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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미지 Jun 17. 2021

로맨틱가이인줄 알았지? 사실 난 반항아, <락앤롤보트>

아쉽씨네(Cine)-아쉬운 영화 다시 보기 <4회>

4. 로맨틱 가이인 줄 알았지? 사실 난 반항아, <락앤롤 보트(2009)>


포스터

원제: The Boat That Rocked

국내 개봉: 2010. 12. 02

장르: 코미디

국가: 영국

감독: 리처드 커티스
주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빌 나이


https://youtu.be/pyXu0mC38SE

예고편


워킹타이틀의 대표 선수이자,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인 리처드 커티스의 영화들에는 마치 인장과도 같은 대표곡들이 있습니다. Love Is All Around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She (<노팅힐>)/ All by My Self (<브리짓 존스의 일기>)/ All You Need is Love (<러브 액츄얼리>)/ How Long Will I Love You (<어바웃 타임>) 등등. 리처드 커티스의 탁월한 선곡은 로맨틱한 스토리에 풍미를 더해주고 푹 빠지게 만드는 그의 특급 레시피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막상 그가 큰 맘먹고 만든, 주옥같은 노래들로 가득한 음악영화 한 편은 전작들과 달리 처참한 흥행 실패를 겪고 뒤늦게야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것이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락앤롤 보트>입니다.


락앤롤 보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 영화는 확실히 리처드 커티스의 최근 필모 중 튀는 작품입니다. 그의 장기인 로맨틱 코미디는 확실히 아니고 오히려 골 때리는, 반항아 같은 분위기의 영국 시트콤에 가깝죠. 그러나 알고 보면, 사실 이 분야야 말로 그의 전공입니다. 명작 로맨틱 코미디들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 리처드 커티스는 원래 그의 옥스포드 대학 동창, 로완 앳킨슨과 전설적인 코미디 프로그램, <미스터 빈>을 만들어 유명해진 아티스트이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영화, <락앤롤 보트>야 말로 그가 원래 만들고 싶었던 코미디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그의 감독 데뷔작이자 출세작, <러브 액츄얼리> 직후 찍은 작품이 이것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바다 위 낭만에 건배!


이 영화는 1960년대 소위 불온 문화를 검열하던 정부를 피해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는 배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해적 라디오를 송출하며 금기에 맞서는 보헤미안 DJ들,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자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이 배에 올라타게 된 주인공 청년의 성장을 그리고 있습니다. 만, 진지한 영화는 전혀 아닙니다. 
어딘가 대책 없이 낭만적인 보트의 분위기와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의 무심한 등장인물들,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빌런 역할의 정부 관료들까지 한데 모여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죠. 이 영화의 제일 큰 갈등(?) 중 하나인 인기 1,2위 DJ 간의 자존심 싸움만 봐도 리처드 커티스가 이 영화를 매우 힘 빼고 찍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Why So Serious?"라고 말하는 듯한 인물들


그렇다고 허투루 찍은 절대로 아니죠. 리처드 커티스는 그의 명성에 걸맞게 화려한 배우진들과 공들인 미술(배가 너무 멋있어요)로 한껏 멋을 뽐냅니다. 자유를 이야기하는, 반항기 가득한 메인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게 서있는 건 당연한 부분이고, 영국식 유머와 황당한 전개들을 가득 담은 코믹 에피소드들이 그 사이에 촘촘히 배치되어 끊임없이 여러분을 웃음 짓게 준비가 되어있죠. 유머가 취향에 맞으신다면, 이 에피소드들이 끝없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가 잘 되었더라면 드라마로도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DJ 한 명씩의 에피소드만 풀어도 시트콤 한 시즌은 될 텐데


서론이 길었는데,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음악'에 있습니다. 과장을 좀 보태서 음악은 이 영화의 척추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락앤롤 보트와 그 안의 DJ들이 그토록 이야기하고 열망하는 표현의 자유는 락앤롤 음악 없이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기 째문이죠. 그런 점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감독인 리처드 커티스는 그의 장기를 살려, 심혈을 기울여 선곡한 멋진 사운드 트랙들을 영화 안에 가득 채워 두었습니다. 각자 다른 스타일을 뽐내는 이 노래들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등장인물들과도 닮아 있는데, 여러분이 1960년대 영국 음악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들이 한동안 여러분의 최애 플레이리스트가 될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https://youtu.be/gH5buq6p8Cg

맛보기로 한 곡 듣고 가시죠 - 'All Day And All Of The Night' by The Kinks


사람들의 기대와 달랐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에피소드 나열 형식의 긴 러닝타임이 문제였을까요. 이 영화는 이 수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박스오피스에서 강판당한 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의 미덕들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유머들과 멋진 사운드 트랙은 영화 VOD와 유튜브 음원으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도록 되어있으니, 바다 위 자유로운 보헤미안들과 즐거운 두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 이 <락앤롤 보트>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뜬금없지만, <IT CROWD> 많이 봐주세요


R.I.P, 우리의 카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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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볼만한 영화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그대. 그건 단지 지금이 코로나 시국이라서가 아니라, 그대가 영화의 홍수 속에 빠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대의 취향이었을지도 모르는 영화들은 막대한 P&A(Print & Advertisement, 배급 및 마케팅비의 준말)를 등에 지고 극장을 지배하는 대형 한국영화, 프랜차이즈 외화들에 달리, 빈약한 P&A 혹은 잘못된 마케팅, 그로 인한 낮은 인지도로 개봉 사실조차 묻힌 채 사라졌거나, 수많은 우려와 고민 끝에 제 때를 놓친 채 극장을 지나쳐 소리 소문 없이 VOD로 직행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VOD 출시 스케줄만 봐도 이런 외화들이 한 주에만 두 자릿수에 이르다 보니, 보물을 찾아 정글로 들어가는 모험가의 마음으로 영화 VOD 메뉴를 샅샅이 뒤지지 않는 이상 그대가 원하던 그 영화와는 영영 랑데부하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일상에 지쳐 식사 메뉴조차 오래 들여다보기 어려운 그대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이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색다른 영화를 찾기를 원하는 그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그대가 놓쳤을만한 좋은 영화들을 소개하는 목적입니다. 만에하나 이 중 하나라도 그대의 마음에 든 영화가 있다면, 검색과 알고리즘을 통해 이를 타고 타고 그대 취향의 또 다른 영화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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