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은 지독한 놈이다. 이걸 왜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캠핑을 좀 해 봐야 하나 싶다. '이슬'이라는 게 이렇게나 성가시고 위험한 것인지 몰랐다.
노랫말이나 사람 이름에서, 혹은 사진과 영상에서 맑으니 저떠니 좋은 '느낌'만 몇 십년 갖고 있었는데, 근래 텐트에서 며칠 연속 자고, 산속이나 해변에서 아침저녁 야외 경험 하면서 비로소 안다.. 이슬은 나쁜 거다.
숨길원정대 야영지에서 배낭이든 신발이든 잠시만 텐트 앞에 두어도 이슬이 내려 축축했다. 매일 젖은 옷가지를 수거해 다음날 나름 건조까지 해서 공급해 주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이동 간에 젖은 짐 말리늬라 피말릴 뻔 했다.
김녕해변에서 젖은 수건과 속옷이 도저히 마를 것 같지 않았는데 그래도 밖에 넌 거는 담날 아침에 잘 말라있었다. 밤새 바람이 좀 불었나 보다. 공기의 이동이 없으면 아침이 아니라도 이슬에 당한다. 반대로 바람은 이슬의 천적이다.
'이슬'은 나쁘고 바람은 꼭 나쁘지만은 않다. 이슬은 지독한 놈이다. 이걸 왜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불안할 정도로.. 겪고 당하고서야 알 것들이, 몸으로 바로 알 것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