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린 Jan 29. 2017

메일 쓰기가 제일 어려웠어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무엇인가

인턴으로 일 한지 오늘로 딱 한달 째이다. 이를 기념하여 그간 있었던 일을 한번 되짚어 보려 한다.


나는 디바이스팀의 마케팅/세일즈 직무를 맡고 있다. 전자책 리더기를 어떻게 마케팅할지 또 잘 판매할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페이스북 광고 기획, 케이스 할인 프로모션 기획, 판매처 별 매출 분석, 리더기 대여 이벤트 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지원서를 낼 때 예상했던 업무와 다르지 않아 나름 수월하게 일을 하고 있다.
  
의외로 가장 어려운 업무는 메일쓰기이다. 입사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메일 쓰기가 가장 어렵다.

1인 기업이 아닌 이상 직장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누군가에게 보고하고 공유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에는 슬랙이나 아사나 같은 업무 공유 플랫폼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업무 상황을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은 메일이다. 그래서 메일을 잘 쓰는게 중요하다.
 
첫 날 페이스북 광고 기획을 맡았을 때가 떠오른다. 광고 컨셉은 입사 전 내부적으로 정해진 상태였고, 나는 그걸 구체화 할 이미지와 광고 문구를 정하기만 하면 됐다. 생각보다 일이 어렵지 않아 좀 더 어려운 일을 시켜 줬으면 하고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기획안이 완성되어 팀장님께 보여드리니, 여태 작성한 기획안을 타 팀 담당자분에게 메일로 공유하여 피드백을 받으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메일 창을 킨 채 30분을 끙끙거렸다. ‘도대체 업무용 메일은 어떻게 쓰는거지?’ 왠지 친구에게 보내듯이 파일만 달랑 첨부해서 보냈다가는 입사일이 퇴사일이 될 것 같았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참고 할만한 메일이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았다. 메일 함에 입사 후 받은 몇 개의 메일들이 있어 열어보았다. 그리고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대체 CC는 무엇인지, 왜 메일 아래 여태 보낸 메일들이 연달아 붙어있는지, 메일 주소는 어디서 검색하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살면서 수도 없이 메일을 썼지만 한번도 이런 기능이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사수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담당자님께 메일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회신 받은 메일의 내용은 처참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랬다. “현정님, 이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당시 담당자님의 회신메일이다. 자세한 내용은 블러처리했다. 코멘트 시작, 코멘트 끝이라는 말이 인상깊다....^^

담당자님은 내가 보낸 메일 내용 하나 하나에 밑줄을 긋고 질문을 하였다. ‘어떤 이미지를 말씀하시는 거죠?’, ‘제가 이해한 건 이러 이러한데 이게 맞나요?’ 회신을 읽고 얼굴이 빨개졌다.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 나름 열심히 썼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건 일을 두 번 하게 될 담당자님께 너무 죄송 했기 때문이다. 담당자님께 다시 메일을 보냈다. 이건 이거구요, 저건 저래서 저렇습니다.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신경 써서 한번에 잘 보내면 될 걸. 후회가 밀려왔다.

입사 첫 날의 이 에피소드는 혼이 날 만큼 잘못한 일은 아니었지만 메일 하나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무능력한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를 느끼게 해준 속쓰린 경험이었다. 새삼 회사 생활은 팀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학과 또는 공모전 팀플과 달리, 회사의 업무는 모든 직원들이 동시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내가 무슨 일을 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명료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하는게 당연하다. 왜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건 결국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인 것 같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의 글과 언어가 온전히 이해되는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 말이다. 나는 당연히 알고 있는 정보이지만 내가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알 길이 없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 정보인지 생각하고 간단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한다면 그 언어가 서투르고 불완전 할지라도 적어도 상대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고 싶다면 어떻게 말하기를 고민하기 전에 상대방이 궁금한게 뭔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소서에 손이 닳도록 썼던 그 놈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이제는 뭔지 알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지하철을 시끄럽게 한 죄, 역무원을 수고롭게 한 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