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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leen Jul 01. 2021

Where are we

어쩌다 이렇게 멀어진 걸까요


글을 적기까지 회피했다.

문장 속 단어에 담긴 의미 하나하나가 너무 버겁고 숨이 막혔다. 차라리 삼키는 것이 나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을 쓰지 않았다. 언제까지 과거에 묶여 살 수는 없다. 그렇게 살기엔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고 나 자신을 갉아먹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이젠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들 무렵, 나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더라. 이기적이고 가족을 챙기지 않은 맏딸. 내 욕심만 생각해서 온 미국 땅에서 내가 이룬 것은 미미하다. 그래도 끝까지 해보고 싶었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아빠가 많이 아프시다는 걸 알기 전까진 그랬다.

더 이상 일을 하실 수 없을 만큼, 이미 정리가 모두 마무리될 만큼 심각한 집안 상황을 왜 나는 눈치채지 못했을까. 아빠의 취향과 함께한 추억이 나의 정체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엄격하고 칼 같이 계획주의적인 아빠의 성향 탓에 늘 억눌리듯 살았다. 하지만 아빠는 내게 엄마보다 더 애틋한 존재이다. 아빠의 평생 소망은 ‘내 결혼식에 참석하기’. 무의식적으로 부모님께 받은 결혼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에 떠밀려 상대를 재촉한 적도 있었고, 비혼으로 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최대한 나 자신이 혼자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을 때, 반려자를 만나고 싶어서 꽤 오랫동안 연애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길어졌나 보다. 내가 조금 더 열심히 공부했거나, 만약 진로를 바꾸지 않았더라면- 벌써 아빠에게 손자, 손녀를 안겨드릴 수도 있었다. 나는 아빠를 행복하게 만들어드린 적이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이 글을 쓰기까지 일곱 달이 걸렸다. 팬더믹과 함께 급격하게 뒤바뀐 진로 문제로 나는 숨이 막히는 기분으로 지냈다. 이제야 낯선 땅에서 내 자리를 조금씩 잡기 시작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나라를 떠나야 될지도, 꿈을 포기해야 할 수도 - 전혀 모르겠다. 그런 아빠가 잔뜩 속상한 목소리로 “ I’ve never given up my responsibility and duty for my wife. Do you know what real love is? When you truly love someone, you can be willing to sacrifice for her. Loving someone should need sacrifice.”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책임과 희생. 나는 누군가를 온전하게 사랑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자, 후회감이 밀려왔다. 그저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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