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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우리 Sep 16. 2020

영감수집 | 나의 뾰족함이 나의 개성이다

신사임당 유튜브 <이연> 편

유튜브 <신사임당> 채널에 그림 유튜버 '이연'이 나왔다. 한 달 전에 올라온 영상을 이제야 발견했다. 이 글은 그 영상에 대한 리뷰라기보다는 그 영상으로부터 파생된 잡념에 대한 기록이다.


영상은 이렇게 시작한다.



부럽다고 이야기하면서 "너는 할 줄 아는 게 있어서 좋겠다", "너는 특별하다" 이런 이야길 많이 해주시거든요. 그런데 제가 남들을 봤을 때, 그분들도 잘하는 게 있고 그분들만의 특이함이 있어요. 이상하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거든요. 사람은 다 이상해요. 사람 그리는 걸 좋아하다 보니 사람 관찰을 많이 하는데 하나같이 똑같은 사람이 없는데. 아시다시피 그게 개성이 되고 돈이 될 수 있는 건데 본인은 그걸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그 개성을 제가 칭찬하는 식으로 찾아주긴 했는데. 제가 만나는 사람들한테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니까. 모두에게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개성을 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자기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나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많다. 여러 방면을 얕고 넓게 좋아한다. 좋아하다 보니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러다 보니 평균 이상으로 잘하는 것들이, 정확히는 잘하게 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말하기, 글쓰기, 손글씨, 그림, 노래, 사진 등. 이 항목들을 딱히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볼 때에 칭찬을 듣는 딱 그 정도로만 잘한다.


이런 것들은 대화에 자주 오르는 취미와 결부되는 것들이기도 하고 일상생활에서 남들에게 곧잘 보여질 수 있다 보니 나의 어설픈 재능을 남이 알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칭찬 뒤에 따라오는 쓸쓸한 표정을 목격한 적이 많다.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아픈 곳을 찌른 것처럼.


나 또한 그렇다. 격이 다른 대단한 재능은 순수하게 감상하고 감탄하지만, 주변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재능이나 콘텐츠, 작품은 마냥 즐기기보다는 그 이면의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도 어쩌면 할 수 있었던 것, 그럼에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각자의 개성이 있는 건데.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혹은 집중하지 못하고 항상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남의 떡이 실제로도 더 큰 경우가 많지만.


무튼 이연은 누구나 자기만의 개성을 가졌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나의 단점이 나만의 뾰족함, 특이점, 개성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준비물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 소심함이 섬세함이 되고, 겁이 많음이 현명함이기도 하다며.



김숨 작가의 <물>이라는 소설이 있어요. 주인공 '나'는 소금이고 엄마는 물, 아빠는 불이에요. 나 '소금'은 불 앞에 서면 뾰족해지고 물에 닿으면 녹아요.

저는 소금 같은 존재가 되고 싶거든요. '빛과 소금'의 소금이 아니라 그냥 소금. 물에 녹아 흐려진다고 한들 소금이 없어지진 않잖아요. 뭍에 나오면 햇빛을 쬐면 다시 자기의 각을 찾잖아요. 흐려졌다고 해서 진짜 흐려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그저 잠깐 물 안에 있는 거예요.

내가 소금이고 다들 내 각을 없애려고 한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사람들이 나의 어떤 부분을 깎아 없애고 싶어 하는가.



너무 아름답다. 이 문장들만으로도 이 영상은 가치가 있다.


사실 남이 나의 어떤 부분을 깎아내려고 했던 적은 그다지 많진 않았다. '대놓고' 깎아내려했던 건. 다만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 대한 반응들이 시원찮거나 차가울 때면 그게 나의 '모남'임을 스스로 깨닫곤 했다. 나는 좋게 말하면 모범생, 다르게 말하면 남 눈치를 보며 인정에 목말라 있는 사람이라 그런 작은 반응도 곧잘 감지하곤 했고 그건 자기 검열로 이어졌다.


언젠가 자아에는 네 종류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1. 내가 생각하는 나

2. 타인이 생각할 때 내가 바라보는 나 (예: 오우리는 본인이 ㅇㅇ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

3. 타인이 생각하는 나

4. 내가 생각할 때 타인이 바라보는 나 (예: 우리 엄마는 내가 ㅇㅇ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


이 네 가지 자아는 각기 다를 확률이 높다. 아니 백이면 백 다 다를 테다. 다만 각 자아의 갭이 비교적 적은 사람과 엄청 큰 사람이 있을 거다.


