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과 민폐 사이
달리 보이는 것들
거뜬히 두 사람 몫을 해내고 업무에 빈틈이 없어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자칭 타칭
대체 불가능한 존재
내가 떠나온 곳에서 해가 바뀌었는데도 내 이름을 거론하며 아쉬워들 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동안 자만에 빠져있었다
이를테면
어떤 방송인이 출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방송에 복귀했다거나
직장에서 만삭의 몸으로 끝까지 일하다 그날 밤에 출산을 했다는 식의 얘기들과 함께
문득 이런 생각도 들더라
박수칠 일이 아니라 누가 봐도 뜯어말려야 할 상황이건만
당사자는 내 자리가 언제 날아갈지 모른다는 위협감과 함께 동료들에게 끼칠 피해를 염려해 그런 행동도 불사할 터이고
사측이나 미디어는 '모성은 위대하다'라는 식으로 포장해 미담화하고 이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은 직업 정신이 부족하다고 매도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듦과 동시에 근로자 보호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자신들의 책임에 대한 비난을 교묘히 빠져나간다는 것-
그리고 업무를 완벽히 수행하고 프로로서의 근성을 인정받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개인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고 권리를 희생하는 것이 당시엔 훈장같이 빛나 보일진 모르겠으나
그런 나로 인해 누군가는 당연한 권익을 자진 반납하거나 침해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
그땐 미처 몰랐다
그저 힘들어도 아무 소리 않고 최선을 다하며 일처리가 확실하다는 평을 받는 내 모습에 우쭐했을 뿐
내가 좋아서 했든
남의 손에 떠밀려 했든
내가 정당한 권리를 헌납하면서까지 강행하는
내 식대로의 업무 방식 혹은 언행은
누군가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한다
착각의 늪에 빠져 살지 않으려면
늘 가슴엔 역지사지를 품고 살아야 하고
상황을 다각적으로 해석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