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혁민 Jul 17. 2018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딱, 교양 입문 서적 그 정도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국가에 대해서 생각이 발전한 과정과, 여러 철학들을 소개해주며, 끝에 감상문에 가까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책이듯, 마이클 샌델의 ‘Justice’도 같은 색깔의 책이다. ‘Justice’가 먼저 나온 책이긴 하지만 웬만한 교양 입문 서적은 다 이와 비슷하다.

그렇다고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먼저 다루는 정의는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다. 많은 정의에 대한 이론 중에서 왜 하필 공리주의를 시작점으로 삼았을까.

샌델은 이 책을 읽는 대상을 전문적으로 정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나 학자가 아닌 일반 대중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호기심을 관심으로 끌어가기 위해서, 그는 그 시작점을 가장 직관적이고 단순한 정의론인 ‘공리주의’를 선택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얼마나 단순한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론에서 시작해 샌델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 문제점을 보완한 다른 이론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그것들을 소개한다. 그 흐름은 다음과 같다.


공리주의 :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다수에 의해 희생되는 개인의 자유는? 그리고 어떻게 다 수치화시키지?

자유주의 : 개인의 자유가 가장 먼저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주지? 타인의 동의(거래)만 있으면 다 허용?

시장주의 : 상호 간의 거래야말로 아무도  건들지!

    아무리 상호 간의 합의라고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지 않나? 결과와 과정 만으론 알 수 없네?

칸트의 ‘정언명령’ : 중요한 것은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동기다.

    하지만 그 순수하게 도덕적인 이성이 뭔데 사람들의 그게 다 같은 곳을 향할 수 있나?

 롤즈의 ‘무지의 베일 ‘분배적 정의’ : 그럼 우리 모두 자신과 서로에 대해서 모른다고 가정해보자!

    무지의 베일에서 나온 분배적 정의가 곧 사회적 정의와 비슷한데, 곧 사회적 목표가 중요한 건가?

Affirmative Action : 우대 정책차별 철폐 조처

    그럼, 정의는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아니야? 잘 하는 사람이 준비된 사람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게 아니었나?

아리스토텔레스 : 정의를 논하는 데에 있어좋은 삶이 뭔지 명예와 미덕이 뭔지 말하는  피할  없지.

    그런데 뭔가 위험한 소리 같은데, 그걸 국가가 장려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Dilemmas of Loyalty : 국가는 도덕 앞에서 중립적일  없지과거사에 대해서 사과하고 보상하려고 노력하는 국가들이  도덕적 책임을 지려고 하잖음?

    그런데 후손들이 조상들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그들이 저지른 잘못도 아닌데?

Storytelling beings : 우리는 거대한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인물과 같다우리를 완전한 개인으로 생각하기엔 정치적 도덕적 경험들을 설명할  없다부모님이 없었다면 너도 없고부모님도 조부모님도 결국 우린  연결되어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인들이 정할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건 아니지 않음? 국가는 모든 가치를 존중해 줘야지.

지금 뜨거운 논쟁들을 보면 개인이 책임질 개인 간의 선택에 대한 문제라고 떠든다하지만 파고들면 결국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지 또는 종교적 관점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에 대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그래서 우리는 정의를 논의하는 데에 있어서 이런 것들을 중립을 지킨답시고 따로 빼놓고  수가 없다.

    그래서 샌델이 생각하는 정의가 도대체 뭐요?

이때까지 내가 말한   신경 써야  요약을 하자면,
 1. 
시민의식과 희생과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권장해야 하고
 2. 
시장 윤리가 도덕적인 것에 침범할  없도록 해야 하고
 3. 
불평등을 완화하려 노력하고연대와 시민의 도덕성도 권장해야 하고
 4. 
정치가 도덕적 문제에도 관여해야  


어째 결론이 조금 싱겁긴 하다. 그러나 샌델이 책을 쓴 목적을 생각하면 딱 적당한 수준이다.

Justice와 정의가 과연 같은 걸 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샌델이 말하는 Justice는 올바른 선택을 하는 방법이었다. 소제목도 ‘What’s the right thing to do?(무엇이 올바른 행동일까)’다. 하지만 ‘정의를 바로 세우다’, ‘정의를 지킨다’라는 말에 익숙한 나는 정의란 어떠한 이상적인 상태로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이것들을 골고루 고려해서 선택해 나가는 게 정의야’라고 말하는 샌델의 결론은 미적지근하고 크게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Justice는 동적이고 앞을 향하는 것에 반해, 내가 생각했던 정의는 완벽한 이상 그 자체로 굳어진 정적인 개념이었다. 

기대하던 것을 얻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동안 정의에 대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 거기에 어떤 생각과 철학이 들어있는지를 짚어주는 방식이 또 다른 삶의 태도에 영감을 줬다. 당연하듯 무심코 넘어가는 나의 생활 속에서 나는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갖고 판단하고 결정하는지 돌아봐야겠다. 사실 많이 듣고 듣는 소리지만 또 잘 실천하지 않고 잘 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너무 타성에 이끌려 살아온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채식주의자 - 한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