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빨리빨리는 항상 내 주변에 있었다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빨리 가고
급식실에 빨리 가서 밥을 먹고
빨리 농구를 하러 뛰어가고
10대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가볍고 산만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학습에 가장 저해가 됐던 요소는 '빨리빨리' 였던 것 같다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다음만 생각하다 보니
본 책을 또 보게 되고, 헷갈려서 또 보게 되는 비효율의 연속이었다
물론, 지금도 발등에 불 떨어진 듯 동동 거리기도 하고
저번 주에 본 내용이 기억 안 나 다시 구글링을 하지만
이젠 나에게 최우선의 가치가 빨리빨리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느리게 하지만 분명하게
조급해지고 심장이 쿵쿵거린다거나
빨리빨리만 외치는 클라이언트의 말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도
되뇌고 되뇐다
33년 차 빨리빨리 인생으로 살아보니 득 보다 실이 많은 것 같다
빠른 것은 당연히 좋은 가치지만 부정확하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빠름은 실수를 만들어 낸다는 것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 되어버린다는 것
정신없이 쳐버린 작업물은 내 포트폴리오에 넣기도 싫어진다는 것
더 이상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 한번 적어본다
내 머릿속에서의 긴박하고 부정적인 것들은 사실
10분 이따 받아도 됐던 전화
늦게 도착해도 문제없을 모임
앞뒷말엔 관심 없이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
급하지 않았던 클라이언트 피드백 등이었다
습관처럼 저런 상황에서 '즉각 대응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부러라도 물 한잔 마시고,
내가 충분히 처리해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처리해주곤 한다
상대방에게는 내 답장이 전보다 느려질 순 있겠지만,
상대방에게도 나에게도 원하는 값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