나는 2~4번 자아를 궁금해하고 집착하느라 1번 자아가 흔들린 적이 많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떠올리며 여럿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건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 테지- 하며 1번 자아로 끌고 오기도 했다. 진실 따위는 없는데.


엄격한 시간표와 규율을 따라야 하는 학창 시절과 겸손함과 성실함이 가장 큰 무기가 되는 직장생활을 거치다 보면 누구나 자신만의 뾰족함이 둥글어진다. 단체생활을 할 땐 그러는 편이 견디기 쉬우니까. 반복되는 루틴의 일상에서는 더 뾰족하게 갈고닦을 에너지 또한 부족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면 모두들 들었을 말이 있다. "평범한 게 최고야"라는 말.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게, 튀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 미덕이라며 그게 무슨 인생의 진리인 냥 이야기한다.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사람에게, 모험 앞에 망설이는 사람에게 흔히 던져지는 무책임한 말.


나는 소금이 되고 싶다. 물처럼 무슨 그릇이든 내 모양을 맞추고 남들을 품으며 희석해주는 그런 사람으로는 충분히 살아왔다. 나의 뾰족함이 때로는 나를 향할지라도 항상 스스로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뾰족함을 더 키워나가고 싶다.


요 며칠 내가 한 일.


좋아하는 에세이 필사.

그런 글을 쓰고 싶어 따라 써봤다. 한 시간 가량 걸려 완성했다. 단순히 문장을 따라 쓰는 게 아닌, 한 문장을 온전히 이해하며 외운 후에 종이로 옮겼다. 이렇게 하면 좀 더 닮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영어 원서 읽기.

매일 영어를 쓰고는 있지만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재미가 없다 보니 시작조차 어렵다. 그래서 이전에 산 책 중 가장 재밌어 보이는 책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Jay Asher의 책 <13 Reasons Why> 다. 넷플릭스 미드 <루머의 루머>의 원작이다. 너무 재밌을뿐더러 모르는 단어도 한 페이지에 몇 단어 없다. 평소에 한 번도 안 쓰는 단어들이 많지만 다 어렴풋이 뜻을 알고 있는 단어들이다. 아마 나의 영어 수준은 딱 하이틴 소설 정도인가 보다. 이 책은 추리소설의 특성을 띄고 있어 줄거리가 생각보다 단순하며 다음 내용이 궁금해 견딜 수 없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3일째 거의 절반 읽었을 만큼 스토리가 아주 흥미진진하다.


영감 수집하기. 

유튜브, 클래스 등 이것저것 보면서 잔뜩 적어둔다. 내가 되고 싶은 나에 한 발자국 더 빠르게 다가가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많이 접하고 흡수하고 따라 하고. 이제는 그 메모들이 여기저기 다 섞여있는데 항상 메모를 할 때면 하는 생각이 있다. '이전에 적은 것들을 다시 봐야 의미가 있는데, 매번 새로 적기만 하네.' 오늘 쓰는 글도 바로 그 영감 수집에 속한다.


위 목록들은 다 뾰족해지기 위해 한 행동이다. 오늘 신사임당 x 이연 영상을 보기까지는 그게 '뾰족함'이라기보다는 자기 계발 정도로 생각했지만. 어쩌면 나의 최대 관심사는 이런저런 영감, 자극 수집이 아니라 나 자신인가 보다. 나는 내가 너무 초라하고 어려워서 변화하려고 애쓰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 반대로 나는 내가 너무 좋아서 나를 너무 사랑해서 나한테 좋은 먹이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를 더 잘 알고 싶다. 대학생 때 한 발표에서도 나의 스피치 주제는 그거였다. 'YOURSELF'. 나는 내가 너무 궁금하고 더 잘 알고 싶고 더 잘 키우고 싶어서 나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온갖 군데서 접하고, 그로부터 큰 울림을 느꼈던 것 같다.


나의 뾰족함이 나의 개성이다. 아니, 나의 뾰족함이 나다. 이번 주말에 만날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꼭 해줘야지!



유튜브 <신사임당> 채널

'단점을 지적받으면 일어나는 일 (그림유튜버 이연)

https://youtu.be/yJdWpzK98JU

유튜브 <신사임당> 채널 '그림유튜버 이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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