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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민 Aug 11. 2017

[헐렁헐렁한 영어공부] 관계대명사 2

'얘는 왜 있는 것일까'에서 시작한 어순에서 전치사와 접속사까지..

지난 글에서 관계 대명사를 정리하는 중에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왜 관계 대명사는 영어에는 있지만 우리말에는 없을까? 어순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은 너무 막연했다. 조금 더 합리적인 설명을 원했다. 그래서 나름 관련 논문도 뒤적여보면서 시작했다. 영어와 한국어에만 해당하는 특징이 아님을 참고하자.


SVO, SOV

다들 알고 있듯, 영어와 우리말은 어순이 다르다. 이 차이는 늘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언어학적 설명에 따르면 세계에는 3가지 유형의 언어가 있다. SVO, SOV, VSO. 영어는 ‘주어+동사+목적어’ 순을 따르는 ‘SVO’ 유형에 속한다. 한국어는 ‘주어+목적어+동사’, 즉 ‘SOV’ 유형이다. 우리말은 물론 주어와 목적어와 동사가 바뀌어도 상관이 없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정상적인 구조가 ‘SOV’다. 그런데 참고해야 할 점은 방금 한 말에 있다. 우리말은 '단어의 배열이 바뀌어도 상관없다'는 점이다.

일단 예문을 살펴보자

한국어

 -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나는.

영어
 
 - I drink a cup of coffee.
 - A cup of coffee drink I.


우리말은 주어와 목적어의 위치를 바꿔도 의미상에 변화는 없다. 하지만 영어는 상황이 다르다. ‘I’가 목적어 자리에 있으니 목적격 ‘me’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커피가 나를 마신다’라는 이상한 뜻으로 달라졌다.

목적어였던 'a cup of coffee'가 앞에 오자 주어가 되었다. 위치가 바뀌면서 성격이 바뀐 것은 그 위치에 따라서 성격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은 한국어는 단어의 위치가 아닌 '다른 요소'에 의해 문장에서의 역할이 달라진다. 바로 위의 예문에 나온 ‘는’, ‘를’, ‘다’와 같은 조사다.

조사는 간단하게 말하면 도와주는 말이다. 여기서는 단어의 뒤에 붙어 문법적 관계를 표시해주는 것을 말한다. ‘은/는/이/가’가 붙으면 주어 ‘을/를’이 붙으면 목적어라는 식으로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 그럼 우리말은 일단 어순에 관계없이 단어를 내뱉고 뒤에 조사를 붙이면서 성격을 부여하고 문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된다’고 한다. 말 끝에 붙는 조사에 따라서 주어, 동사, 목적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컷 말해놓고 ‘의 반대’ 또는 ‘는 훼이크’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핵어와 보어

큰 틀에서 봤을 때 영어가 가진 어순의 중요성을 배웠다. 하지만 아직 왜 ‘관계 대명사’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얻지 못했다. 조금 더 문장 구조를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언어학에 ‘핵어’와 ‘보어’라는 개념이 있다. 핵어는 간단히 말하면 구에서 핵심이 되거나 문장에서의 역할을 정해주는 말이다. 한국어는 보어가 핵어보다 앞선다.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동사구로 봤을 때
 - ‘읽었다’가 핵어. ‘카페에서 책을’이 보어.

조금 더 쪼개 봤을 때
 - '에서’가 핵어, ‘카페’는 ‘에서’의 보어. 
 - ‘읽었다’ 핵어. ‘책을’이 ‘읽었다’의 보어.


핵어가 뒤에 오는 경향이 있음을 알았다. 영어는 그 반대다.


have lunch with Tom

동사구로 봤을 때 
 - 핵어는 ‘have’. ‘lunch with Tom’은 보어

더 쪼개면은
 - ‘lunch’는 ‘have’의 보어
 - ‘Tom’은 ‘with’의 보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영어에서 단어의 순서 말고도 문장의 성분을 결정짓는 핵어가 앞에 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주어, 동사, 목적어와 같은 주 성분 외에 말을 더해줄 때 전치사(‘pre’position)를 쓰고 접속사가 절의 앞에 위치한다. ‘자, 이제 장소를 나타내는 말 나갑니다~!’ 또는 ‘이유 나옵니다~!’ 하는 식으로 먼저 신호를 주고 그에 해당하는 단어나 절이 온다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후치사(‘post’position)를 쓴다.

이제 관계 대명사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가 나왔다. 일단 단어를 내뱉었다. 그런데 얘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제 얘 설명합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관계 대명사’다. 

이전 글에서 정리했듯이 관계 대명사는 ‘전달하는 성격(relative)이 있는 대명사(pronoun)’다. 전달하는 것은 바로 그 앞에 나온 명사의 정보다. 정보란 내용이며 주어 동사가 있는 의 형식을 취한다. 그래서 관계 대명사란 절을 끌고 다니는 접속사의 성질도 가지고 주절에 속하기 때문에 종속 접속사의 성질도 가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이것이 없을 경우 주절과 관계사절의 주어 동사가 섞여서 문장이 지저분해진다.

우리말은 관계 대명사가 필요 없다. 우리는 주절주절 쓰고 맨 끝에 나온 단어의 조사만 신경 쓰면 된다.


나는 (누나가 어제 사줬던) 책을 읽었다.
I read the book (which my sister bought for me yesterday).


따라서,

1. 영어는 ‘주어 - 동사 - 목적어’ 어순을 가지는 ‘SVO’ 유형이다. 
2. 단어의 순서에 따라 문장에서의 역할이 결정되기 때문에 비교적 경직된 어순과 구조를 가진다. 
3. 문장의 주성분 외의 요소들은 핵어가 보어 앞에 위치한다. 그래서 전치사가 있고 접속사는 절 맨 앞에 위치한다.
4. 관계 대명사 또한 앞에 있는 명사와 그 뒤의 설명(절)을 연결시켜주는 접속사의 성격이 있다. 그리고 그 정보가 이제 나온다는 신호와 같다.

5. 우리는 끝의 조사만 바꿔주면 되기 때문에 관계대명사가 필요 없다.


여전히 궁금한 것이 남아있다. 어순이 다른 것은 어떤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관계있는 것인지. 그 어순이 영향을 미친 사회 문화적 요소는 없는지. 너무나 막연하면서도 그전에 알아야 할게 너무 많은 질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계속 궁금해하다 보면 언젠간 작은 실마리라도 잡지 않을까. 누군가가 알려줬으면 또는 여건이 된다면 연구해보고 싶다. 그럴 때가 오겠냐 만은..




참고 논문 : 김상희(2002), "영어와 한국어 어순의 차이점에 관한 연구", p.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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