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디자이너의 프레젠테이션과 디자인에 대한 단상
어느덧 직장에서 피피티와 키노트를 10년째 디자인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과 디자인을 통해서 남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참 재미있는 것 같다. 그동안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해오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았다.
1. 내가 모르면 듣는 남도 모른다
첫 번째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단계가 있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하려면 우선 내가(혹은 상사) 발표하려는 주제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확히 이해하는 단계다. 주제와 내용을 이해하고 디자인을 시작하는 것과 그렇지 않을 때 결과물은 천지차다. 슬라이드를 완성하고 나면, 다시 한 장 한 장 살펴보면서 정작 내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지,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디자인은 정리의 과정이기 때문에 슬라이드 위의 놓여있는 정보들을 잘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제의 내용이 정리할 수 있다.
2. 벌리지 말고 좁혀라
상사에게 보고 후, 프레젠테이션이 만족스럽지 못했을 때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은 기존의 프레젠테이션 내용에 대한 자료와 데이터의 보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뭔가 기존과는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추가된 데이터에 대한 잡다한 디자인 스킬이 추가되기 쉽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왜 잘 전달이 안되었는가?
이럴 때는 마냥 원점에서 새로 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처음으로 돌아가 ’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왜 잘 전달이 안되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좋다.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기보단, 오히려 기존의 내용을 덜어내고 옥석을 가려냄으로써 문제가 해결도는 경우가 많다.
3. 1개의 슬라이드에 핵심은 1개만
세상 모두가 관심을 가진 주제를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이 없으며, 없던 관심을 1이라도 불러오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서처럼 꽉꽉 채워 넣는 슬라이드는 가장 최악이다. 꽉꽉 채워 넣은 슬라이드는 디자인을 아주 깔끔하게 잘했다 치더라도 그 누가 관심도 없는 주제의 글을 읽어줄까?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발표자의 마음일 뿐, 청중들이 읽지 않아도 보기 편한 슬라이드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4.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은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은 컬러를 더하거나, 이미지를 더하거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은 꾸미는 것이라는 오해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더 화려하고 예쁜 피피티 템플릿을 찾는다. 반대로 디자인은 빼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자. 과연 내가 추가하려는 이 컬러와 이미지들이 내 주제에 맞는 것인가를 고민해 보자. 맥락에 맞지 않는 과한 디자인과 화려한 애니메이션은 프레젠테이션의 본질인 명확한 전달을 방해할 뿐이다. 프레젠테이션에서의 디자인은 잘 정리된 디자인을 의미하며, 그 디자인은 기초디자인만 잘 지키고 있다면 더할 것도 없다.
5. 한 편의 영화 같은 흐름을 만들어라
나는 종종 프레젠테이션을 영화에 비유하곤 한다. 영화를 촬영할 때 한 프레임 프레임을 슬라이드라고도 하고, 프레젠테이션을 구성하는 낱장 낱장을 슬라이드라고 하는 개념도 같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레젠테이션을 구성할 때도 영화감독의 마음이 되어 구성하면 좋다.
내 관중(청중)들에게 어떻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떤 위치에서 어떤 장치들을 해놔야 관중(청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정말 감독의 마음이나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은 같다.
영화에서는 기승전결이 중요하다. 갑자기 클라이맥스에서 끝낼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프레젠테이션도 마찬가지다. 한껏 기대치를 끌어올리고 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의 결론이 없으면 듣는 사람은 ‘?????(물은 표)’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에 대한 저의 글들을 브런치 북을 참고해 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