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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사람 Jan 11. 2017

겨울, 귤

귤이 물릴때쯤 겨울이 가겠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과일 가판대에 오르는 통통하고 귀여운 귤. 귤이 보이면 겨울이 온다. 싱그러운 봄 같은 과일이 추워지면 열린다. 귤은 겨울 추위를 달래주듯 포근한 정서를 지닌 과일이다. 따뜻한 색감과 향긋함이 한 몫한다.

 귤을 껍질째 반을 가르면 사방으로 퍼지는 향은 산소가 공급되는 것처럼 신선하다. 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손 끝이 노랗게 물들도록 먹어본 경험이 있을 거다. 손에 색을 스미는 귤을 보면 여러모로 정감 가던 마음이 한층 더해진다. 귤은 사랑스럽고 친밀한 속성을 가졌구나, 하고 엉뚱한 생각을 먹을 때마다 한다.


 귤 한바구니를 사서 쟁반에 담아두고 며칠, 집을 비웠었다. 남겨진 귤들은 서로 부대낀 자리마다 멍이 들고 물러서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그것들을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담으며 '그래도 좋아 보인다' 하고 또 엉뚱한 생각을 했다. 부대끼며 사는 일에 어찌 멍이 들지 않고 곪는 일이 없을까.


 혼자 사는 집 문을 잠그고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겨울 간식거리로 귤만한 게 없으니 사다 먹으라 전화를 하셨다.


 그래, 겨울엔 귤이지. 겨울이 오면 영글영글 귤이 열리고 귤이 물릴때쯤 겨울이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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