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범한츈 Feb 07. 2023

난생처음 교통사고로 알게 된 것들

어찌 나에게 이런 일이…

1차 기회 - 잔업

평일 오후 4시 40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퇴근이 마려웠다. 이 시간을 놓치면 차를 타고 집까지 가는 시간이  x2가 된다. 그런데 이날 따라 왠지 잔업을 조금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에잇 내일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의자를 박차고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를 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2차 기회  - 갈림길

회사에서 바로 좌회전을 한 후 집에 가는 방법에는 2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천천히 줄 서있다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내비게이션 방법이고, 두 번째는 만남의 광장에서 우회도로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로 합류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내비게이션에도 잘 추천해주지 않는 정말 회사를 다니며 알게 된 일종의 개구멍 같은 방법이다. 주로 좌회전을 하며 교통흐름을 보며 두 번째 방법을 취하는데, 이날 따라 왠지 교통흐름이 좋아 보여서 첫 번째 방법을 택했다.


1, 2차 기회를 모두 놓쳐버렸다

‘오? 어떻게 이 시간에 여기가 이렇게 안 막힐 수 있지?

정말 역대급의 교통흐름이었다. 이곳이 이렇게 안 막히기는 힘든 곳인데 나는 정말 오후 4시 40분에 퇴근한 나와 갈림길에 대한 고민에서 첫 번제를 선택한 나를 칭찬하고 있을 때였다. 순간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제로 달아놓은 블랙박스에서 경고음이 낫고 운석 같은 것이 하늘에서 떨어져서 내차에 부딪친 줄로 알았다. 너무 어이가 없었던지 블랙박스를 나중에 보니 ‘헐…’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와 녹음되어 있었다.  합류하기 전에 교통 정체가 좀 있어서 시속 0km 대기 중에 (정지상태) 뒤에서 내 차를 왜 못 봤는지 뒤에서 나를 그냥 박아 버린 것이었다.


어찌 나에게 이런 일이…

운전한 지 5년 동안 사고는 처음이었다. (’ 헐 ‘이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올만했다). 일단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비상등을 켜고 갓길로 차를 세웠다. (다행히 합류하기 전 커브길이라 갓길이 엄청 넓어서 교통흐름에 방해하지는 않았다)  차량 두대가 나란히 갓길로 비상등을 켜고 대자 지나는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주차를 마무리하고 나는 차에서 내리며 어디서 또 본 것은 있어서였던지 뒷목을 자연스럽게 잡고 내렸다. (정말 뒷목이 아팠다) 뒤에서 나를 박은 차주가 내렸는데 나이가 좀 있으신 운전자였고, 보조석에는 배우자로 보이는 분이 놀래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계셨다. 차 상태를 보니 범퍼에 흠집이 육안상으로만 보이는 사고였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사고였는데, 왜 이렇게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가 났던 건지 모르겠다.


  이런 교통사고가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일단 내 보험사에 연락을 하라고 했다. 부랴부랴 보험사에 전화를 해서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위치를 대충 이야기하니 찰떡같이 알아듣고 보험처리사를 현장으로 보내줄지 말지 결정하라고 했다. 전화를 다급하게 하고 있었는데 가해차주분이 와서 본인이 다 잘못을 인정하고, 대물접수 했으니 번호만 찍어가라고 했고, 보험처리사는 굳이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잠시 후 내 보험사 보험처리사가 연락이 왔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그럼 자기는 안 와도 되겠다고 하였고, 대물접수 했고 차량 운행이 가능하면 그냥 집으로 가라고 가이드를 해주었다. 뭔가 찜찜함에 사진을 몇 장 남겼다. 돌아오는 길에 ‘명함이라도 받았어야 했나?’라는 찜찜함이 계속 남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정차한 차를 뒤에서 박으면 뒤차에 과실이 100% 이고, 내 차가 0%고 분쟁 이유가 없으면 굳이 보험처리사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가해차주분께서 100% 자기가 잘못했다고 이야기를 한 상황이라 더더욱 경찰이고, 보험처리사가 필요 없었다. 그리고 가해차주분은 사고 현장에서만 목소리를 들었을 뿐, 그 이후 처리는 상대방 보험처리사와 이야기하면 되므로, 가해차주의 명함이나 그런 건 더더욱 필요가 없다. 사건 현장(?)에서 대물접수번호, 상대방 보험사연락(상대방 보험사에서 사고접수 되었다고 카톡이 옴)만 확인되면, 굳이 현장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다.


