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색 점멸등이 깜빡이는 사거리 중간쯤을 지날 때
“서울 가는 버스정류장이 어디예요?”
뭐라고 설명해주지? 내가 사는 곳은 서울로부터 1시간 30분여 떨어진 경기도다. 차가 막히면 족히 2시간은 기본으로 걸린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오가는 차량도 적어져 밤 11시가 되면 교통 신호가 점멸등으로 바뀌는 그런 곳이다.
서울에서 탄 버스를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집으로 가기 전 마지막 신호등이 있다. 동시 신호가 떨어지는 널따란 4차선의 사거리. 차가 없는 사거리는 사방으로 그어진 하얀색 횡단보도만 가로등 불빛에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주황색 점멸등이 깜빡이는 사거리 중간쯤을 지날 때 나에게 서울 가는 버스정류장을 묻기에 나는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싶어 걸어온 뒤편을 돌아봤다.
“여기서 조금 걸어야 해요. 그보다 지금 시간이면 서울로 나가는 버스가…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러고 나서 손가락으로 저 먼 끝을 찍었다. 저기쯤 가셔서 한 번 더 길을 묻는 것이 찾기에 편할 거라고도 덧붙였다. 그녀가 걸어온 방향은 아파트 단지, 혹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땅뿐이었다. 이곳의 지리를 모르는 방문자가 서울로 가는 버스를 늦은 시간에 물어 찾아간다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쓰였다. 그렇다면 이곳에는 어떻게 왔다는 말인가. 돌아가는 길이 찾아온 길과 다르다는 건 커다란 사거리를 건너다 누군가를 붙들고 길을 물을 만큼 곤혹스러운 일이다.
“여기서부터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어요.”
그녀는 버스가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버스정류장으로 급히 뛰어갔다. 나는 점멸등이 깜빡이는 사거리에 잠시 서서 그녀가 가는 방향을 보았다. 차가 다니지 않는 한 밤의 도로에 서 있으니 갑작스레 외국에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곳에서 낯선 감정이 몰려오자 괜스레 집까지의 거리를 지척에 두고도 한참 남은 것만 같아 피로감이 몰려왔다.
‘잘 찾아갔으려나?’
버스 어플을 보니 그녀가 길을 안 헤매고 부지런히 걷는다면 곧 오는 마지막 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거리로 진입하는 차 소리에 횡단보도를 건너 다시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