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에서 들었다.
“방어가 자리를 좋아하거든.“
방어를 잡는 배는 새벽에 나간다.
먼 바다로 향하기 전에, 먼저 ‘자리’를 뜬다.
작은 생선을 그물로 건져 올리며, 오늘의 방어 작업을 준비한다.
그리고 방어가 몰려드는 마라도 근처로 나아가 자리를 푼다.
일부는 낚시바늘에 끼워, 기다린다.
방어는 그 자리를 좇아온다.
그렇게 하루의 사냥이 시작된다.
잡힌 방어의 배를 갈라보면,
배 속에서 자리 스무 마리가 넘게 나온다고 했다.
이미 소화되어 녹은 것도 있고,
방금 삼킨 듯 눈빛이 남은 자리도 있다고.
하루의 흔적이 몸속에 층층이 쌓여 있는 셈이다.
“얼마나 고된 일이냐.. 먼저 자리를 뜨려고
그 새벽에 나가는 거야.“
해가 지면 배는 운진항으로 돌아온다.
가두리 어장에 잡아온 방어를 풀고,
수협 직원들이 크기별로 방어를 센다.
그제야 어부들은 퇴근을 한다.
밤이 되면, 묶여 있는 배들이 ‘위잉—’ 하고 소리를 낸다.
크리스털볼을 부딪히는 듯한 그 소리 속에
모슬포의 하루가 천천히 잠든다.
퇴근을 눈앞에둔 방어잡이배
#모슬포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