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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leen Apr 01. 2018

미국 유학 정착기-2

공부하는 자는 달라도 뭔가 다르다.


예고, 여대, 여자대학원을 나온 내가 처음 학교에 왔을 때 노메이컵은 기본이며 레깅스에 학교 로고가 쓰여진 후드나 가디건만 덜렁 입고 다니는 여학생들이 매우 낯설었다. 게다가 잔 스포츠 백팩이라니....

 여기 학생들은 스페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타미 힐피거와 챔피온을 굉장히 좋아하고 여름에도 티셔츠에 청바지 정도만 입는다고 한다. 귀걸이 조차 하고 다니는 여학생들도 보기 힘들 정도고 피어싱이나 타투를 한 학생들도 드물다.  한국인  유학생들이 그나마 좀 꾸미고 다니는 편이고 남학생들도 모두 오늘 학교에서 밤샐 기세인 차림처럼 편한 옷들 위주로 입는다. 물론 주변에는 상점도 없고 나름 아이비리그 학생들이니까 스타일보단 공부에 열중해야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이정도 일 줄이야.

내가 고심해서 싸온 옷들은 꺼내지도 못한 채 모두 캐리어 안에 있다.(이브닝 드레스나 정장세트따위 들) 구두또한 그대로 한국 행 택배로 부쳤다. 엄마에게 운동화, 티셔츠와 후드티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에서 살았을 땐 급히 편의점을 갈 때 입던 옷 들, 홈웨어 정도라고 생각했던 옷들이 일상복이 되니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몇일이 지나자 굉장히 편했다. 대충 머리를 질끈 묶고 나갈 수도 있었고(내 숏컷은 많이 자라서 이제 묶인다.) 메이크업의 자유에서 벗어나니 숨이 트였다.


 4월을 하루 남겨 놓고도 눈 폭풍에 비가 쏟아지는 이 동네에선 패션이고 뭐고 무조건 따뜻하게 입어야 산다. 추워도 이렇게 추워도 되나 싶을 만큼 춥다.

 와이파이도 아직 설치가 안된 내 방에 흐르는 차가운 공기는 별로다. 올해 생일 선물로 전기담요를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JFK공항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누군가 훔쳐간 나의 캐시미어 머플러가 그립다.


스포티한 패션으로 살아가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라 나쁘지 않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낯간지러워서 잘 입지 못했던 레깅스들을 미음껏 입을 수 있다니.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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