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영화관 특별전 #12
저의 집에서는 매 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오늘은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웬만한 영화보다 유명한 한국영화 배경음악 Best 6 특별 상영전이 열렸습니다.
(순서와 순위는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아직 대한민국에 천만 관객이 흔치 않던 시절. 먼저 총 관객수 천만을 돌파한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영화 역사상 3번째로 천만 관객이라는 천문학적인 흥행을 거둔 이준익 감독의 2005년작 <왕의 남자>. 여러 면에서 흥행을 예상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 예상을 뒤엎고 그 해 가장 많은 이슈와 패러디를 만들어 내었는데요. 당시 신인이었던 이준기를 단숨에 톱스타로 만들어 내며 '예쁜 남자' 신드롬을 만들어 낸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음악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감독 중 한 명인 이병우 감독이 진두지휘하며 만들었는데요. 이 영화에서 그는 사극에 어울리는 국악에 서양음악인 현악을 접목시키며 영화를 한층 아름답고 경쾌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8C3a-5piyw
2016년인 지금도 아직 한국영화의 CG (컴퓨터 그래픽)가 매끄럽지 못 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반면, 10년 전인 2006년에 영화의 메인 캐릭터가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당당히 성공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작품, <괴물>. 감독 특유의 슬픈데 피식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깨알 같은 명장면들과 배우들의 신 들린 연기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어 그 해 <괴물> 열풍을 만들어 내었는데요. 우리나라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해낸 영화 <괴물>은 <왕의 남자>를 뒤이어 역사상 네 번째로 천만 관객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영화로 남아 있습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굳이 링크를 안 올려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 테마를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이병우 음악감독이 작곡한 이 영화의 음악은 아직도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괴물>이라는 단어를 표현할 때 배경음악으로 쓰이고 있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icONTC43dI
2003년에 개봉한 영화들, <지구를 지켜라>, <살인의 추억> 또 전설의 <올드보이>와 나란히 웰메이드 한국영화 반열에 오른 김지운 감독의 영화, <장화, 홍련>. 감독 특유의 독특한 영상미와 영화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화려한 미장센*이 조화를 이루어내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내었는데요. 이후 이 영화는 비싼 가격에 할리우드에 판권이 팔리며 2009년에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개봉되기도 하였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공포영화인 <장화, 홍련>의 음악도 이병우 음악감독의 작품인데요 (이쯤 되면 그냥 이병우 감독 작품 특별전). 신비롭고 공포스러운 영상에 애잔한 음악이 더해져 더욱더 영화를 빛나게 한 이병우 감독의 음악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은 몇 해 전에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으로 뽑히기도 했다네요.
*mise en scène: 연극과 영화 등에서 연출가가 무대 위의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 두산백과
https://www.youtube.com/watch?v=N39JgpC67i8
2004년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대한민국 남심을 홀린 유하 감독의 2006년 작품, <비열한 거리>. 잘 짜인 스토리라인에 배우들의 피 터지는 연기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영화였지만 개봉 당시 독일 월드컵의 열기와 같은 시기에 개봉한 할리우드의 역작 <슈퍼맨 리턴즈>에 밀려 손익분기점이 약간 모자라는 성적을 거두어 내었는데요 (하지만 당시 청소년 관람불가로 200만 명이나 들었다). 영화 <비열한 거리>의 대표곡 중 하나인 '청춘의 꿈'은 많은 한국영화의 음악을 만들어 낸 조영욱 음악감독의 곡으로 이 멜로디 또한 TV 속 예능프로그램의 단골손님으로 쓰이는 곡으로 남아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CsCkr1Hh4k
좋은 영화음악은 영화의 매력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며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각인됩니다.
강제규 감독의 2004년 작품, <태극기 휘날리며> 당시 <실미도>와 더불어 많은 이슈와 흥행을 몰고 온 작품인데요. 물론 비슷한 전개와 구성 때문인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콤플렉스 있는 영화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쟁영화 중 가장 흥행을 한 '전쟁 영화의 교과서'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영화가 되었습니다.
영화의 음악에는 <쉬리>, <은행나무 침대>, <7번 방의 선물>등 많은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이동준 음악감독이 맡았는데요. 그가 만든 <태극기 휘날리며>의 메인 테마는 매년 6월, 또한 나라에 비극적인 사건이 터졌을 때면 여김 없이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그 어떤 영화음악보다 친숙한 음악일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MRz8AGg_uA
"누구냐? 넌."
전 세계가 극찬한 대표적인 한국영화 <올드보이>. 이제는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불후의 명작이 된 이 영화는 2004년 한국영화로서 최초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쥔 영화인데요. 이번 달에 개봉한 <아가씨>와 마찬가지로 당시 우리나라의 감성에는 다소 불편할 수 도 있는 설정의 영화였으나 영화의 워낙 높은 완성도 때문인지 그 누구도 토달 수 없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 삽입된 가장 유명한 음악은 심현정 작곡가가 만든 미도의 테마 'The Last Waltz'인데요. 어둡고 우울한 감성이 짙게 묻어 나오는 영화의 음악으로서 그 조화를 정말 잘 이루어낸 음악이 아닐 수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DxjFs_dsR8
소소한 영화관 특별전에 올려지는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