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어렵다..
이름부터 참 부담스러워 공부할 의욕을 떨어뜨리는 용어 중 하나다. 얘만 나오면 문장은 엄청 길어지고 복잡해져서 독해하면서 마주치면 괜히 긴장했다. 해석하면 뭐 그리 앞뒤로 왔다 갔다 해야 했는지...
학창 시절부터 영어를 공부하면서 관계대명사에 대해서 궁금한 게 참 많았다. 왜 우리말에는 없고 영어에는 있는지. 이 관계대명사라는 것이 있으면서 생긴 생각의 차이나 문화적 차이는 없는지... 이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다뤄볼 예정이다.
이번에는 '왜 '관계대명사'라고 부르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려 한다.
일단 영어 문법이므로, 영어로는 어떻게 부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보자.
영어로는 ‘Relative Pronoun’이다. 우리가 배우는 ‘관계대명사’라는 이름은 이 단어를 그대로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그럼 단어 ‘relative’를 살펴보자. 영한사전에 나오는 의미는 재쳐두고, ‘relay’와 관련이 있고 여기서 파생된 단어로 보인다. ’ 전달하다’, ‘연결하다’라는 뜻을 가진 ‘relay’ 뒤에 ‘-tive’라는 접미사가 붙어서 형용사로 변한 단어가 ‘relative’다. 그럼 ‘relative’는 ‘전달하는 경향(특징)이 있는’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pronoun’은 다들 알고 있듯 ‘대명사’라는 뜻을 가졌는데 시간도 많고 알아두면 좋으니 한 번 분석해보자. ‘pro-’는 다양한 의미를 가진 접두어인데, 그중 ‘대신하다’는 뜻도 있다. 그래서 ‘pro + noun’, 즉 명사를 대신한다는 의미인 대명사다.
따라서, Relative Pronoun을 풀이하면 ‘전달하는 성질이 있는 대명사’다. 결국 얘도 대명사인데 다른 점은 명사 대신 쓰이면서, 그에 대한 정보나 설명을 전달하는 특징도 있다는 점이다.
흔히 '정보'나 '설명'이라 하면, 단어나 명사구보다는 '주어와 술어가 있는 절'의 형태를 가진다. 관계대명사는 절을 끌고 다니는 것이다. 그럼 '접속사'의 성질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절과 동등한 절을 이끄는 게 아니라, 그 주절에 속한 명사를 설명하는 절이기 때문에 '종속 접속사'의 성질이 있다. 어떤 교재에서는 관계대명사는 '접속사 + 대명사'와 같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문학적 효과를 위한 의도를 제외하고는 대명사가 있다는 것은 그것이 ‘대신해서 나온 명사가 앞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리고 우리말도 그렇고 독해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대명사가 뭘 가리키는지 확실히 짚는 것’이다. 관계대명사도 마찬가지다. '얘가 뭘 대신해서 쓰였고 어떤 정보를 전달하지?'가 중요하다.
예문을 보면서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지 알아보자.
The door led right into a large kitchen, which was full of smoke from one end to the other.
그 문은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연기로 가득 찬) 부엌으로 바로 이끌었다.
→ 그 문은 큰 부엌으로 바로 이끌었다. (어떤 곳이냐면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연기로 가득 찬)
- Alice In Wonderland 중 -
예문에서 관계대명사 'which'가 쓰였다. 어떤 명사를 대신해서 나왔고 무슨 정보를 전달하는가? 바로 ‘a large kitchen’, 전달하려는 설명은 ‘was full of smoke from one end to the other’라는 정보다.
독해 시간에 해왔듯, 굳이 우리말로 부드럽게 바꾸기 위해서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해석할 필요 없다. 문장에서 명사 뒤에 'which'나 'that', 'who', 'whom' 등이 온다면 그 명사를 설명하려는구나 하는 신호로 생각하고 준비하면 된다. 그 명사가 사람이라면 '누구냐면~', 사물이라면 '어떤 거냐면~'이라는 식으로 주욱 이어가면 된다.
대명사는 쓰임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져서 ‘주격’, ‘목적격’, ‘소유격’ 등으로 쓰인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관계대명사도 마찬가지다. 그냥 대명사는 그 대명사의 형태가 변하면 됐다. 그러나 관계대명사는 그 자신도 변하지만, 앞에 대신하는 명사(선행사)가 그 뒤에 전달하는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서 ‘주격’, ‘소유격’, ‘목적격’으로 불리며 그 뒤 문장의 구성이 달라진다는 점을 주의하자.
위의 예문에서는 ‘주어’ 성격을 띠었기 때문에 주격 관계 대명사고, 그 관계대명사가 그 뒤 문장의 주어 역할도 한 것이다. 그래서 관계 대명사절의 주어를 찾으려고 애쓸 필요 없다.
목적격 관계대명사도 마찬가지다.
The creature whom I left in my apartment might still be there.
(내가 내 아파트에 남겨둔) 그 창조물은 여전히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 그 창조물, (어떤 것이냐면 내가 아파트에 두고 온), 여전히 있을지도 모른다. 그곳에
- Frankenstein 중 -
이 문장에서 ‘whom’이 목적격 관계대명사다. 얘가 대신 쓰인 명사는 ‘The creature’이며, 전달하려는 문장에서 목적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left’ 뒤에 목적어를 찾지 않아도 된다.
그럼 소유격 대명사는? 마찬가지다. 예문을 보자.
I had created a fiend whose unparalleled barbarity had desolated my heart.
나는 (그의 비길 데 없는 잔혹함으로 내 마음을 황폐화시킨) 악당을 창조했다.
→ 나는 만들었다. 한 악마를, (그것의 비길 데 없는 잔혹함은 나의 마음을 황폐화시켰다).
- frankenstein 중 -
'whose'가 소유격 관계대명사다. 'a fiend' 대신 쓰이고, 'unparalleled barbarity'가 'a fiend'의 것임을 말한다. 즉 앞에 쓰인 선행사가 '가진 것'에 대해 설명한다. 그래서 '그 사람의 ~', '그것의 ~'라는 식으로 이어서 해석하면 된다.
우리는 말을 할 때,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거나 확실하게 가리키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문장을 짧게 나눠서 그다음 문장에서 그 대상에 대한 보충설명을 한다. 하지만 문학적 효과를 위해서, 그 문장 안에 다 설명하려고, 말의 호흡을 길게 가져가기 위해서 등 여러 의도로 한 문장 안에 다 넣기도 한다. 영어의 ‘관계대명사’는 그런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 다만 우리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그 설명을 앞에 늘어놓는데 영어는 뒤에 덧 붙이는 것이다.
영어와 우리말은 구조적으로 참 다르다. 대표적으로 어순이 그렇다. 그 어순에 있는 차이점 때문에, 우리말에는 없는 관계대명사가 영어에는 생긴 것 같다. 말의 순서가 주는 어떤 이유 때문에, '관계대명사'라는 것이 생겼는지. 어순이 다른 것은 문화나 사고방식과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