무리 찾아도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먼저 뾱뾱이 비닐을 깐 뒤에 요가 매트를 사서 매트리스 크기에 맞게 재단을 했다. 문제는 이 무거운 매트리스를 요가매트 밀리지 않게 잘 올려야하는 것이 관건.

여튼 나는 해냈다. 매일 환기도 잘 시켜주고 관리를 열심히 곰팡이가 생기질 않길...

매트리스는 Leesa 에서 구입했다. Casper와 교해서 평이 더 좋길래 바로 결정. 베개는 한국에서 사용하던 Tempur를 들고왔다. 다른건 몰라도 온몸이 디스크 천지인 나에게 매트리스를 고르는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던 것 같다.


매트리스 커버와 사이드 테이블, 케이블 바구니는 ZARA HOME 에서 구입했다. 소중한 매트리스님의 옷은 방수와 알러지 방지 제품으로 두개를 구입해서  커버를 아래 위로 모두 씌웠다

그리고 이 휑한 집에서 나의 뮤즈,  JOHN LENNON 포스터만은 따뜻하게 빛이 난다.



영화 "Shape of Water" OST 에 빠져서 잠시 비틀즈를 내려놓았다. 어서 빨리 나의 Turntable과  무지 플레이어가 도착했으면 좋겠다. 그럼 마구 춤을 추며 나만의  집들이 축하파티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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