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개나 줘버려.
솔직하게 말한다. 한국이 조금도 그립지 않다. 하지만 더욱 우습게도 미국에서의 생활은 “아메리칸 드림”과 거리가 아주 멀다. 이 곳에는 낭만과 영감, 여유 따위 없이 바삐 시간이 흐른다.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생활이 너무나 오래 되었고, 내 방에 악기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불안할 때도 있다. 요즘은 연주를 하는 꿈을 자주 꾼다. 처음에는 Vinyl record 를 수집했고, 좋아하는 프랑스 화가의 작품을 구입하며 내 방안의 침묵을 이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간의 생기가 부족하다. 주말은 밀린 잠을 자느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심지어 영화를 보기 위한 시간도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목이 마르다. 예술적 갈증을 느끼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평생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지만) 맥주를 조금 마시기 시작했었다.. (물론 여전히 반 캔도 못 마신다.) 그래서 식물을 키우기로 결심했다.매주 새로운 꽃을 살 것이다. 그동안 돈을 저축하기위해 자제했던 소비습관은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살아있는 것들, 숨쉬는 것들과 지내다보면 이 지긋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내게 중요한 것은 네트워킹보다도 도시와 그 곳만의 낭만과 여유, 그리고 음악인 것 같다. 때문에 스페인에서 살았을 때 나는 행복했고 영혼의 풍족함을 느꼈던 것일까? 아직도 눈을 감으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그 궁전이 떠오른다. 조그만한 발코니에서 바람을 느끼며 콧노래를 부르다 낮잠을 자던 그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