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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미지 Jul 03. 2021

원조 맛집의 재오픈, <젠틀맨>

아쉽씨네(Cine)-아쉬운영화 다시 보기 <5회>

5. 원조 맛집의 재오픈, <젠틀맨(2020)>

원제: The Gentlemen

국내 개봉: 2020. 02. 26

장르: 액션, 범죄

국가: 미국

감독: 가이 리치
주연: 매튜 맥커너히, 휴 그랜트, 콜린 파렐


https://youtu.be/f70XPPsoClM

예고편


유독 본인의 데뷔작과 한 몸처럼 되어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대(大) 감독들이 있습니다. 조지 밀러에게는 <매드 맥스>가 그렇고 쿠엔틴 타란티노에게는 <저수지의 개들>이 그렇죠.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가이 리치에게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라는 걸출한 데뷔작이 있습니다. 이후에도 수많은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이들 영화를 변주하여 나름의 유사 작품들을 내놓았고 이제는 그 수가 너무 많아 이런 스토리들이 각자 특정 장르처럼 굳어졌지만 뭐랄까요, 오리지널 특유의 그 맛이 사는 경우가 거의 없었죠. 말하자면, 원조 맛집과 프랜차이즈의 차이 같다고나 할까요.


명작 범죄영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1998)>


영국의 각양각색의 얼간이 무법자들이 얽히고설켜 벌어지는 범죄 코미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으로 화려한 데뷔를 한 가이 리치 감독은 한동안 비슷한 작품들을 만들다가 <락큰롤라> 이후로는 다른 길을 걸은지 오래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아마도 요즘의 영화 마니아들은 그를 <셜록홈즈(로버트다우니 주니어 주연)>이나 <알라딘(디즈니 실사화)>의 감독으로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최근에는 웃음기 하나 없는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 <캐시 트럭(2021)>을 내놓기도 한 그는 이제 수많은 장르들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가고 있죠.


그런 가이 리치 감독이 오랜만에 자신의 전공으로 돌아온 <젠틀맨(2020)>은 여러모로 그의 과거 명작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간단히 시놉을 체크해볼까요?


믿고 보는 매튜 맥커너히


- 유럽을 장악한 업계의 절대강자 ‘믹키 피어슨’(매튜 맥커너히)은 자신이 세운 마리화나 제국을 걸고 돈이라면 무엇이든 벌이는 미국의 억만장자와의 빅딜을 시작한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무법자 ‘드라이 아이’(헨리 골딩)와 돈 냄새를 맡은 사립탐정 ‘플레처’(휴 그랜트)까지 게임에 끼어들게 되면서 오랫동안 지켜온 정글의 질서는 점점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갱단+적대 갱단+억만장자+사립탐정'의 구도라니.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기에 더없이 좋은 인물 세팅이죠. 거기에 감독은 한 가지 조미료를 더 첨가하는데요, 그것은 중반부터 등장하는 코치(콜린 퍼렐)와 사고뭉치 제자들입니다. 이 제자들은 마치 수족관 안의 메기처럼 영화 속 모든 사건에 개입하여 휘젓고 다니면서 사건들의 스케일을 점점 키우는데요, 이 소동을 수습해야만 하는 코치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살신성인은 이 이야기에 의외성과 빵빵 터지는 유머들을 제공합니다.


아무리 봐도 이 영화의 진 주인공은 '코치(콜린 퍼렐)' 같아요


휴 그랜트의 연기 변신도 이 영화의 색다른 재미입니다. 가이 리치는 로맨틱 가이인 휴 그랜트를 데려와 협잡이나 일삼는 삼류 사립탐정으로 만든 뒤, 이 영화 스토리의 화자로 삼아 그의 말 솜씨에 관객 모두가 끌려가도록 유도하죠. 능글맞은 그의 어투가 범죄극을 만나 뺀질뺀질하게 바뀐 모습을 보면, 감독의 용병술에 감탄하게 됩니다. 할리우드 대표 문제아 중 하나인 콜린 퍼렐을 갱생 전문 교육자, '코치'로 캐스팅 한 것도 그런 그의 용병술을 나타내 주죠. 영화 <젠틀맨>에는 이 외에도 의외성을 활용하여 관객에게 재미를 주려는 가이 리치의 정성이 소소하게 많이 나오니, 직접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원조 맛집'의 명성은 결코 허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이 영화, <젠틀맨>을 보시면 또 한 번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휴 그랜트는 이 영화에서 정말 한 대 쳐주고 싶을 만큼 미운 연기를 잘 해냅니다


아직도 이 영화가 왜 보란 듯이 흥행을 하지 못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코로나를 너무 직격으로 얻어맞았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자꾸만 <킹스맨>이 생각나는 어설픈 제목(심지어 포스터 콘셉트도 애매하게 비슷함)이 문제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가이 리치는 원조 맛집 다운 푸짐한 한 상을 차렸고 원조 맛집의 맛이 그리우셨던 분들이라면 이 영화로 오랜만에 갈증을 해소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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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볼만한 영화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그대. 그건 단지 지금이 코로나 시국이라서가 아니라, 그대가 영화의 홍수 속에 빠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대의 취향이었을지도 모르는 영화들은 막대한 P&A(Print & Advertisement, 배급 및 마케팅비의 준말)를 등에 지고 극장을 지배하는 대형 한국영화, 프랜차이즈 외화들에 달리, 빈약한 P&A 혹은 잘못된 마케팅, 그로 인한 낮은 인지도로 개봉 사실조차 묻힌 채 사라졌거나, 수많은 우려와 고민 끝에 제 때를 놓친 채 극장을 지나쳐 소리 소문 없이 VOD로 직행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VOD 출시 스케줄만 봐도 이런 외화들이 한 주에만 두 자릿수에 이르다 보니, 보물을 찾아 정글로 들어가는 모험가의 마음으로 영화 VOD 메뉴를 샅샅이 뒤지지 않는 이상 그대가 원하던 그 영화와는 영영 랑데부하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일상에 지쳐 식사 메뉴조차 오래 들여다보기 어려운 그대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이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색다른 영화를 찾기를 원하는 그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그대가 놓쳤을만한 좋은 영화들을 소개하는 목적입니다. 만에하나 이 중 하나라도 그대의 마음에 든 영화가 있다면, 검색과 알고리즘을 통해 이를 타고 타고 그대 취향의 또 다른 영화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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