사고 이후 알게 된 테슬라 블랙박스 확보 방법

상대방에 100:0을 인정했지만, 밤에 뭔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나중에 가해차량이 다른 소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나는 테슬라의 최첨단(?) 4ch 블랙박스가 생각났다. 그래서 혹시 몰라 테슬라로 뛰어내려 가 블랙박스 뷰어를 열었다.


‘??????’

녹화가 안되어있다.  순간 머리가 쭈뼛쭈뼛 섰다. 그리고 자주 가는 테슬라 카페에서 사고 시에 녹화가 잘 안 된다는 글들이 떠올랐다. 이런 일이 나에게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혹시 몰라 사제로 2ch 소리가 녹음되는 뷰게x 블랙박스를 설치해 두었으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사제 블랙박스에 장착된 sd카드를 부랴부랴 맥북에 꽂았다. 와… 역시나 맥에서는 동영상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다 후방 영상을 재생하려면 윈도에서 전문 소프트웨어를 받아야만 했다. 나는 뒤에서 받힌 거라 뒤에 영상이 필요한데 말이다. 다행히 와이프 맥북에 페러럴즈가 깔려있어서 이것저것 설치한 다음 사고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테슬라 블랙박스엔 녹화가 안되어있을까?

엄밀히 말하면 안 되어있었던 게 아니다. 테슬라는 최근 1시간 동안만 주행 영상을 녹화한다. 그리고 이 영상은 테슬라 블랙박스 뷰어에서는 보이지 않고, usb를 컴퓨터에 꽂아야만 볼 수 있다. 그래서 뷰어에서 주행영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 1시간 이전 영상은 어떻게 확인하냐고? 그래서 다음이 중요하다. 테슬라 블랙박스는 클락션을 울리거나, 블랙박스 아이콘을 터치하면 순간 전 후 10분 영상을 따로 저장해 준다.


열선 옆에 있는 카메라 모양이 주행 중 블랙박스 녹화버튼임 (주행 후에는 해당 버튼을 눌러서 블랙박스를 볼 수 있음)


때문에 사고와 같이 중요한 이벤트가 날 것 같은 경우, 혹은 이벤트가 발생된 이후에는 클락션 또는 버튼을 눌러 클립을 생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생성된 클립은 테슬라 블랙박스 뷰어에서 볼 수 있다. 대충 어떻게 쓰는 줄 알았지만, 이렇게 확실히 알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테슬라 블랙박스 쓰는 방법을 완전히 마스터했다. 뷰어를 보니 내가 클락션을 울렸을 때 클립이 저장되어 있는 장면들을 볼 수 있었다.  

블랙박스 탭 안에 버튼을 눌러 (혹은 클락션) 녹화를 시도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새 차 뽑은 지 3개월 만에 난 사고, 차량수리는?

2022년 9월에 출고했는데, 대략 3개월 만에 사고가 났다. 다행히 큰 사고 아니었지만, ‘내 차는 새 차라고!!’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상대방 보험사에서 전화가 계속 오면서 수입차 전문 수리 업체를 추천해 주었다. 그런데 좀 알아보니 굳이 거기 안 해도 된단다. 테슬라 홈페이지를 보니, 테슬라 공식 인증 수리업체가 있었다. (서울권 테슬라 서비스센터에서는 사고차 수리는 하지 않음) 애플처럼 프리스비 같은 곳에 위탁해서 운영하는 업체였다. 왠지 집 가까운 데로 해야 수리가 용이할 것 같아서 집이랑 가까운 곳에 전화로 예약을 했다. 사고접수를 하니 다음날 바로 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연초부터 바빠죽겠는데 차를 갖다 주고 또 찾아와야 하고 참 머리가 아프겠다 싶었다. 그런데 100:0인 이 사고… 내가 그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었다. 센터에서 내가 있는 곳까지 렌터카도 보내주고, 수리를 위해 내차를 가지고 가기까지 해 줬고, 당연히 또 수리가 끝나고 내가 있는 곳까지 차를 가져다준다고 하였다. 그러니 굳이 집이 가까운 곳에 맡길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내 차는  범퍼에 흠집만 났고, 차체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었다.


경미한 사고, 사고 이력이 남을까?

