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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leen Oct 19. 2020

아직도 할말이 남았었던가

계절과 장소가 바뀌어도 그대로 인 것들.


발이 시려서  잠에서 깼다.

주섬주섬 겨울 이불을 꺼내다 멈칫,했다.


매년 겪어도 익숙하지 않다.

날이 추워지면 기억력 또는 집중력이 상승한다.

그러다보면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아주 갑작스럽게.



그것들의 배경은 대부분 겨울이다.


수족냉증이 심한 나는

늘 몸이 차다.

그래서 그와 얽힌 추억들이 대다수일지도 모른다.

비오는 날을 무서워해서 도움 받은 그러한 일들.


한 겨울 추위 속에 서있 것 마냥,

그것들은 깊숙하게 마음 속을 후비고 지나간다.


잊고 지낸 마음 속 상자들 안에,

조각들은 나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않지만,

내게서 떠나지 않았다.

-아니, 내가 버리지 못한건가?



왜 눈물이 날까.

나 꽤 열심히 살았는데,

늘 불태우듯 열정적이었는데.


모두가 떠나고 조용한 낯선 도시에

나는 홀로 남아있다.


그래도

나 오래 잘 버틴 것 같아.


괜찮다.


-

새벽 다섯시.

출근 길 버스를 놓칠까봐 급하게

걸어갔던 좁은 골목길.

그 날, 눈이 정말 많이 왔었다.

뽀드득 소리를 유쾌하게 울리며,


겨울이 오기 전, 놀이 동산에 가고 싶다는 말에

단숨에 달려온 사람, 나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정작 도착한 그곳의 날씨가 너무 추워서 들어간 상점에서 가격이 부담되어 살까말까 고민하다 산 판초. 그것을 입고 우린 첫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었다. 나는 그것을 버릴 수가 없었다. 판초 또한 아직도 내 옷장에 걸려있다. 그날 그를 배웅하고, 아쉬워서 괜시리 집 앞을 서성이며 애꿎은 돌멩이를 굴렸었다. 우리는 엇갈리고 엇갈렸다. 무려 십년 동안, 인연이 아니어서였겠지.

내 인생에서 내가 가장 사랑했던 그 사람과 함께한

겨울의 기억이 거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우스웠다.


너는 다 잊었겠지만,


수 많은 밤, 수 많은 날들,

보드라운 이불을 덮고 낮잠을 자던 그런 겨울나날도 행복했다.


모든 것이 바뀌고 우리.라고 불리던 나날들은

부서져 없어져버렸는데, 가끔씩

생각이 날 때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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