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영화관 특별전 #10
저의 집에서는 매 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오늘은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웃음과 감동을 주는 영화 속 선생님 다섯' 특별전이 열렸습니다.
(순서와 순위는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Carpe diem'
대한민국에서 공부를 했던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문구입니다. 라틴어로 현재를 잡아라, 또한 현재를 즐겨라 라고도 하는 이 명언은 1989년에 개봉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 때문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공부밖에 모르고 부모님이 원하는 삶밖에 살 줄 몰랐던 명문 웰튼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새로 부임한 키팅 선생이 처음으로 해준 말이었습니다.
남이 원하는 삶이 아닌,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살고 꿈꾸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는 짧고도 강한 문구이지요. 비록 키팅 선생과 그의 학생들이 함께한 시간은 길지 못했지만 선생님의 가르침 속에 많은 변화를 겪은 학생들. 그런 학생들에게 키팅 선생님이란 평생 잊지 못할 은사이지 않았을까요?
2000년도 영국을 뜨겁게 달궜던 영화, <빌리 엘리어트>.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만들어진 이 영화는 현재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데요. 가난한 광부의 아들인 빌리가 발레에 소질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둡게만 보였던 빌리의 미래에 밝은 빛이 있을 수 있다고 믿게 해 준 장본인, 윌킨슨 부인.
여자아이들 틈에 껴서 같이 연습시키고, 틈만 나면 담배에 욕지거리까지. 어떻게 보면 참 가혹한 윌킨슨 부인은 사실 빌리를 위해 아들이 발레 하는 것을 반대하는 아버지를 설득하기도 하고 수강료를 받지 않고 빌리를 가르치는 등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빌리를 위해 애써주는데요. 제자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끝까지 힘써주는 그녀가 있었기에 빌리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갑니다.
항상 올곧고 지혜롭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헌더트 선생님.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그의 오랜 경력에 단연 생각나는 학생이 있다면, 그는 바로 상원의원의 아들이자 문제아였던 세드윅 벨. 벨은 교내 분위기만 흐리고 공부는 전혀 손도 대지를 않는 문제아였는데요. 헌더트 선생님은 끝까지 그를 포기하지 않고 가르치려 합니다.
"아리스토파네스가 이런 말을 했지. 젊은 시절의 미숙함과 무식은 교육시킬 수 있으며, 술 취한 것은 깰 수 있다. 하지만 바보는 평생 변하지 않는다." 세드윅을 바르게 교육시키기 위해 상원의원인 그의 아버지까지 찾아가 설득해 보지만, 말이 통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조금씩 세드윅을 올바른 학생으로 만들어가는 헌더트 선생님. 물론 끝은 어떠할지 몰라도, 이런 선생님의 노력에 세드윅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혀를 내두르는 그곳, 할렘가의 초등학교.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게 된 로베르타는 흑인들에게 역 인종차별을 겪고, 백인들이 만든 음악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아이에게 바이올린을 배우게 하지 않겠다는 엄마들을 결국 설득하여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음악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요. 그녀의 진심이 통한 걸까요? 그녀를 무시했던 아이들과 어른들이 그녀의 바이올린 수업에 못 들어가 안달이 나기 시작합니다.
후에 교육위원회가 예산을 줄여 멋대로 로베르타의 수업을 없애버리기로 결정할 때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과 여러 어른들과 합심해 카네기 홀이라는 곳에서 콘서트를 열기로 하지요.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영화 안에서 로베르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또 어른들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노력하는 한,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말이죠.
윌은 보스턴 남쪽 빈민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노동계층 청년입니다.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MIT에서 바닥을 닦는 일을 하지만 기죽지 않고 오히려 교수가 공개 게시판에 올리는 어려운 문제들도 가뿐히 풀어버리는 윌은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 천재이지요. 하지만 그는 많은 두려움 안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항상 자신을 과소평가하며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지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그였지만, 그 가능성을 어떻게 사용할는 줄 모르는 그는 그 누구보다 삶의 지표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후에 윌은 어떠한 계기로 인해 심리학자인 숀을 소개받고, 숀은 그렇게 윌이 마음을 열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학대받고 자란 아픈 기억이 있는 윌, 그런 윌은 혹시나 후에 일이 틀어질까 모든 관계가 깊어지기 전에 피하거나 도망쳐 버리는 습관이 있었고 그런 그에게 숀은 따뜻하게 안아주며 말해줍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너의 잘못이 아니란다."
그의 한마디에 아이와 같은 얼굴로 울음을 터뜨리는 윌. 아무리 슬픈 기억이라 할지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로 어두웠던 과거를 이렇게 잠시나마 가려줄 수도 있나 봅니다.
소소한 영화관 특별전에 올려지는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