차는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사고이력이 남아 평생 타고 다닌다고 약속한 테슬라지만, 나중에 팔 때 사고이력이 남아 감가가 더 많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사고처리가 완료되어 갈 때즈음 나의 보험사에서 연락이 와서 몇 가지 물어보았는데 다행히 범퍼는 소모품이라 감가대상은 아니지만, 사고이력은 남는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당연히 100:0인 사고라 나의 보험료 할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와 합의금 - 튕기니까 높아지네?

정말 경미한 사고였지만 하루가 지나니 목 뒤쪽부터 어깨, 허리가 결리기 시작했다. 나는 한의원을 좋아하지 않는데, 회사랑 가까운데 다녀야겠다 싶어서 회사 앞 한의원을 찾았다. 밖에서 한의원 간판을 쳐다보니 ‘교통사고‘라고 적혀있었다. 카운터에 교통사고가 나서 왔다고 하니 대인번호를 물어보았고, 열심히 다니라고 했다. 대인접수번호만 있으면 현금도, 카드도 아무것도 필요 없이 그냥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첫날 침과 찜질, 그리고 한약까지 과잉 진료를 받았더니 한결 몸이 좋아짐을 느꼈다. 연초라 회사일이 너무 바빠 죽겠는데 한의원 가는 게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받을 때는 시원한데, 내가 시간 내서 가는 것도 짜증 나고, 추워 죽겠는데 회사 앞 한의원이지만 가는 게 귀찮았다. 주변에서 경미한 사고라도 까닥 잘못하면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겁을 주는 통에 안 갈 수도 없고 내 신세가 참 개탄스러웠다. 그러던 중에 상대방 보험사에서 차분한 분이 전화가 왔다. 몸은 어떠시냐며 내 몸 상태를 매우 걱정해 주었는데 목소리 톤과 대사가 매우 훈련된 AI 같았다. 2주 정도 한의원을 다니신 것 같은데 합의를 하면 어떨지 나에게 물었다. 그러면서 교통비까지 고려하여 40만 원이면 어떠냐고 했다. AI 같은 목소리라 그런지 나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네?? 40만 원이요?? ‘라고 따박따박 받아치기 시작했다. (나는 따지는걸 잘 못하는 사람이다)

연초부터 바빠서 병원도 제대로 못 가고 있으며, 병원 한번 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 업무에 지장까지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랬더니 70만 원까지 올려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금액이 너무 작네요, 병원에 좀 더 다니겠습니다 ‘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음날 다시 상대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다. 아주 숙련된 직원인지 지난 일을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다시 협상을 시도했다. 나는 100만 원 이상 주지 않으면 합의할 생각이 1도 없다고 의사를 전했다. 그도 매뉴얼 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3회 차 전화라서 그런지 0.5초 만에 그럼 자기가 최대한 해줄 수 있는 금액이 99만 5천 원이라고 했다. 순간 아직도 아픈 것만 같은 내 허리 상태와, 추워 죽겠는데 회사 앞 한의원까지 걸어가야 하는 날씨 등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더 이상 이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생각이 컸는지 나는 합의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계좌번호를 불러주고 전화를 끊고 3분 만에 입금 문자가 왔다. 상대방 보험사도 어서 빨리 사건을 종결시키고 싶었나 보다.


난생처음 교통사고로 알게 된 것들

작년 말 코로나에 걸려 격리 중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를 완편(?)했다. 정말 다양한 교통사고의 세계를 만났음에도 영화와 같은 일은 나에게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행히 나는 한블리에 비할 바 없이 경미한 추돌사고였지만, 이번 교통사고로 배운 것들이 많다.  우선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프로세스가 머리에 생겼다. 그리고 매년 보험을 들고 있지만, 사실 어떤 원린지도 모르고 시간에 쫓겨서 체크했는데 이제야 대인, 대물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생겼다. 그리고 가장 큰 수확(?)은 테슬라에서 블랙박스를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서 정확히 알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는 교통사고 처리 시스템이 매우 잘되어있다는 것에 감탄!!

어쨌거나 크건 작건 교통사고는 뒤에 수습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짜증 나는 건 사실이지만, 나도 차도 크게 안 다쳤다는 점, 그리고 이것저것 잡지식에 경험치가 늘었다는 것에 감사해하며 오늘도 안전운전!!



매거진의 이전글 책이 출간되고 3달이 지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